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쿡리뷰] '석조저택 살인사건' 탄탄한 원작 위 계속되는 반전… 쉴 새 없네

기사승인 2017-04-26 19:4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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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쿡리뷰] '석조저택 살인사건' 탄탄한 원작 위 계속되는 반전… 쉴 새 없네

[쿠키뉴스=이은지 기자] 해방 후 경성, 사체가 없는 살인사건이 일어난다. 현장에 남은 것은 남자의 오른손 검지손가락과 사체를 태운 흔적, 빗나간 총알뿐이다. 피의자는 살인사건이 일어났다고 추정되는 석조저택의 주인 남도진(김주혁), 그리고 죽은 사람으로 추정되는 것은 저택의 운전사 최승만(고수). 그러나 정작 증거가 돼야 할 최승만의 사체가 없다. 미력한 증거만 나열된 가운데 치열한 법정공방이 벌어진다. 살인이 정말 벌어지긴 한 것인지 의문스럽다. 사건의 최초 신고자 또한 사라지며 공방은 미궁에 빠진다.

‘석조저택 살인사건’(감독 정식·김휘)은 스릴러 소설의 거장인 빌 S.밸린저의 대표작 ‘이와 손톱’을 스크린에 옮긴 작품이다. 탄탄한 구조의 원작을 기반으로 한 만큼 관심이 집중되는 것은 시나리오보다는 배우들의 연기다. 고수가 맡은 최승만의 경우 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캐릭터다. 영화 속 살인사건, 그리고 살인사건의 진실을 파헤치면 파헤칠수록 드러나는 최승만의 얼굴들은 장면마다 모두 결이 다르다. 작품 내내 고수는 홀로 선량하고, 성실하며 비열하고 또 구차하다. 흔히 미남의 대명사로 쓰이는 고수가 작품 속에서 쓰고 벗어대는 가면들에서는 단순한 역할의 미추보다는 연기적 고뇌가 짙게 엿보인다.

김주혁이 열연한 남도진은 영화가 진행될수록 오히려 관객과 더 가까워진다. 그가 작품 내내 쫓아다니는 목적은 언뜻 그의 전작 ‘공조’를 떠올리게도 하지만 김주혁은 26일 서울 CGV 왕십리점에서 열린 ‘석조저택 살인사건’ 언론시사회 후 기자간담회에서 “결 자체가 다르다”고 자신했다. 실제로 영화 속 김주혁은 모든 것을 쥐고 조종하는 악역이라기보다는 쉴 새 없이 이야기와 사건에 휘말리는 롤에 가깝다.

영화가 원작과 다른 점은 새로운 여성 캐릭터의 출현이다. 같은 날 연출을 맡은 김휘 감독은 “원작에서의 반전은 원작 발표 당시에는 놀랍고 새로운 구조였지만, 지금은 더 이상 그렇지 않다”며 “끝까지 긴장감을 유지하기 위해 새로운 캐릭터를 반전 요소로 넣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안타까운 것은 새로이 도입된 반전 요소조차 2017년에는 구태의연하다는 것이다. 사건 외에도 경성에서의 법정 공방을 벌이는 문성근·박성웅의 대립도 볼 만 하다. 다음달 9일 개봉. 15세가.

onbg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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