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삶으로] 우리나라 최초 휠체어댄스 무용가 김용우

기사승인 2017-02-25 06: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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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뉴스=이영수 기자] 우리는 어느 날 갑자기 찾아 온 사고나 질병으로 척수가 손상된, 그래서 휠체어를 타게 된 사람입니다. 어려운 수술과 힘겨운 재활, 그리고 긴 터널 같던 실의의 시간을 지나 이제는 직업과 일상 그리고 행복을 되찾았습니다. 한숨을 돌리고 뒤돌아보니 아직 그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는 친구들이 있네요.

그래서 우리의 이야기를 들려주려고 합니다. 당신이 장애인이 아니더라도, 척수장애에 대해 전혀 모른다 해도 우리의 이야기를 들어보세요. 우리가 발견한 희망을 당신과 나누고 싶습니다.

저마다 바쁘게 살아가다 교통사고, 낙상, 의료사고, 질병 등 누구도 예측하지 못한 사고로 중증장애인이 된 이들에게 가족, 친구, 직업은 어떤 의미인지, 삶을 더 아름답게 살아가기 위해 우리가 반드시 깨달아야 할 소중한 가치들은 무엇인지 장애를 딛고 가치있는 삶을 실천하고 계신 12분의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편집자 주

우리나라 최초 휠체어댄스 무용가 김용우 씨는 교통사고로 척수를 다친 이후 18년째 장애인으로 열심히 살고 있습니다.

“휠체어를 타는 게 제 2의 인생이라면, 제 2의 인생을 멋있게 살 수 있게 해준 계기가 저에겐 춤이었던 거예요. 휠체어 댄스를 통해서 내 삶을 후회 없이 살 수 있게 되었고 내가 가지고 있는 에너지를 쏟아내 열정을 가지고 살 수 있게 되었어요. 춤은 저에게 삶을 태울 수 있는 불꽃같은 존재에요.”

어학연수를 갔던 캐나다. 친구들과 교대로 운전하며 여행을 떠났던 김용우 씨는 빗길에 차량이 전복되는 사고를 당했습니다. 캐나다에서 수술을 받은 후 3개월간은 병원생활을, 3개월간은 재활훈련을 받았습니다. 휠체어를 타고 고국에 돌아왔지만 그 때만 해도 영영 못 걸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죠.

“3년 정도 벽 속에 갇혀 있었던 것과 같은 시간을 보냈어요. 시간이 지나서야 앞으로의 인생은 장애를 가지고 살아가야하는구나, 받아들이게 되더라고요. 그제야 사회가 보이고 어떻게 살아야겠는가가 보였어요. 그전에는 장애를 이겨내야지 하는 생각뿐이었지요. 그런 것들이 스스로 한계를 짓게 하는 것들이었어요.”

캐나다에서는 거리로 나다니거나 마트에 물건을 사러 가도 휠체어를 탔다고 이상한 시선을 받는 일이 없었지만 우리나라는 달랐습니다. 97년 당시만 해도 우리나라는 재활치료는 불모지였습니다. 현대의학으로는 치료방법이 없다고 생각하고 민간요법, 한의학치료도 시도해 보았다고 합니다. 중국도 왔다 갔다 하고 침도 맞고 뜸도 뜨고 마사지, 지압, 운동까지 이런저런 치료에 전념하느라 2년여 세월이 흘렀습니다.

“휠체어 댄스 영상을 처음 보자마자 아 저거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캐나다 재활병원에서 봤던 친구들의 자유로운 모습이 그 안에 있는 걸 발견했어요. 그래서 한번 해볼까, 막연한 기대 속에서 하다 보니 휠체어댄스 선수도 되고 지도자도 되고 제 일이 된 거예요. 그러면서 새로운 목표를 갖고 새 삶을 살게 됐어요.”

독일 여의사가 창시한 휠체어댄스는 일본이 우리보다 13년 앞섰고 유럽은 30년 전에 시작됐습니다. 용우 씨의 꿈은 전공을 살려 사업가가 되는 것이었습니다. 말총머리를 하고 수많은 관객 앞에서 춤을 출 거라곤 생각지도 못했던 것이죠.

“장애인이 춤을 춘다고 세상에 나왔을 때 이상하게 생각하더라고요. 얼마나 춤을 추겠어하는 눈으로 보는 거죠. 저는 그것을 부수고 거부하고 싶었어요. 휠체어를 타고 춤을 추지만 어설프게 추는 게 아니라 정말 멋있고 감동적으로 보인다, 일반 무용수가 춤을 추는 것처럼 정말 잘 하구나 그런 느낌을 받게 해주고 싶었어요.”

2002년 우리나라 최초의 휠체어댄서가 된 용우 씨는 변변한 지원 없는 외로운 길을 걸어야 했습니다. 계단이 많은 연습실을 다른 사람의 등에 업혀 오르내리는 것도 예사였습니다. 3년 뒤 홍콩 아시아 휠체어댄스 대회에서 룸바, 차차차, 삼바, 파소도브레, 자이브의 라틴 5종목에서 1위를 차지하면서 비로소 주목을 받기까지 그만두고 싶은 순간도 많았다고 합니다.

“휠체어댄스 공연단을 창단했는데 처음에는 장애인들조차 면전에서 ‘나는 휠체어를 타고 사람들 앞에서 춤을 추기 싫다’고 얘기를 해서 상처로 다가왔었죠. 저는 장애를 넘어선다는 표현보다는 장애를 인정한다, 받아들인다고 표현해요. 장애를 인정하면 편하고 넘는다면 너무 힘들어요. 극복하려고 노력하기보다 이 상태에서 내가 무엇을 할 것인가 생각하는 게 중요할 것 같아요.”

“3년간 치료에만 매달리다가 사회에 나가 무언가를 하려고 하니까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았어요. 그 기간 동안 무엇인가를 준비하고 배워 놨다면 사회에 나와서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요. 준비하지 못하고 있다가 막상 사회에 나오면 다시 준비해야할 시간이 필요하거든요.”

“옛날에 멋있던 모습을 기억하고 지금의 모습을 너무 불행하게만 본다면 앞으로 남은 인생을 어둡게 살 수 밖에 없지 않나요. 휠체어 타고 있다고 해서 못 살 거 하나도 없고, 살다보면 좋은 일도 생기더라고요. 결혼도 하게 되고 열심히 하다 보면 또 다른 기회가 찾아온답니다.” 휠체어댄스 무용가 김용우

juny@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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