法 “교섭대표노조 유지기간은 빠른 효력발생일 기준”

입력 2017-01-11 17:4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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法 “교섭대표노조 유지기간은 빠른 효력발생일 기준” 

[쿠키뉴스 창원=강승우 기자] 노사가 같은 날 동시에 2개 이상의 협약을 체결했더라도 교섭대표노조의 유지기간은 효력발생일이 빠른 것을 기준해야 한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이는 복수노조가 허용된 후 교섭대표노조 지위가 유지되는 기간에 대한 첫 판결로 파장이 일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당장 한화테크윈은 올해 기업노조와의 임금교섭에 제동이 걸렸다.

창원지법 제21민사부(재판장 정재규 부장판사)11일 금속노조 삼성테크윈지회가 사측을 상대로 낸 노조교섭요구 사실공고 이행가처분 신청 일부를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한화테크윈은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이행하고 새로운 교섭대표노조가 결정되기 전까지 기업노조와 올해 임금교섭을 해서는 안 된다고 결정했다.

또 사측이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밟지 않으면 1일당 200만원, 기업별 노조와 임금교섭을 진행하면 1차례당 400만원을 금속노조에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2014년 말 삼성테크윈이 한화 그룹에 매각되면서 한화테크윈으로 사명이 바뀌었다.

이 과정에서 매각 반대를 촉구하던 창원 23사업장 노동자들을 중심으로 민주노총 금속노조가 발족됐다.

얼마 안 돼 기업별 노조도 뒤따라 만들어졌다.

이 당시에는 조합원 수가 더 많았던 기업별 노조가 교섭대표노조로, 사측과 교섭에 임했다.

이에 기업별 노조는 20151215일 사측과 유효기간 2년짜리 단체협약을 맺었다.

기업별 노조는 또 같은 날 임금인상을 골자로 하는 ‘2015년 임단협 합의서도 사측과 체결했다.

이 합의서의 적용기간은 201531일부터 2016228일까지였다.

그리고 2016420일 기업별 노조는 사측과 ‘2016년도 임금협약서를 다시 체결했다.

적용기간은 201631일부터 2017228일까지였다.

문제는 금속노조 삼성테크윈지회가 사측에 새로운 임금교섭을 요구하면서 불거졌다.

삼성테크윈지회는 ‘2016년도 임금협약서의 유효기간 만료 3개월 전인 지난해 12월 사측에 2017년도 임금협상 체결을 요구했다.

하지만 사측은 2015년도 단체협약의 유효기간이 만료되는 20171214일까지 기업별 노조가 교섭대표노조라며 이를 거부한 것이다.

최근 들어 금속노조 삼성테크윈지회의 조합원 수가 기업별 노조보다 더 늘어나 교섭대표노조가 바뀔 수 있는 상황과 맞물리면서 판결 결과에 상당한 관심이 쏠렸다.

판결 결과에 따라 올해 사측과 임금협상을 진행할 노조 주체가 기업별 노조가 될지, 금속노조가 될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사건은 유효기간과 효력발생일이 다른 2개 이상의 단체협약을 같은 날 체결한 경우, 어떤 게 교섭대표노조로 결정된 후 사측과 체결한 첫 번째 단체협약인지가 쟁점이었다.

재판부는 사측의 주장대로라면 기업별 노조의 교섭대표노조 지위 유지기간은 210개월인데, 부당하게 길어지고 이 기간 동안 체결할 수 있는 임금협약도 3라면서 소속 조합원 수의 변동으로 인한 과반수 노조의 변동 가능성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교섭대표노조가 아닌 노조에 소속된 근로자들의 노동기본권에 대한 제약이 과도해질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를 입법화 한 고용노동부 해설, 임금단체협약의 유효기간에 관한 관행 등을 고려하면 교섭대표노조의 지위는 효력발생일이 가장 앞선 단체협약을 기준으로 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이에 대해 원고 측 법률대리인 금속노조 경남지부 법률원 여는법무법인 김두현 변호사는 교섭대표노조 지위 유지기간에 관한 노조법 시행령 규정이 다소 불분명한 측면이 있었다교섭대표노조의 지위와 소수노조의 노동기본권을 함께 고려한 합리적인 교섭대표노조 지위 유지기간은 약 2년이라는 점을 법원에서 처음 확인시켜줬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판결이라고 설명했다.

kkang@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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