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계 황태자’ 차은택의 눈물 “지금이라도 광화문 뛰쳐나가 사죄하고 싶다”

“연출자로서의 인생 끝났다”

기사승인 2017-04-12 21: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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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계 황태자’ 차은택의 눈물 “지금이라도 광화문 뛰쳐나가 사죄하고 싶다”[쿠키뉴스=정진용 기자] 검찰이 ‘비선실세’ 최순실(61)씨의 측근이자 '문화계 황태자’로 불리던 차은택(48) 전 창조경제추진단장에 징역 5년형을 구형했다.

지난해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이 기소한 '국정농단' 관련 사건 중 첫 구형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2부(부장 김세윤 판사) 심리로 12일 열린 차 전 단장과 송성각 (59) 전 한국콘텐츠진흥원장 등 5인에 대한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대통령에 버금가는 지위를 행사했던 최씨를 등에 업고 문화창조융합본부장 등의 자리를 차지해 주요 문화정책에 개입하는 한편, 외삼촌을 청와대 수석비서관에 앉히는 등 국정을 농단했다"고 구형 이유를 밝혔다. 

차 전 단장 등은 포스코 계열 광고대행사 포레카의 매각 과정에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한상규(63) 광고회사 컴투게더 대표를 압박해 자신들이 설립한 모스코스가 지분을 넘겨받을 수 있도록 압력을 가한 혐의(강요미수) 등으로 지난해 11월 기소됐다.

검찰은 이들에 대해 "최씨, 박근혜 전 대통령,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과 순차 공모하는 과정에서 각자 다른 형태의 사적인 이익을 꾀하였다"면서 "중대성과 죄질, 사회적 비난 등 제반 사정을 고려하면 모두 엄중 처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검찰은 차 전 단장에 대해 “수사에 적극 협조했고 광고 분야에 전문성을 가지고 있어 최씨에 의해 커리어가 이용당한 부분은 있다"면서도 "횡령범죄 외에 강요미수,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뇌물 수수 등 나머지 범행을 부인하고 있어 개선의 여지가 있는지 의문이다. 또한 범죄에 깊숙이 개입해 사적 이익을 추구했다”면서 구형 이유를 밝혔다.

검찰은 함께 기소된 송 전 원장에 대해서는 징역 5년과 벌금 7000만원, 추징금 3700만원을, 김영수 전 포레카 대표에게는 징역 3년, 김홍탁 전 모스코스 대표에게는 징역 2년, 김깅태 전 모스코스 이사에게는 징역 1년6월을 각각 구형했다.

차 전 단장 변호인은 횡령 이외의 혐의에 대해서는 일체 부인했다.

변호인은 "포레카 인수 작업은 최씨가 박근혜 전 대통령을 통해 안 전 수석에게 지시하고 권오준 포스코 회장도 관여하는 등 모두 그들의 주도하에 이뤄졌다"면서 "차 전 단장은 최씨의 지시에 따라 실무적인 협상을 진행했을 뿐"이라고 반박했다.

강요미수 혐의에 대해서도 "한 전 대표의 일방적인 진술 외에는 어떠한 증거가 없다"면서 "지분비율 80대 20은 모스코스가 자금을 전액 납부한다는 가정 하에서 얼마든지 기업이 요구할 수 있는 수준이다. 한 전 대표의 이후 발언이나 태도를 보면 협박당한 사람의 행동으로 볼 수 없다"고 항변했다. 차 전 단장이 지인을 KT 광고담당 임원으로 채용시켜 수십억원 상당의 광고를 수주받은 혐의에 대해서도 변호인은 "자포자기 심정에서 마지못해 추측성 시인을 한 것이지 결코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또 "피고인으로서는 대한민국 문화 발전에 기여하는 것이 큰 의미가 있겠다고 생각해 무보수로 일을 수행한 것"이라면서 "최씨로부터 어떤 개인적인 이익을 받은 바 없고 오히려 피고인이 설립한 회사 아프리카 픽쳐스는 지난 2015년 매출이 반 토막 났다. 각종 억측으로 개인의 명예가 실추되고 가족까지 엄청난 고통에 시달렸다"면서 선처를 호소했다.

최후 변론에서 차 전 단장은 눈물로 참회했다. 서류를 들춰보거나 변호인과 대화를 주고받는 등 공판 초반 긴장을 애써 감추려는 차 전 단장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차 전 단장은 두 손을 맞잡은 채 일어서서 "지금이라도 광화문 광장에 뛰쳐나가 무릎 꿇고 국민께 사죄하고 싶은 마음"이라며 "국정농단의 한 부분을 담당했다는 것이 통탄스럽고 죽고 싶은 심정"이라고 울먹였다. 그는 "지난 수개월간 수감생활을 하면서 진심으로 반성하고 회개하고 있다"면서 "이렇게 대한민국이 흔들리고 국민의 공분을 사게 한 사태가 저 역시 경악스럽다"고 말문을 열었다.

광고연출자로서의 자신의 인생을 얘기할 때는 감정에 복받쳐 변론을 수차례 중단해야 했다. 그는 "평생을 연출자로 살았다. 정치와 권력에는 한 푼의 흥미조차 없었다"면서 "현장에서 시나리오 쓰고 콘텐츠 제작하는 걸 가장 사랑했지만 이제 연출자로서의 제 삶은 끝이 났다"고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이어 "박 전 대통령과 대통령 비서실장 등 최고 지위에 있는 분들이 저에게 문화융성을 위해 사심을 버리고 헌신해달라고 말했다. 당시에는 이 비정상이 저에게는 정상으로 보였다. 저의 무지를 뼈저리게 반성하고 있다"면서도 "제 진정성만큼은 왜곡되지 말았으면 좋겠다. 같이 밤을 새우면서 많은 고생을 했던 많은 공무원들이 저 하나 때문에 오해를 받아서 너무 죄송스럽다"고 사죄했다.

송 전 원장 역시 "30년 지기였던 한 전 대표를 도우려고 했던 것 뿐"이라고 눈물로 무죄를 호소했다.

법원은 내달 11일 오전 10시10분에 판결을 선고하기로 했다.

jjy4791@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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