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LG G6’의 변심을 환영한다

기사승인 2017-02-09 18:4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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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LG G6’의 변심을 환영한다

[쿠키뉴스=김정우 기자] “LG전자가 프렌즈를 버렸다. 배신했다

LG전자의 차기 전략 스마트폰 ‘G6’에 대한 정보가 공개되자 나온 반응이다. 전작 ‘G5’의 모듈 기능을 이어받지 않기로 한 데 따른 것이다. 정확히는 단말기 모듈화를 통해 선보였던 주변기기 제품군 ‘LG 프렌즈의 확장을 사실상 포기했기 때문이다.

일부는 LG전자의 변심을 두고 약속을 지키지 않는 소비자 기만이라고 힐난한다. 일부는 맞는 말이다. 프렌즈 제품군을 확대해 생태계를 조성하겠다던 LG전자의 약속은 지키기 어려워졌다. 차기 제품까지 이어질 호환성을 기대하고 프렌즈를 구매한 소비자나, 전에 없던 시도에 찬사를 보낸 이들은 허탈함을 느낄 수도 있다.

그렇다면 LG전자는 어떻게든 프렌즈를 지켜냈어야 했을까? G5와 프렌즈의 실제 흥행 성적을 감안하면 이 또한 동의하기 어렵다. LG전자는 G5의 구체적인 판매 실적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약 300만대 수준으로 추산한다. 같은 기간 삼성전자의 갤럭시 S7’ 시리즈가 누적 판매량 약 5000만대를 기록한 것과 극명하게 대비된다.

G5의 흥행 실패로 LG전자 모바일 사업부서 MC사업본부는 지난해 총 12591억원의 적자를 냈다. TV 사업부서인 HE사업본부에서 기록한 역대 최대 연간 영업이익 12374억원보다 많은 수치다. LG전자 스스로도 G5의 판매 부진을 실적 악화의 주요한 원인으로 인정했다. 그런 G5의 핵심인 모듈과 프렌즈를 계승하는 것은 더 부자연스럽다.

G5의 유산을 버리고 LG전자가 G6에서 추구하는 것은 소비자가 실제로 체감할 수 있는 편의성과 안전성이다. 고집했던 탈착식 배터리는 포기했지만 견고한 일체형 구조와 방수 기능을 얻었다. 제품 크기를 최대한 유지하면서 화면을 키우고 한 손 조작과 모바일 콘텐츠 표시에 유리하도록 화면 비율도 바꿨다. 최근 이슈가 됐던 배터리 안전성 검증 시스템도 강화했다.

이는 지난해 상반기 최대 흥행작으로 꼽히는 갤럭시 S7 시리즈가 보여준 방향과 유사한 맥락이다. G5가 최초의 모듈 기능으로 이슈몰이에 성공할 때 갤럭시 S7은 견고한 조립 품질과 방수 기능, 모바일 결제 솔루션 등으로 상품성을 인정받았고 결국 흥행했다. 소비자는 G5의 혁신성에 환호했지만 갤럭시의 상품성에 지갑을 연 것이다.

LG전자는 아픈 경험을 반복하지 않고자 결단을 내린 것이다. 과거 스마트폰 시장에 한발 늦게 진입했고 초기 제품에서는 도태되던 쿼티 키보드를 버리지 못해 디자인 혁신을 놓쳤다. G5에서는 탈착식 배터리를 지켜내고자 혁신 아닌 혁신을 쥐어짜는 우를 범했다. 이제 보다 과감한 의사결정으로 변화를 마주하려는 점은 높게 살 부분이다.

프렌즈 제품도 완전히 사양된 것은 아니다. G5와 유·무선 연결을 통해 사용할 수 있도록 출시된 6종의 프렌즈 기기들은 카메라 컨트롤러, 하이파이 오디오, VR(가상현실) 헤드셋, 360카메라, 가정용 로봇, 드론 컨트롤러 등이었다. 이 중 G5와 물리적 모듈 결합이 필요한 카메라 기기를 제외하고는 타 스마트폰과도 활용 가능하다.

G5 구매층도 실제 프렌즈를 결합해 사용하는 경우는 상대적으로 소수였다. 모듈 없이도 성능에는 부족함 없는 스마트폰이었다. G6라는 차기작에서 이 경쟁력을 보다 빈틈없이 채우겠다면 LG전자의 변심은 환영할 만 하다.

tajo@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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