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건전성 강화 “저신용자 고금리 대출 관행 바로잡는 계기 될 것”

기사승인 2017-01-11 18: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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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뉴스=노미정 기자] 금융 당국의 저축은행 건전성 기준이 강화되면서 서민들이 대출받기가 더 어려워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저축은행들이 건전성 기준에 발맞춰 대출규제를 강화할 모양새를 보이고 있어서다. 하지만 이번 정책이 상환능력이 떨어지는 저신용자에게 고금리로 대출하던 관행을 바로잡을 계기가 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정부는 저축은행의 사잇돌·중금리 대출을 활성화하기 위해 제도적으로 뒷받침할 방침이다.  

11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저축은행들의 건전성 기준이 올해부터 2020년까지 단계적으로 시중은행 수준까지 강화된다. 그동안 저축은행들은 지난 2011년 대규모 부실사태 이후 회생을 독려하는 차원에서 상대적으로 낮은 건전성 기준을 적용받아왔다. 

정부 방침에 따라 저축은행들은 오는 4월부터 연체기간이 한달만 넘어도 해당 대출자를 ‘요주의’로 분류해야 한다. 또 해당 대출금의 2%를 충당금으로 쌓아야 한다. 기존에는 연체기간이 두달 미만이면 ‘정상’으로 분류했다. 충당금도 0.5%만 쌓았다. 

내년부터는 충당금 비율이 더 올라간다. 요주의 대출의 경우 내년엔 5%, 2020년엔 10%까지 오른다. 이자가 연 20%대를 넘는 고금리 대출엔 추가로 20%의 충당금을 더 쌓아야 한다. 저축은행 입장에선 고금리 대출로 이익을 남기기 어려워진 셈이다.

저축업계에서는 이로 인해 저신용자·서민 대출 심사가 강화될 공산이 크다고 우려한다. 저축은행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저축은행도 기본적으로 이익을 추구하는 사기업이다”면서 “정부가 건전성 강화 방침을 펴면 저축은행도 상환율이 낮다고 판단되는 저신용자의 대출 심사를 강화하거나 대출한도를 줄이는 방향으로 운영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업계 1~5위 저축은행들은 저신용자 중 우량 고객을 걸러내기 위해 대출심사 시스템을 개편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 당국은 건전성 강화 방침 때문에 서민 또는 저신용자 대출이 어려워질 것이란 전망은 “비약”이라는 입장이다. 

금융감독원의 한 관계자는 “저축은행 업계의 최근 2~3년간 경영실적이 좋아져 건전성규제 장치를 견뎌낼 체력이 평균적으로 늘어났다”며 “충당금 비율을 단계적으로 늘려나가는 방침이라 저축은행이 적응할 기간을 충분히 줘 서민대출에 차질이 생기지 않도록 했다”고 말했다. 이어 “사잇돌 대출과 저축업계의 중금리 대출이 활성화할 수 있도록 당국이 최대한 지원할 예정이다”고 덧붙였다.

관계자의 주장대로 저축은행 업계는 지난해 호실적을 기록했다. 금감원 자료를 보면 지난해 9월 79개 저축은행의 총자산은 49조9000억원으로 2014년 6월말(36조8000억원) 보다 135% 늘었다. 건전성도 좋아졌다. 3개월 이상 연체된 대출비율을 말하는 고정이하여신비율은 7.8%로 2015년 12월(10.2%) 보다 2.4%p 낮아졌다. 고정이하여신비율은 수치가 낮을수록 건전성이 높다는 의미다. 

당국의 건전성 강화 방침이 저축은행의 대출심사 기준을 바로 잡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김기식 더미래연구소 소장(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그동안 저축은행이 신용등급도 제대로 반영하지 않은 채 터무니없는 고금리로 상품을 판매해온 게 문제”라며 “상환능력이 떨어지는 저신용자에 대한 대출심사를 강화하는 건 옳은 방향이다”고 말했다. 이어 “은행지주회사 계열 저축은행의 연계영업을 강화해서 10%대의 중금리 상품을 많이 내놓을 수 있게 정책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noet85@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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