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쿡리뷰] '보안관' 세련미 대신 정겨움 택했다… 짠내 나는 로컬 수사극

'보안관' 세련미 대신 정겨움…짠내 나는 로컬 수사극

기사승인 2017-04-25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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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쿡리뷰] '보안관' 세련미 대신 정겨움 택했다… 짠내 나는 로컬 수사극[쿠키뉴스=이은지 기자] 형사 최대호(이성민)는 마약 제조책 ‘뽀빠이’를 잡기 위해 언제나 동분서주한다. 그러나 뽀빠이와 얽힌 사건에서 최대호는 섣부른 판단으로 동료 형사를 죽음에 이르게 하고, 뽀빠이도 놓친다. 결국 형사를 그만두게 되고 고향인 기장으로 돌아온 대호는 이른바 동네 보안관을 자처하며 기장 곳곳을 누빈다. 아직은 크게 개발되지 않은 기장이다 보니 기장 터줏대감에 경찰과의 연줄도 있는 대호는 종종 동네의 민원을 해결해주며 믿음직한 이웃 겸 보안관으로 군림한다.

그러나 기장에 비치타운이 들어서며 상황이 급변한다. 비치타운 개발 반대를 위해 시위에 나선 대호를 보고 비치타운의 공사 책임자인 구종진(조진웅)은 놀라며 반가워한다. 예전 뽀빠이와 얽힌 마약사건에서 아무 것도 모르고 운반책으로 이용당한 종진을 인간적으로 챙겨 준 사람이 대호였기 때문. 그러나 하필 종진이 부산으로 내려온 시점과, 부산에 신종 마약이 돌기 시작한 시점이 겹치며 대호는 종진을 의심하기 시작한다. “한 번 뽕쟁이는 영원한 뽕쟁이다.” 대호는 내내 이 대사를 읊으며 기장 곳곳에서 종진의 흔적을 찾아내기 시작한다.

영화 ‘보안관’ (감독 김형주)은 한마디로 아저씨들이 ‘드글드글’한 영화다. 아내에게는 속만 썩이는 남편이고, 딸에게는 이해심 없는 아빠인데다 밖에만 나가면 사고를 치는 40-50대 남성을 대표하는 최대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아직도 ‘한 가락’함을 증명하려 애를 쓴다. 아직도 영화 ‘영웅본색’을 돌려 보고, 밖에서 남 좋은 일만 하고 다니느라 생업은 내팽개치기 일쑤지만 자신이 살아온 고향을 지키는 마음만은 진짜다. 그리고 대호를 비호하는 남자들 또한 대호와 그 궤를 함께하는 동네 삼촌들이다.

그에 대비되는 구종진은 급이 남다른 세련된 남자다. 운동복 차림이 대다수인 기장 남자들에 비해 매일 정장을 입고 다니는데다가, 그 비율까지 대단하다. 매너도 좋고, 예의 바르고, 심지어 마을 사람들과 친해지기 위해 아낌없이 자신을 낮춘다. 영화는 바닷바람 부는 기장을 무대로 두 남자를 대비시키며 진짜 남자다움이 무엇인지를 보여준다. 장면마다 터지는 웃음은 보너스다. 한국 관객에게 익숙한 수사물 안에 녹여낸 웃음과 소위 ‘촌빨 날리는’ 짠내는 ‘로컬 수사극’이라고 명명된 영화의 장르를 십분 이해하게 한다.

도시 한가운데서 벌어지는 총격과 멋진 수트, 카 체이싱 액션은 없다. 그러나 그 이상 가는 코믹함과 정겨움이 있다. 다음달 3일 개봉. 15세 관람가. 

onbg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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