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영장심사] “대통령 보호해야”vs“범죄 혐의 중대”…朴 구속 두고 팽팽한 신경전

기사승인 2017-03-30 12:16:11
- + 인쇄

[쿠키뉴스=이소연, 심유철 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가 30일 이뤄지는 가운데, 박 전 대통령의 서울 강남구 삼성동 자택 앞과 서울중앙지법 인근에서 각각 ‘검찰 규탄’과 ‘구속 촉구’ 집회가 열렸다.  

이날 오전 9시 삼성동 자택 앞은 경찰과 박 전 대통령 지지자들로 발 디딜 곳이 없었다. 자택 앞에 모인 지지자 350여명은 “억지탄핵 원천무효” 구호를 한 목소리로 외쳤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민주당) 대표, 추미애 민주당 대표 같은 사기꾼들이 박 전 대통령을 파면했다”며 “박근혜는 우리의 영원한 대통령”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경찰은 이날 15개중대 1200명의 병력을 배치, 자택 담벼락 주위를 완전히 둘러쌌다. 일부 지지자들이 폴리스라인을 넘어 사저로 접근하려 하자 경찰이 이를 제지하며 충돌이 빚어지기도 했다. 

박 전 대통령은 오전 10시10분 자택에서 나와 모습을 드러냈다. 지지자들은 “대통령님, 사랑합니다” “대통령님을 지켜드리지 못해 죄송하다”고 울음을 터트렸다. 박 전 대통령은 지지자들을 한 번 훑어본 후, 입가에 살짝 미소를 지은 채 차에 올랐다. 입장 표명은 없었다.

서울 서초구 잠원동에서 온 김정란(54·여)씨는 “대통령을 탄핵한 헌법재판소는 해체해야 마땅하다”며 “나라에서 대통령을 보호해야지 괴롭히면 쓰느냐”고 말했다. 이어 “박 전 대통령의 파면은 쿠데타 성격의 탄핵이고 인민재판”이라며 “억지로 만들어 낸 탄핵은 원천무효다. 대통령의 누명을 벗겨드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천에서 왔다는 윤석진(54)씨는 “박 전 대통령을 법원에 가지 못하게 막고 싶었지만, 다 뜻이 있어서 가는 것”이라며 “무지한 국민이 대통령의 깊은 생각을 깨달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언론에서는 박 전 대통령 지지율이 4~5%라고 보도하지만, 사실은 40%가 넘는다”며 “1500만 국민이라는 든든한 지지자들이 박 전 대통령을 지킬 것이다”고 전했다. 

같은 날 오전, 박 전 대통령의 구속영장 실질심사가 열리는 서울중앙지법 인근은 경찰의 삼엄한 경비로 엄숙한 분위기였다. 서울중앙지검과 중앙지법으로 향하는 길은 차벽으로 인해 출입이 통제됐다. 경찰은 이날 법원과 검찰청사 인근에 24개 중대 1920명의 병력을 투입했다.    

서울중앙지법 서문 인근에서는 박 전 대통령의 구속수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개최됐다. 노동당은 이날 오전 9시40분부터 3만명이 넘는 시민으로부터 서명을 받은 ‘박근혜 구속 만인(萬人) 선언’을 공개했다. 

노동당의 기자회견이 끝난 후, 촛불집회를 주최해 온 박근혜정권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의 ‘박근혜 구속영장 발부 촉구 기자회견’이 열렸다. 권영국 퇴진행동 법률팀장은 “박 전 대통령이 받는 범죄 혐의의 중대성은 이미 공범의 구속과 재판으로 충분히 소명됐다”며 “일반인의 경우 볼 것도 없이 구속 사유”라고 지적했다. 

노동당·퇴진행동 측의 기자회견이 진행되는 도중, 박 전 대통령의 지지자로 추정되는 남성들이 이들 단체를 향해 항의하는 일도 있었다. 경찰은 태극기 든 채 노동당의 기자회견 장소로 향하던 A씨의 접근을 막았다. 이에 A씨는 “충돌이 발생한 것도 아닌데 왜 접근을 막냐” “저런 빨갱이와 부딪힐 일이 뭐가 있냐. 말 섞기도 싫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A씨는 5m 남짓 거리에서 태극기를 들고 군가를 튼 채 노동당의 기자회견을 지켜봤다. 권 변호사의 발언 도중에도 양복을 입은 한 남성은 “전라도 특검이 구속했잖아” “사과도 이미 세 번이나 했잖아”라며 호통을 쳤다. 

박 전 대통령 지지자 측은 서울고등검찰청(서울고검) 앞에서 집회를 진행했다. 자유청년연합, 대통령복권국민저항본부(대국본) 등은 이날 오전 9시30분부터 검찰을 규탄하는 집회를 열었다. 연단에 오른 한성주 대국본 대표(전 공군 예비역 소장)는 “이정미 전 헌법재판소 소장 권한대행이 북한의 지령을 받아 반역질을 했다”고 주장했다. 태극기를 들고 삼삼오오 모인 참가자 60여명은 “국회, 검찰, 법원, 언론이 모두 짜고 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근혜 영장심사] “대통령 보호해야”vs“범죄 혐의 중대”…朴 구속 두고 팽팽한 신경전서울고검 앞에 모인 집회 참가자들은 박 전 대통령이 구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울 강남에 거주하는 김성연(60·여)씨는 “지금까지 조직적으로 사건을 키워왔다. 구속도 될 것이라고 본다”며 “가슴이 아프고 억울하다. 제대로 진실이 규명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윤모(71·여)씨도 “(특정 세력이) 하루 이틀 계획을 짠 게 아니다. 다 짜고 치고 있다”며 “연약한 여자에게 구속은 너무하다”고 울먹였다.

박 전 대통령은 이날 오전 10시30분 서울중앙지법 321호 법정에서 (43·사법연수원 32기) 영장전담 판사 심리로 영장심사를 받는다. 구속 여부는 이날 오후 밤늦게 또는 오는 31일 새벽에 판가름날 것으로 예상된다. 

soyeon@kukinews.com / 사진=박태현 기자, pth@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
친절한 쿡기자 타이틀
모아타운 갈등을 바라보며
오세훈 서울시장이 역점을 둔 도시 정비 사업 중 하나인 ‘모아타운’을 두고, 서울 곳곳이 찬반 문제로 떠들썩합니다. 모아타운 선정지는 물론 일부 예상지는 주민 간, 원주민·외지인 간 갈등으로 동네가 두 쪽이 난 상황입니다. 지난 13일 찾은 모아타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