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남 살해한 독극물 정체는?…말레이 경찰 발표에 의문 증폭

기사승인 2017-02-22 20: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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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남 살해한 독극물 정체는?…말레이 경찰 발표에 의문 증폭
[쿠키뉴스=노미정 기자]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 살해에 이용된 독극물의 정체를 놓고 의문이 증폭되고 있다. 그를 암살한 여성들이 독성 물질을 맨손에 묻혀 공격했다는 말레이시아 경찰의 수사 발표가 나오면서다.

22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칼리드 아부 바카르 말레이시아 경찰청장은 이날 오전 쿠알라룸푸르 시내 경찰청 청사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두 여성은 그(김정남)의 얼굴을 맨손으로 쓸었다. 그 이전에 4명의 용의자는 이 여성들에게 액체를 줬다”며 “사망자의 얼굴에 바를 목적으로 그녀들의 손에 액체를 바른 것”이라고 말했다.

사용된 화학물질의 종류에 관해서는 확인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그는 “CCTV를 보면 여성 두 사람이 (범행 후) 손을 들고 이동한 뒤 화장실에서 손을 씻었다. 이미 독성이 있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손에 묻으면 큰 이상이 없고, 얼굴에 바르면 사망에 이르게 하는 독극물이 과연 존재하느냐는 논란이 일고 있다. 국내 전문가들은 김정남 암살에 사용된 독극물이 신종이 아니라면 말레이시아 경찰의 발표 내용을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연합뉴스측에 전했다.
또한 단순히 얼굴에 독을 바른 게 아니라 호흡기에 강제로 독을 주입하는 수법이 사용됐을 것이라는 추측도 내놓았다.

다음은 연합뉴스측에 밝힌 독극물 관련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먼저 박성환 고려대의대 법의학교실 교수는 “단순히 얼굴에 문질러서 흡입시켜 사망케 하는 독은 내가 아는 바로는 없다”고 말했다.

이윤성 서울대의대 법의학교실 교수도 “닿는 피부 부위에 따라 사람의 목숨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독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다만 그는 “현지 경찰이 어떻게 조사했는지 모르겠으나 만약 암살범이 손에 독을 묻혀 김정남을 살해했다면 코나 입과 같은 호흡기 계통에 문제가 생겨 사망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추측했다.

얼굴에 문지른 독의 정체를 밝혀내지 못하는 게 의문스럽다는 의견도 있었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교수는 “손에 독성 물질을 묻혀 얼굴에 문지르는 방식으로 공격했다면 김정남의 얼굴에 독극물이 남아있어야 한다”며 “지금껏 독극물의 정체가 밝혀지지 않은 상황과 들어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얼굴에 독극물을 문질렀다는 암살 수법과 경찰이 독극물의 정체를 파악하지 못했다는 현재 상황이 모순이라는 지적이다.

이 교수는 “얼굴에 잔류 성분이 남지 않을 만큼 강력한 휘발성 물질이라면 공격하는 과정에서 용의자들도 휘발한 독성을 흡입해 멀쩡할 수 없었을 것”이라며 “상황 자체가 화학적 상식으로는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말레이시아 경찰이나 용의자가 진실을 말했는지도 의심스럽다고 덧붙였다. 단 용의자의 손과 김정남의 얼굴이 멀쩡하다는 점으로 미뤄 볼때 강한 산성이나 부식성 물질은 아닌 것 같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신종 독극물이 사용됐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김형식 성균관대 약대 교수는 “어떤 독극물이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겠지만 단순히 맨손에 독을 묻혀서 공격했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본다”면서도 “새로운 독극물이 아니고서야 그럴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어 “신경계에 작용하는 물질이라면 새로운 물질을 만들었다든지, 북한도 그 쪽으로 진화할 수도 있지 않겠느냐”라고 덧붙였다.

최종 부검 결과가 나와야 김정남 암살에 사용된 독극물의 정체를 알 수 있을 것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유성호 서울대의대 법의학교실 교수는 “현 상황은 (의학적으로도) 이해하기 어렵다”며 “부검 후 최종 분석 결과가 나와야만 독극물의 정체나 암살 수법 등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noet85@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