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포켓몬 고, 특정지역 포케스탑 쏠림현상에 상인들 ‘울상’

기사승인 2017-02-10 19:4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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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케스탑·체육관 특정지역 쏠림 현상에 상인들 박탈감 호소

-“포케스탑 신청 추가로 받거나 조정 해달라”

-대행사측 “개별 접수 없는 것으로 안다… 기업 단위 협약 가능성 열려있어”

[쿠키뉴스=이다니엘 기자] 증강현실(AR) 게임 포켓몬 고(GO)가 국내에서 좋은 반응을 얻자 게임 내 핵심 콘텐츠인 포케스탑(Pokestop) 선정기준에 대한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포케스탑이 몰려있는 일부 지역이 뜻밖의 호황기를 누리고 있는 가운데 포케스탑이 근처에 없는 상인들은 상대적 박탈감을 느낀다고 호소한다. 일부 매장의 경우 매장명이 그대로 포케스탑에 등재되자 일각에서는 ‘유료 판매’가 진행된 게 아니냐는 볼멘소리까지 내놓고 있다.

포켓몬 고는 이동통신망이나 GPS 등을 통해 얻은 위치 정보를 기반으로 증강현실 기술을 활용, 몬스터를 수집하는 모바일게임이다. 지난달 24일 국내 정식 서비스를 시작해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고른 인기를 얻고 있다.

포켓몬 고는 게임의 특성상 직접 거리로 나가야 한다. 때문에 희귀 몬스터가 잦게 출몰하거나 포케스탑, 체육관 등 게임 주요 콘텐츠가 많은 지역으로 자연스럽게 유저가 몰린다.

와이즈앱이 이달 6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포켓몬 고 주간 사용자 수는 1월 마지막 주와 2월 첫째 주 690만 명대로 동일했고, 사용자당 주간 평균 사용시간은 171분에서 208분으로 늘었다. 사용자의 83%가 30대 미만이었다.

포케스탑이 몰려있는 곳일수록 인근 상권은 시너지 효과를 받는다. 이 때문에 포케스탑이 가게 근처에 설치되길 원하는 자영업자는 많다.

포켓몬 고 개발사인 나이언틱은 지도 데이터나 포케스탑 지정 기준에 대해 명확히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지난달 말 출시 기자간담회에서 데니스 황 아트 총괄이사는 “공개적으로 접근이 가능한 데이터 소스를 사용했다는 것 외에는 말씀드릴 수 없다”면서 말을 아꼈다. 다만 업계는 나이언틱의 전작 ‘인그레이스(Ingress)’의 포탈(portal) 위치가 포켓몬 고 체육관, 포케스탑과 일치한 것을 근거로 이를 포켓몬 고에서 준용했다고 보고 있다.

나이언틱은 인그레이스 출시 당시 이용자들에게 직접 포탈을 신청하도록 했는데, 교회, 조각상, 야외 벽화, 건축물 등 독특한 시설물이 대부분 선정됐다. 나이언틱이 포켓몬 고 출시 이후 별도의 신청을 받지 않은 탓에 지금의 포케스탑 중 없어진 시설물도 상당하다.

문제는 특정 상권에 쏠린 포케스탑과 체육관이다. 일부 상인들은 번화가 특정 음식점이나 카페가 이름 그대로 포케스탑에 올라간 것을 놓고 이내 섭섭한 눈빛을 보내고 있다.

포케스탑으로부터 소외된 일부 상인들은 무작위를 빙자한 포케스탑 쏠림 현상에 상대적 박탈감을 느낀다고 말한다. 대학로 번화가에서 다소 떨어진 곳에 음식점을 하고 있는 한 자영업자는 “최근 혜화역 근처에 포케스탑이 많이 깔리면서 근처 유동인구가 더 많아졌다고 들었다”면서 “포켓몬 고 출시 이후 우리 매장 손님은 눈에 띄게 줄었다. 가끔 손님에게 물어보면 출시 전 대학로에 왔던 사람들도 포켓몬 고를 중심으로 동선이 바뀌었다고 하더라”고 털어놨다.

신촌의 한 자영업자는 “포털 사이트에서 검색을 해봐도 포케스탑 선정 기준 같은 걸 찾아볼 수 없더라”면서 “‘무임승차’를 하는 상인들이 부럽다”고 말했다.

마로니에 공원 인근에서 복수의 포케스탑이 동시에 잡히는 ‘대박’을 친 한 카페 업주는 “유동인구가 눈에 띄게 많아졌다”면서 “카페에 들어와서 포켓몬 고를 하는 사람이 남녀 가리지 않고 많다. 평균적으로 30분~1시간 정도 앉아 있다가 가는 편”이라고 전했다.

한 자영업자는 “포켓몬 고가 매출의 당락을 결정하는 건 아니지만 아쉬운 건 어쩔 수 없다”면서 “포케스탑을 다수 세워달라는 게 아니다. 좀 더 의견을 수렴해 고르게 배정해줬으면 좋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기획] 포켓몬 고, 특정지역 포케스탑 쏠림현상에 상인들 ‘울상’

물론 포케스탑은 공공재가 아니다. 포케스탑 지정의 전적인 권한은 개발사인 나이언틱에 있다. 하지만 유동인구에 따라 크고 작은 매출의 차이가 발생하기 때문에 상인들 입장에서 포케스탑은 마땅히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다. 마치 버스정류장이 음식점 앞에 세워지길 기대하는 것과 비슷한 논리다.

현재 포케스탑 선정에 기술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는 국내 지사는 전무하다. 홍보대행사측은 “시스템적인 것은 전적으로 본사에서 관여하고 있다”면서 포케스탑 선정 기준에 대해 문의를 했지만 아직 답을 받지 못했다고 전했다.

당장 개별 자영업자와의 요구가 성사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나이언틱은 미국, 일본과 같이 앞서 포켓몬 고를 출시한 국가에서 스타벅스, 맥도날드 등 프렌차이즈 기업과 제휴를 맺었다.

국내 기업 단위 제휴와 관련해 데니스 황 총괄이사는 “파트너를 찾고 있는 건 사실이지만, 구체적으로 발표를 할 수 있는 내용은 없다”고 밝혔다.

대행사측은 “개인 단위의 유료 신청을 접수한 적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구체적인 선정 기준에 대해서는 “오해의 여지가 있을 수 있어 답변할 수 없다. 본사의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포케스탑 계약을 맺는다고 해서 곧장 적용되진 않는다. 업데이트를 통해 일괄 적용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dn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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