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인터뷰] 박보영 “아직 운이 좋구나 생각… 연기는 하면 할수록 어려워”

기사승인 2017-04-26 18:2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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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뉴스=이준범 기자] “아직 운이 좋구나 생각했어요”

최근 서울 언주로 한 카페에서 만난 배우 박보영의 말이다. 의외였다. JTBC ‘힘쎈여자 도봉순’의 깜짝 성공을 견인한 주인공이기 때문이다.

‘힘쎈여자 도봉순’은 방송 전까지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다. 주인공 라인업이 화려한 것도 아니었고, 오랜 기간 저조한 시청률에서 벗어나지 못한 JTBC 드라마라는 점도 그랬다. 과연 박보영이 무엇을 보여줄지에 관심이 쏠렸다.

첫 방송 직후 ‘역시 박보영’이라는 찬사가 쏟아졌다. 박보영은 안정된 연기력을 바탕으로 주인공으로서 드라마의 중심을 잡아줬다. 그 덕분에 ‘힘쎈여자 도봉순’은 첫 회 3.8%(닐슨코리아 기준)의 시청률로 기대 이상의 성적을 거뒀다. 10회에서는 시청률 9.7%까지 치솟으며 역대 JTBC 드라마 최고 시청률을 갈아치웠다. 하지만 박보영은 드라마가 제작되기까지의 과정을 설명하며 운이 좋았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힘쎈여자 도봉순’은 제가 하고 싶어서 욕심 부린 드라마예요. 쉽게 할 수 있는 작품이 있었지만 이 드라마를 하고 싶어서 기다렸죠. 처음 초고를 받았을 때는 아직 방송사도 정해지지 않은 상황이었어요. 제작되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죠. 여배우가 주인공이기 때문인지 남자 주인공 섭외도 쉽지 않았어요. 메인 주인공을 하기엔 내가 아직 힘이 많이 부족하구나 싶었어요. 다행히 드라마가 잘 되고 나서는 아직 운이 좋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남자 주인공 역할의 박형식과 잘 어울린다는 얘기도 들었는데, 인연이 잘 닿았기 때문에 가능했어요. 한두 개가 맞는다고 드라마가 잘되는 것 같진 않거든요.”


박보영은 긴 기다림에도 초조해하거나 지치지 않았다. 그만큼 재밌는 드라마가 될 거라고 느꼈기 때문이다. 또 그녀가 캐스팅된 후 도봉순의 캐릭터는 처음과 많이 달라지기도 했다.

“처음에 봉순이는 사투리를 쓰는 아이였어요. 성격도 더 강했고 예쁘지 않다는 설정도 있었죠. 제가 캐스팅되고 작가님이 저에 맞춰 설정을 많이 바꾸셨어요. 그 결과 지금의 도봉순이 탄생했다고 들었어요. 처음 대본을 읽으면서 봉순이처럼 살면 얼마나 재밌을까 싶었어요. 봉순이가 힘이 정말 세잖아요. 저도 체구가 작다보니까 힘이 센 연기를 하면 정말 재밌을 것 같았죠. 제가 느낀 대리만족을 시청자들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싶기도 했고요. 또 봉순이가 남자들 앞에서 기죽는 수동적인 캐릭터가 아닌 점도 좋았어요.”

박보영이 연하의 남자 배우들과 호흡을 맞춘 건 ‘힘쎈여자 도봉순’이 처음이다. 첫 주연을 맡은 배우 박형식이 느끼는 부담감을 털어낼 수 있게 돕는 것도 박보영의 몫이었다. 하지만 그녀도 자신감이 없긴 마찬가지였다. 자신의 연기를 봐도 자꾸 아쉬운 점만 보였다.

[쿠키인터뷰] 박보영 “아직 운이 좋구나 생각… 연기는 하면 할수록 어려워”

“전 다른 사람들과 모니터를 같이 못 봐요. 자꾸 제 아쉬운 점만 보이거든요. 나름대로 생각하고 찍어도, 편집한 영상을 보면 ‘이걸 더 표현했어야 하는데’, ‘이건 이렇게 할 걸’ 하는 생각이 계속 들어요. 한 번은 커피를 타면서 대화하는 장면이 있었어요. 보통 일상에서는 뭔가 하면서도 대화를 잘 하잖아요. 그런데 촬영을 시작하면 두 가지를 같이 못하고 자꾸 멈추는 거예요. 왜 이걸 못하지 자책하면서 계속 연습했어요. 연기는 하면 할수록 어려운 것 같아요. 예전이었으면 ‘에라 모르겠다’는 식으로 했을 텐데, 지금은 ‘잘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먼저 들어요. 갈수록 심해질 것 같아 걱정이에요.”

향후 계획을 묻자 박보영은 발을 다쳐서 재활을 먼저 해야 한다는 얘기를 꺼냈다. 촬영 전 발목 인대가 끊어지는 부상을 당했지만, 참고 드라마를 마쳤다는 것이다. 병원에서 수술을 권해 고민 중이라는 박보영은 차기작에 대한 생각을 전했다.

“지금까지 해보지 않은 작품을 하고 싶어요. 하지만 이젠 욕심인가 싶은 생각도 들어요. 제가 하고 싶은 작품을 한다고 고집을 부리니까 작품 사이에 간격이 너무 길어지더라고요. 기다리는 팬들도 힘들어하시고요. 욕심이 있다 해도 막상 할 수 있는 작품이 많진 않아요. 이젠 현실과 타협해서 많은 배우들이 등장하는 작품을 해야 하나 생각하고 있어요.”

bluebell@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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