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생을기록하다➃] “고마워, 엄마보다 강해줘서”

신생아집중치료실에서 사투를 벌이는 아기들

기사승인 2017-05-04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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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뉴스=박예슬 기자] 아기를 품을 수 있다는 건 축복이다. 그리고 그 아기를 열 달 동안 잘 품었다가 건강하게 낳는 것은 더욱 크나큰 축복이다. 하지만 생각지 못한 때에 아기가 세상 밖으로 나오는 경우가 있다. 엄마도 아기도 미처 다 준비를 못 마친 상태에서 너무나 갑작스럽게 말이다.

◇그저 살아만 있어주길 바라는 엄마들

이혜경(41)씨의 아기 가온이는 지난해 10월29일 태어났다. 가온이를 품고 있은 지 33주하고도 3일째였다. 몸무게는 고작 1450g. 손은 고사리보다 작고 얼굴은 주먹만도 되지 않아 보였다. 그렇게 가온이는 태어나자마자 미숙아와 저체중아들을 케어하는 신생아집중치료실로 옮겨졌다.

이씨는 가온이를 좀 더 빨리 맞이하게 되리란 걸 이미 예감하고 있었다. 임신 7개월째 폐에 물이 찼다는 걸 알게 됐고, 검사 결과 가온이가 다운증후군인 것이 그 이유였다. 아기를 살리기 위해 물을 빨리 빼줘야 했다. 가뜩이나 겁이 나는데 배에 관을 꽂고 물을 빼는 치료를 받아야 했다. 그러다 2주정도가 지났을까, 아기가 위험한 상태라고 했다. 곧바로 입원을 하고 며칠 후, 제왕절개를 해서 가온이를 맞이하게 됐다.

“살려만 달라고 했다. 제발 살아만 달라고. 가온이가 다른 아기들보다 다르게 폐에 물이 찬 경우라 위험한 상태였기 때문에, 정말 살아만 있기만을 바랐다”며 이씨는 당시 심정을 털어놨다.

폐에 물이 차는 가온이의 병명은 유미흉이었다. 생전 처음 들어보는 병이었다. 세상 밖에 나오자마자 가온이는 신생아집중치료실에서 치료부터 시작했다. 손바닥만한 배 양 쪽에 관을 삽입해 물을 빼줘야 했다. 당시 상황을 회상하던 이씨의 눈가는 금세 촉촉해졌다.

다른 아기 엄마들처럼 집에서 내 아이를 돌볼 수 없다는 게 가장 힘들었다는 이씨. 게다가 면회도 하루에 두 번만 가능한데, 집이 워낙 멀어서 한 번밖에 보지 못한다. 33주 동안 뱃속에서 계속 함께 해온 아기인데 이제는 하루에 딱 한 번만 만날 수 있다니. 가온이 곁에서 그가 할 수 있는 건 자기 암시뿐이었다. ‘좋아질 거다, 곧 좋아질 거다’라고 되새기는 것. 그게 최선이었다.

이씨는 “힘들 때마다 곧 좋아질 거라는 자기 암시를 했다. 가온이가 꼭 나아서 집에서 같이 생활하는 모습을 생각하면서 하루하루를 버텼다”며 “곁에서 남편도 정말 많이 위로가 돼줬다. 그 힘으로 버텨온 것 같다”고 말했다.

엄마의 마음을 알아차리기라도 한걸까. 비록 다른 아이들보다는 좀 느리기는 하지만 가온이는 처음보단 많이 좋아지고 있다. 이제 유미흉은 거의 완치에 가까워졌고, 특수분유를 먹으면서 호흡 치료와 간 치료 등을 진행하고 있다. 하루하루 버텨나가는 이씨처럼, 가온이도 엄마를 따라 매일매일 점점 나아지고 있는 중이다.

◇열심히 버텨주는 기특한 아기들

신생아집중치료실에 입원 중인 또 다른 아기, 현주(가명)의 어머니 유정아(가명·40)씨는 올해 6월4일이 원래 출산 예정일이었다. 그런데 올해 초, 경부가 너무 짧다는 진단을 받고 1월과 2월 연달아 입원을 해야 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담당 교수님한테는 계속 집에 가고 싶다는 말을 되풀이하곤 했다.

유씨는 “내가 안일했던 것 같다. 그때 집에 계속 가고 싶었는데 정말 갔으면 큰일 날 뻔 했다”며, “입원해있던 중 어느 날 가만히 있었는데 갑자기 양수가 터졌다. 만약 집에서 그런 상황이 생겼으면 되게 힘들었을 거다. 이대로 현주가 나와 버릴까봐 엄청 많이 울었다”고 당시 상황을 얘기했다.

당시 유씨는 고작 임신 27주째였다. 갑작스런 상황에 놀라 눈물이 멈추질 않았다. 그런데, 양수가 새는 것도 아니고 터진 상태였는데 신기하게도 아기가 버텨줬다. 그 덕에 다행히 그날은 무사히 넘기고 이틀째 되는 날, 밑 빠진 독에 물붓기지만 양수주입술을 시행했다. 양수가 들어가니 아기가 편안해하는 모습이 모니터로 보였다. 병실 침대로 오면 다시 양수가 샜지만, 유씨는 아기가 편안해하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주말만 넘기면 28주니까 출산을 조금이라도 더 늦추기 위해 하루하루를 버텨봤다. 그런데 토요일에 양수가 조금씩 새는 와중에 태변이 나오기 시작했다. 유씨는 어쩔 수 없이 응급으로 밤에 수술을 해야 했고, 그렇게 27주 6일 만에 860g인 현주를 낳았다.

유씨는 “신생아집중치료실로 옮겨지고 3일째 되니까 일시적으로 수분이 빠지면서 몸무게가 800g까지 줄었는데, 뼈에 거죽만 있는 것 같았다. 너무 안쓰러웠다. 내 몸이 부실해서 현주를 힘들게 하는 것 같아 너무 미안했다”면서, “병원에서 초유랑 모유를 가져오랬는데 한동안은 아무리 유축해도 모유가 안 나왔다. 절박한 마음에 바보 같지만 인터넷에 초유를 구하고 싶다고 글도 올려봤다”고 고백했다.

그래도 다행히 현주는 아픈 곳은 없다. 워낙 주수가 적고 작게 태어나다보니 아직 미성숙한 부분이 많지만 점차 자라고 있는 중이다. 살짝 열려있던 심장 판막도 스스로 닫혔고, 뇌초음파 결과도 정상으로 나왔다. 먹는 양도 늘었고, 버거워할 때도 있지만 호흡기 떼는 연습도 하고 있다. 정말 기특하게도 현주가 너무나 잘 견뎌주고 있는 것이다.

“생각보다 잘 지내고 있고, 빨리 태어난 거에 비해 건강해줘서 현주에게 너무 고맙다. 직접 내 손으로 만져주고 토닥거려주지도 못하고, 무엇보다도 대신 못 아파주는 게 너무 힘들지만, 그래도 많이 웃으려고 하고 있고 현주 덕분에 정말 행복하다”고 유씨는 미소 지으며 말했다.


신생아집중치료실은 정상적인 아기들보다 여러 기능들이 약한 아기들이 모여 있는 곳이다. 제일병원 신생아실장을 맡고 있는 고선영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신생아집중치료실에서는 체중이 작거나 37주 미만으로 태어난 아기들이 주로 온다. 또한 미숙아뿐만 아니라 만삭아인데도 호흡이 안 된다든지 잘 못 먹는다든지, 기형이 있는 경우에도 이곳에 입원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호흡기, 영양, 수액 치료, 모니터링 등을 하면서 아기가 건강하게 퇴원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우리의 목적이며, 아기가 잘 회복돼서 집으로 가는 게 현장에서 일하는 의료진들의 가장 큰 보람이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고 교수는 “막연하게 집중치료실, 중환자실이라고 하면 부모님들께서 불안해하시고 걱정을 많이 하시는데, 의료기술 발전으로 예전보다 생존율도 훨씬 좋아졌고 나라에서 지원도 많이 되기 시작했다. 그만큼 많이 여러 가지 면에서 향상되어 좋은 결과가 많이 나오고 있으니 너무 걱정하지 않으셨으면 한다”고 조언했다.

◇생각보다 아기는 엄마보다도 더 강하다

비슷한 상황에 놓여 있는 다른 부모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는지 물어봤다. 이혜경씨는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되는 순간이 있다. 그런 순간이 오더라도 절대 후회하는 선택하지 마셨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아기들이, 그 어린 생명들이, 정말 신기하게도 하루하루를 잘 이겨내고 있다. 정말 생명은 신비롭고 위대하다는 걸 느끼게 된다”며 “이렇게 아기들도 이겨내고 있으니 그런 아기들의 모습을 보면서 엄마들도 힘내면서 용기를 가지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한 유정아씨는 “같이 치료실에 있는 분들을 보면 울기도 많이 우신다. 기뻐서도 울고, 안쓰러워서도 울고. 그런데 정말 아이는 엄마보다 강하더라. 그러니까 다른 엄마들도 많이 힘내셨으면 좋겠고, 모두들 하루 빨리 아기를 데리고 집에 가는 날이 오길 바란다”고 힘줘 말했다. yes228@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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