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나침반] 만성B형간염 치료는 ‘빨리’ 보다 ‘제대로’

기사승인 2017-02-19 11:2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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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나침반] 만성B형간염 치료는 ‘빨리’ 보다 ‘제대로’글·이진우 인하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쿠키 건강칼럼] 지난해 일부 의료기관에서 C형간염 집단감염 사태가 발생하면서 주사 치료 및 감염 관리에 경고등이 켜졌다. 사실 C형간염의 위험성은 질환 그 자체 보다는 간암으로의 발전 가능성에 있다. C형간염을 방치할 경우 궁극적으로 30~40%는 간경변증 및 간암으로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 더 중요하게 봐야 할 간암 원인 질환은 바로 B형간염이다.

대한간학회 조사결과에 따르면 국내 간암 환자의 10~15% 정도가 만성 C형간염과 관련이 있고, 70%는 만성 B형간염이 차지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간염인 B형간염은 혈액과 체액을 통해 감염되는 바이러스 질환이다.

국내 전체 인구의 약 3~4%가 현재 감염되어 있는 만큼, 누구나 언제든 간염 바이러스에 노출될 수 있다. 가장 흔한 감염 경로로는 어머니와 신생아 사이의 수직감염, 성관계를 통한 전염과 B형간염 바이러스에 감염된 혈액에 손상된 피부나 점막이 노출되어 감염되는 경우를 들 수 있다.

특히 해마다 2만여명이 간 질환으로 사망하는데, 그 중 만성 B형간염이 차지하는 비율은 50~70%나 된다. 하지만 그 위험성에 비해 국민들의 인식은 매우 낮은 상황이다. 더러는 B형간염 환자 본인조차 감염 여부를 인식하지 못하고 살아가다 어느 날 갑자기 간암 진단을 받는 경우도 있다. 

무엇보다 국내 만성B형간염 환자의 약 70%가 40대 이상의 중ž장년층이고, 40~50대의 암 사망 원인 1위가 간암인 것을 고려한다면 간암으로 인한 사망률을 낮추는 열쇠는 바로 올바른 B형간염 관리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한국인 B형간염 환자 대다수가 감염된 바이러스 유형은 간경변증으로의 진행이 빠르고, 간암 발생 위험도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는 만큼 B형간염 환자라면 B형간염에 대해 제대로 알고 적극적인 관리와 치료를 시작해야 한다. 

B형간염 치료의 핵심은 ‘빨리’ 보다는 ‘제대로’에 있다. 완치가 가능한 C형간염과 달리 B형간염은 현재로서는 완치 가능한 치료제가 없다. 따라서 지속적인 관리가 절실하며 평생 치료를 받아야 될 수도 있는 만큼 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간경변증 및 간암으로의 진행을 막는 것이 필요하다.

환자가 임의로 약물 치료를 중단하면, B형간염이 악화될 가능성이 높고 효과적인 항바이러스제를 복용하더라도 연간 완치율은 0.3%로 매우 낮기 때문에 완치가 가능한 후속 약물이 나오기 전까지는 장기간 지속적으로 복용해야 한다. 현재 국내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는 항바이러스제로는 엔테카비어와 테노포비어가 있으며, 전문의의 진단과 처방 하에 장기간 안전성 등을 고려해 치료받아야 한다.

만성 B형간염 환자라면 금연, 금주 등의 생활습관 관리와 함께 균형 있는 영양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자칫 고영양 상태가 되면 지방간, 당뇨병 등을 일으켜 오히려 간손상을 더 심화시킬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또한 만성 B형간염 환자라고 해서 모든 활동을 중단하고 무조건 쉬기 보다는 적당한 활동을 유지하는 것이 좋다. 무엇보다 정기적으로 병원을 방문해 만성 간염 상태를 체크해 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간경변증이 있거나 B형 또는 C형 바이러스 간염 환자는 간암 발생 고위험군에 속하기 때문에 6개월에 한 번 정기적으로 초음파 검사 등을 받는 것이 좋다. 다행히 만 40세 이상 간암 고위험군 대상자라면 1년에 2번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제공하는 2가지 검사(간 초음파검사ž혈청 알파 태아 단백 검사)를 무료로 받을 수 있다.

최근에는 지속적으로 늘고 있는 간암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기 위해 대한간암학회가 매년 2월 2일을 간암의 날로 제정하고, 간암 조기 진단 및 적극적인 치료의 중요성을 알려나가고 있다.

인하대병원에서도 간암 발생률을 낮추기 위해 만성 간질환 환자들에게 국가 검진에 대한 안내를 하고 검진 일정을 잡을 수 있도록 독려하는 등 적극적으로 국가검진프로그램을 활용하고 있다. 현재 신약이 활발히 개발되고 있지만 완치 혜택을 누리기 전까지는 B형간염을 제대로 관리하고 꾸준히 치료 받는 것만이 간경변증과 간암으로의 연결고리를 끊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songbk@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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