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롯데가 얻은 것과 잃은 것

기사승인 2017-03-02 17:5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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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롯데가 얻은 것과 잃은 것

[쿠키뉴스=구현화 기자] 롯데가 2월 말 3일간에 걸쳐 임원인사와 조직개편을 마무리했다. 계열사를 4개로 묶고 각 계열사 수장을 교체했다. 지난 1일부로 실시되는 이 인사와 조직개편은 '새 술을 새 부대에' 담겠다는 신동빈 회장의 의지였다.

지난해 검찰로부터 두 번의 대대적인 압수수색으로 어려움을 겪었던 롯데는 이번 조직개편으로 지주회사 전환을 준비하고 각 계열사별 독립경영을 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줬다. 준법경영위원회의 신설과 사회공헌위원회에 자문역을 두는 파격으로 투명한 경영과 책임지는 경영을 약속했다.

지난해는 롯데에게 위기이자 암흑의 한 해였다.'형제의 난'으로 일본에 모태를 둔 비상식적인 구조가 폭로됐고 비밀에 감춰졌던 광윤사 등 핵심 계열사가 수면 위로 드러났다.

다만 위기는 또 기회가 됐다. 잃었을 때를 곧 얻을 것으로 바꾸었다. 롯데는 이를 내부를 단단하게 벼리고 다시 추스르는 계기로 삼았다. 60대의 후퇴와 50대 CEO의 약진을 통해 롯데를 '젊은 그룹'으로 바꾸겠다는 의지도 보여줬다. 구성원들은 똘똘 뭉쳐 롯데를 쇄신하도록 노력했다.

어려운 와중에서도 건설한 롯데월드타워는 4월말 오픈을 통해 새로워진 롯데를 보여줄 하나의 지표였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2월 말에 고고도미사일체계인 사드(THAAD) 배치 협상도 진행됐다. 롯데는 성주골프장 부지를 군에 넘기는 부지 맞교환 협상에 투입됐다. 중국을 겨냥해 미사일을 배치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사드 협상은 중국이 강경하게 반대해온 사안으로 자칫 잘못하면 외교적 분쟁으로 키워질 수 있을 만큼 어려운 상황이다.

이 와중에 롯데는 오도가도 못하고 두 정부 중간에 끼는 상황이 됐다. 야심차게 '뉴 롯데'가 시작될 3월 2일에는 롯데인터넷면세점에 디도스 공격이 가해졌다. 사드배치 협상이 완료된 2월 28일부터 롯데 차이나 홈페이지는 바이러스 공격으로 지금까지도 복구가 안 되고 있다. 대중국 사업 비중이 60%에 달하는 유통기업인 롯데가 사드배치에 대한 미움을 떠안게 되는 상황이 됐다. 암흑 속으로 또 한번 빠져들어가지 않을지 롯데 임직원의 불안이 극에 달한 상황이다. 

다시 한번 롯데는 잃을 것을 걱정하고 있다. 사드 배치로 연일 중국은 관영매체의 사설 등으로 비판의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선양 롯데월드몰에 대한 행정제재와 타오바오, 징둥닷컴에서의 롯데마트관 폐쇄 등의 보복조치가 나타나고 있다.  

이번 위기는 그동안의 위기보다도 더 심각해 보인다. 중국 비중이 60%를넘어가는 롯데 사업구조상 가장 큰 위기에 직면한 것이다. 과연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지 주목되고 있다. 다만 중요한 것은 위기를 넘어서고자 하는 롯데의 의지이자 새롭게 태어나야 하는 롯데의 사명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동안의 잘못된 사업구조로 인한 '원죄'와도 같은 이 시기를 하루 빨리 슬기롭게 넘어갈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할 지금이다. 위기가 지나가면 이 같은 시점은 롯데에게 어느 순간 '기회'가 될 것이다. 

kuh@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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