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은택 “최순실 지시 사업 선보일 때마다 朴대통령 나타나 소름”

기사승인 2017-01-23 17:4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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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은택 “최순실 지시 사업 선보일 때마다 朴대통령 나타나 소름”[쿠키뉴스=정진용 기자] 차은택(48·구속기소) 전 창조경제추진단장이 “최순실(61·구속기소)씨가 지시한 프로젝트를 선보이는 자리에 항상 박근혜 대통령이 나타나서 소름이 끼쳤다”고 말했다.

차 전 단장은 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박 대통령의 탄핵심판 8회 변론기일에 출석해 “최씨가 정해준 세 가지 사업이 있다. 이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최씨가 이야기하면 실무자들이 다 청와대와 약속이 잡혔다”면서 “힘의 구조로 봤을 때, 재단 내부에 있는 사람들이 창의적으로 아이디어를 내는 것이 어려운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차 전 단장이 꼽은 최씨의 주력 사업은 ‘페랑디-미르’(미르재단이 프랑스 명문 요리학교 ‘에콜 페랑디’와 추진하는 분교) 설립, 아프리카 개발도상국의 아동 영양식 개발, 중국 동북 삼성 지역과의 MOU(업무협약) 추진이다.

그는 “브랜드가 성공하기 위해서 여러 가지 요소가 필요하다”면서 “그런데 최씨는 ‘다 필요 없다. 대통령이 한 번 나타나서 홍보해 주면 그만’이라고 말했었다”고 부연했다.

차 전 단장은 그 예로 미르재단과 광고 업체 플레이그라운드가 ‘케이콘(KCON) 2016 프랑스’ 행사에서 ‘페랑디-미르’가 운영한 한식체험존 부스 장치 디자인 등을 맡은 일을 들었다. 당시 프랑스 순방 중이던 박 대통령도 이 부스를 방문했다.

차 전 단장은 최씨의 주도하에 미르재단의 전반적인 운영방향이 결정됐다고 말했다.

그는 “최씨가 2015년 쯤 문화체육관광부 공무원들이 박 대통령의 문화융성을 하나도 못하고 있다고 불만을 표출했다”면서 “최씨는 이 부분을 앞으로 민간이 해야 한다고 강조했고 이후 미르재단이 생겼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최씨는 자신이 원하는 프로젝트를 포스트잇에 적어서 와서 지시했다”면서 “최씨 허락 없이는 재단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재단 이사회에서 추천한 일을 최씨가 ‘쓸데없는 짓 하지 말라’고 단호하게 거절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차 전 단장은 최씨의 영향력을 느끼게 된 계기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진술했다.

그는 “한 번은 최씨가 ‘문화창조융합본부에서 하는 일에 대해서 정리해서 달라’고 요청해 한 페이지 정도로 정리해서 줬다”면서 “그런데 제가 말한 ‘일반적인 콘텐츠 좋은 기업은 대기업이 사가고, 그보다 훌륭한 기업은 구글이 사가고, 정말 뛰어난 기업은 중국 알리바바가 사간다. 그 기업을 우리나가 보호해야 한다’는 특징적인 문장을 대통령이 토씨 하나 빼놓지 않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김종(56·구속기소) 전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을 고영태(41) 전 더블루K 이사가 시기했다는 진술도 나왔다.

차 전 단장은 “고씨가 ‘스포츠센터 설립 아이디어를 본인이 다 냈는데 김 전 차관이 다 갖고 갔다. 최씨와 김 전 차관 사이에 자신이 낄 수 없을 정도’라고 말했다”면서 “김 전 차관이 최씨의 오른팔 같은 사람이라고 느꼈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 대리인단은 차 전 단장의 진술에 대해 검찰의 압박수사 의혹을 제기했다.

박 대통령 측 서석구 변호사는 차 전 단장에게 “검찰의 압박수사가 있던 것이 아닌가” “첫날 조사를 받고 1시간만 잠을 잔 뒤 이튿날 조사를 또 받았다. 체력적, 심리적으로 힘든 상황에서 진술한 것이 아닌가”라고 재차 물었다.

그러나 차 전 단장은 “검찰 수사를 받으면서 가족들과 ‘더는 수치스러워지지 않겠다’고 약속했다”면서 “더이상 이런 (국정농단이) 대한민국에 일어나선 안 되겠다는 취지로 성실히 답변했다”고 반박했다.

jjy4791@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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