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매년 ‘도돌이표’…사각지대 방치된 ‘식용개’

매년 ‘도돌이표’…사각지대에 방치된 ‘식용개’

기사승인 2017-04-14 06: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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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뉴스=정진용 기자] 서울 한복판에서 개고기가 도축된다면 믿어지십니까.

서울 동대문구 경동시장은 국내에서 손꼽히는 개고기 도·소매 및 도축시장입니다. 경동시장은 유래 깊은 재래시장인 까닭에 외국인 관광객들도 많이 찾는 곳입니다. 지난달 평일 오전에 찾은 경동시장 '보신탕 골목'은 간간이 개 짖는 소리만 울려 퍼질 뿐 조용한 분위기였습니다. 이곳에는 개고기 도·소매를 하는 도살업소 6개와 보신탕집 십여 개가 영업 중입니다.


골목에 모여있는 보신탕 가게들은 저마다 '개고기' '개소주 '시골똥개' 등의 문구를 써 붙이고 있었습니다. 가게 앞 가마솥에서 정체 모를 무언가가 끓으면서 연기가 나는 곳도 있었죠. 경동시장에 위치한 보신탕집은 대부분 밤부터 영업을 시작한다고 합니다. 낮에는 손님이 별로 없기 때문이라는 게 가게 주인의 설명이었습니다.



언제 도축될지 모르는 개가 우리에 갇혀 있는 모습도 눈에 띄었습니다. 쇠 철창 속 개들은 애처로운 눈빛으로 가만히 밖을 내다보고 있었는데요. 개들을 예닐곱 마리씩 몰아넣은 탓에 우리는 매우 비좁아 보였습니다.

국내 최대규모 개고기 거래 시장 경기도 성남 모란시장은 지난 2월27일부터 개 보관·도살시설 철거를 시작했습니다. 성남시와 모란가축시장상인회는 22곳의 개고기 판매업소 중 15곳과 도축중단을 하기로 협의했습니다. 모란시장은 22개 점포가 하루 평균 220여 마리, 한 해 8만 마리의 식육견을 거래하는 전국 최대 개 유통시장이었습니다.



그러나 경동시장과 서울 중구에 위치한 중앙시장의 경우, 매주 주말 동물권보호단체에서 개 식용 반대 시위를 열고 있기는 하지만 여전히 개들이 열악한 환경에서 지내다 도축 당하고 있습니다.

개고기 시장뿐만 아닙니다. 지난해에는 '강아지 공장'이라고 불리는 개 번식장의 실체가 언론을 통해 보도되면서 많은 이들에게 충격을 안겼습니다. 개 번식장에서 개는 강제 교배와 인공수정 등 비인간적 방법을 통해 마치 기계처럼 강아지를 '찍어내고' 있었습니다.

개 번식장에서 지난 2015년도부터 800여 마리의 개를 구조해 미국 가정으로 입양시키고 있는 국제동물보호단체도 있습니다. 국제동물보호단체 휴메인소사이어티인터내셔널(HSI)의 한 관계자는 "번식장은 마치 지하감옥 같았다"면서 "빛이 거의 들지 않고 환기도 안되는 탓에 암모니아 악취로 눈물이 날 정도였다. 이런 상황을 견디지 못하면 개는 우리 속에서 죽을 수밖에 없다"고 안타까워 했죠.


개들이 이런 비위생적인 환경에 노출된 이유는 무엇일까요. 개고기는 소고기와 돼지고기, 닭고기 등과 달리 축산물가공처리법 대상에 포함돼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정부에서 개고기 도축과 유통과정을 관리·감독할 근거가 없는 것이죠. 지난 2008년 서울시가 개고기 합법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혔으나 '시대착오적'이라는 동물단체의 반대로 무산됐습니다.

올해 복날의 풍경은 지난해 또는 5년 전과 별반 다르지 않을 겁니다. 수년 간 개고기 식용을 놓고 '생각의 차이'와 '동물학대'라는 의견은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하고 평행선을 달려왔습니다. 그러나 개고기 식용이 맞고 틀리고를 따지자는 게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인간이 단순히 '맛의 즐거움'을 위해서 다른 생명체에게 고통을 주고 이를 방관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한국동물보호연합에 따르면 매년 약 300만 마리의 개가 식용으로 쓰이고 있습니다. 관리 감독의 사각지대에 방치돼 있는 개들. 이들을 구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요. 

[친절한 쿡기자] 매년 ‘도돌이표’…사각지대 방치된 ‘식용개’

jjy4791@kukinews.com/ 사진=박효상, 박태현 기자 tina@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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