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대선후보] 홍준표의 변신, 자수성가형 검사→‘홍트럼프’

기사승인 2017-03-31 15:3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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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 대선후보] 홍준표의 변신, 자수성가형 검사→‘홍트럼프’[쿠키뉴스=정진용 기자] 홍준표 경남지사가 31일 자유한국당 대선후보로 선출됐다. 자수성가형 ‘모래시계 검사’에서 ‘홍트럼프’(거친 언행으로 유명한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빗댄 별명)가 되기까지 홍 지사가 걸어온 길을 정리했다.

▲ 전직 대통령 친형까지 구속…거칠 것 없던 열혈 검사

홍 지사는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났다. 그는 본래 의사가 되고 싶었지만, 누명을 쓴 아버지를 보고 검사의 꿈을 키웠다고 한다. 6년 만에 사법시험에 합격한 홍 지사는 굵직굵직한 사건을 맡아 스타 검사로 등극했다. 그는 지난 1988년 노량진 수산시장 강탈사건을 수사해 전두환씨 친형 기환씨, 청와대 민정수석, 현직 고등법원 부장판사를 구속했다. 서울지검 강력부 검사로 재직 중에는 ‘슬롯머신 사건’을 수사해 ‘6공의 황태자’로 불렸던 박철언 전 의원을 구속기소 하기도 했다. 폭력조직소탕에도 나서 ‘조폭 저승사자’로도 불렸다. 홍 지사의 일화는 시청률 50%대를 넘으며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모래시계’를 통해 널리 알려졌다. 

▲ 검찰 나와 정계 입문.의원직 상실·서울시장 석패

홍 지사의 ‘성역 없는 수사’는 조직 내부에서 환영받지 못했다. 그는 검찰 내부에서 사실상 따돌림을 당했다. 한직을 떠돌던 홍 지사는 결국 지난 1995년 검사복을 벗었다. 다음해 홍 지사는 고(故) 김영삼 전 대통령의 추천으로 신한국당에 입당했다. 흥미로운 사실은 홍 지사가 당초 "교분이 두터운 인사가 많은 데다 당의 이미지가 개인적 취향과 맞다"는 이유로 민주당행을 고려했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홍 지사는 이회창 전 총리와 박찬종 전 의원이 신한국당에 입당하자 방향을 선회했다. 지난 1996년 치러진 제15대 총선에서 서울 송파갑에 출마해 당선된 홍 지사는 선거법 위반으로 벌금 500만원을 선고받아 의원직을 상실하기도 했다. 이후 지난 2001년 서울 동대문구을 선거구 보궐선거에서 승리해 정치권에 복귀, 18대까지 내리 4선을 했다. 패배의 쓴맛도 봤다. 그는 지난 2006년 서울특별시장 경선에 나섰으나 오세훈 전 시장에 석패했다. 홍 지사는 지난 2007년 제 17대 대선에서 한나라당 후보 경선에도 출마했으나 4위에 머물렀다.

▲ 변방에서 중심 갔지만, 중도하차

‘변방’. 홍 지사가 지난 2009년 펴낸 자서전의 이름이다. 그에게는 항상 ‘비주류’ 꼬리표가 따라다녔다. 직설적 성격과 발언 탓에 “통제가 어렵다”는 인상을 줬기 때문이다. 변방에 머물던 홍 지사는 지난 2011년 7월4일 열린 한나라당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 자리에 올랐다. 홍 지사는 이 자리에서 “현대조선소에서 일당 800원을 받던 경비원의 아들, 고리채 사채로 머리채를 잡혀 길거리를 끌려다니던 그 어머니의 아들이 집권 여당의 대표가 될 수 있다는 희망을 국민 여러분이 보여주셨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홍 지사는 정치 입문 15년 만에 그토록 바라던 중심부에 들어오는 데 성공한 듯했다. 그러나 단꿈은 오래가지 못했다. 그는 당선 5개월 만인 지난 2012년 2월, 당내 사퇴 압박을 버티지 못하고 중도에 하차했다. 홍 지사가 제시한 ‘공천 개혁 후 재창당’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쇄신안이 사퇴의 결정타로 작용했다. 그리고 홍 지사가 빠진 한나라당에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조기 등판했다.

▲ “서민 대통령” 내세운 ‘보수의 아이콘’

홍 지사에게는 반전의 기회가 남아있었다. 그는 지난 2012년 공석이 된 경상남도 도지사 자리에 도전, 당선되며 화려하게 재기했다. 지난 2014년에는 재선에도 성공했다. 홍 지사가 취임한 뒤 경상남도는 지난해 6월, 광역자치단체 가운데 처음으로 채무 제로를 선포했다. 청렴도도 수직 상승했다. 지난 2012년 15위, 2013년 14위로 최하위를 전전했으나 지난해 결국 전국 1위를 차지했다. 

명이 있으면 암도 있는 법이다. 혹독한 가난을 이겨낸 ‘입지전적’인 인물이어서일까. 홍 지사에게 '보편적 복지'는 '좌파들이 주장하는 공산주의 배급제'였다. 그는 지난 2013년 5월 저소득층이 주로 이용하던 진주의료원을 폐업시킨 데 이어 지난 2015년에는 초중고 무상급식 사업 마저 중단했다. 홍 지사는 "학교에 밥 먹으러 가나"라는 발언으로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주민의 반발도 거셌다. '경남지사 주민소환운동본부'는 지난 2015년 11월과 지난해 2월 두 차례에 걸쳐 경남지역 유권자 35만7801명의 서명을 받아냈다. 그러나 선거관리위원회의 심사 결과 유효 서명이 주민소환투표 청구 요건인 27만1032명에 8395명이 미달해 투표는 무산됐다.

무상급식 중단과 진주의료원 강제 폐업, 거침없는 막말로 홍 지사는 '보수의 아이콘'으로 자리 잡았다. 그는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에 이어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가 불출마를 선언하며 갈 곳을 잃은 강성 보수층을 끌어당기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홍 지사 정치 인생의 최대 위기는 '현재진행형'이다. 지난 2015년 이명박 정부의 자원 비리 수사 중 고(故)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의 주머니에서 나온 '성완종 리스트'에는 홍 지사의 이름도 있었다. 홍 지사는 지난 2011년 한나라당 당대표 경선 당시 고 성 전 회장의 지시를 받은 윤승모 전 경남기업 부사장으로부터 현금 1억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1심은 홍 지사에게 징역 1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했지만, 지난달 열린 2심에서 재판부는 '윤 전 부사장의 진술이 신빙성이 없다'며 원심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홍 지사는 무죄를 확신하는 분위기다. 그는 지난 18일 '박근혜 시장'으로도 불리는 대구 서문시장에서 자신을 '서민 대통령'과 'TK(대구·경북)의 적자'로 지칭하며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과연 '강골 검사'는 자신의 마지막 꿈을 이룰 수 있을까.

jjy4791@kukinews.com/ 그래픽=이승희 기자 aga4458@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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