[쿠키뉴스=송병기 기자] 지난해 말과 올해 초에 이어 최근 서울 동작구 서울현대의원에서 또 다시 C형간염 집단감염이 발생해 충격을 주고 있다. 특히 국내 C형간염 환자가 실제로는 약 30만명으로 추정되지만 치료를 받는 환자는 4~10만명에 불과해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는 국회 새누리당 김명연 의원실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국민건강영양조사 결과(2012~2014년)를 분석한 것으로, C형간염 항체양성률(만 10세 이상)은 0.6%(약 30만명)으로 추정되나 이중 14~30%만 치료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서울현대의원의 경우 C형간염 집단감염자가 508명으로 확인됐지만, 보건당국이 역학조사를 실시하고 있어 추가 감염자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예방백신 없는 C형간염
C형간염은 C형간염 바이러스에 감염된 환자의 혈액이나 체액이 상처나 점막을 통해 감염된다. C형간염 바이러스는 급성과 만성 간염, 간경변증, 간암 등 다양한 간질환을 유발하는 바이러스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전 세계 인구의 약 3%인 1억7000만명 정도가 감염된 것으로 추정된다.
대한간학회에 따르면 국내에서는 전 국민의 약 1%가 C형간염 바이러스 보유자로 추정된다. 전체 만성 간질환 환자의 약 10~15%가 C형간염 바이러스에 의해 발생한다. C형간염은 노출 된 경우 70~80%가 만성간염으로 진행하고, 적절한 치료가 되지 않는 경우 이중 30~40% 정도가 간경변증, 간암으로 진행하기 때문에 예방 뿐아니라 감염자에 대한 적절한 진단과 관리가 중요하다.
C형간염은 감염 초기에는 증상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소수의 환자에서는 피로감, 열감, 근육통, 소화불량, 우상복부 불쾌감, 황달 등이 나타날 수 있다. C형간염 환자는 검사를 받기 전에는 모르고 지내다가, 20~30년이 지나서 만성 간염이나 간경변증, 간암 등의 소견으로 뒤늦게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주로 혈액을 통해 감염되고, 오염된 주사기 재사용, 소독하지 않은 침을 사용한 피어싱 및 문신, 성적 접촉 등으로 감염되기도 한다.
이에 대해 신현필 강동경희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불행하게도 아직까지 C형간염은 백신이 개발되지 않았다. 따라서 한 번 감염되면 만성 C형간염으로 진행된다. 만성화 될 경우 간경변증 및 간암으로 이어져 사망에 이를 수 있다”며 “하지만 최근 치료 성공률이 높고 부작용을 줄인 경구약제들이 시중에 많이 출시되고 있어 곧 C형간염 완치가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C형간염의 진단과 치료
C형간염 진단은 혈액 검사를 통해 C형간염 바이러스 항체를 검출하거나 C형간염 바이러스를 직접 확인하는 검사(HCV RNA 검사법)를 통해 이뤄진다. C형간염이 혈액검사를 통해 진단된 경우에는 간염이나 간경변증, 간암 등 간질환의 심한 정도를 파악하기 위해 복부 초음파 검사 등을 시행하게 되며 혹은 필요시 간조직 검사를 시행할 수도 있다.
급성 C형간염은 대부분 무증상이고, 드물게 감기몸살 증상, 황달, 피로감, 식욕부진, 소화불량, 메스꺼움, 체중감소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급성 간염은 6개월 이내로 정상으로 회복되는 경우가 많지만, 6개월 이상 간 기능이 회복되지 않으면 만성 간염으로 이행될 수 있다. 만성 C형간염은 대부분 증상이 없기 때문에 건강검진 등으로 감염여부를 우연히 확인하는 경우가 많다.
대한간학회에 따르면 급성 C형간염에서 자연 치유되는 경우는 약 30% 정도이며 70%가 만성으로 진행한다. 이들 중 매년 약 2.5%가 심각한 질환상태, 즉 간경변증이나 간암으로 진행된다. 감염기간이 5년일 때 약 13%의 진행률을 보이며 10년이 넘어가면 26%의 진행률을 보인다. 20대보다 40세 이상이면 진행률이 빠르다.
한국건강관리협회 서울강남지부 건강증진의원 김지연 과장은 “C형간염은 증상이 없어 감염된 것을 인지하지 못한 채 수십 년이 지나 간경변증이나 간암으로 진행된 후에 발견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검진을 통해 조기 발견해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 건강검진 시 추가로 C형간염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한국에서 C형간염의 표준치료는 주사제인 페그인터페론 알파(주1회 피하주사)와 경구제인 리바비린 병합요법이다. 바이러스 유전자형에 따라 6~12개월 치료하며 완치율은 60~80%다. 항바이러스제 치료를 받고 완치가 되면 간경변증으로 진행하거나 간암이 생기는 위험이 3분의 1 이하로 줄어든다.
하지만 이미 간경변증으로 진행한 상태에서 치료하면 완치율은 낮아진다. 최근에는 페그인터페론 주사 치료 없이도 경구용 약만으로 치료가 가능하다. 3~6개월 동안 복용하면 완치율이 90~100%에 이르고 부작용도 거의 없다.
◇C형간염의 핵심은 예방
쉽게 피로해지고, 입맛도 없어지고, 오심과 구토가 생기면 C형간염을 의심해 볼 수 있다. 이 때 혈액검사를 통해 간염의 여부와 중증도를 확인한다. 만약 간염임에도 불구하고 C형간염 바이러스가 검출되지 않은 경우 A형이나 B형간염 바이러스 감염 여부 확인을 위해 추가 검사를 시행할 수 있다.
C형간염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예방이다. 의료기관에서는 반드시 1회용 주사기를 사용하고, 문신이나 피어싱 등 침이나 바늘을 사용하는 곳에서는 반드시 소독된 도구를 사용해야한다. 면도기, 칫솔, 손톱깎기 등도 혈액에 오염될 가능성이 높으므로 함께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으며, 성관계 시 콘돔을 사용하여 혈액을 통해 전파되는 것을 차단해야 한다.
가톨릭대 대전성모병원 소화기내과 송명준 교수는 “C형간염은 평소 증상이 뚜렷이 나타나지 않는 경우가 많아 무엇보다 조기 진단이 중요하다”며 “국가건강검진 항목에 C형간염 항체 검사가 포함돼 있지 않기 때문에 40세 이후라면 추가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고 강조했다. songbk@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