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단통법 아래서도 ‘호갱’은 넘쳐난다

기사승인 2017-05-08 0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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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단통법 아래서도 ‘호갱’은 넘쳐난다

[쿠키뉴스=김정우 기자] 10만원대 갤럭시 S8’에 전자상가로 몰려든 사람들과 뒤늦게 소식을 접하고 아쉬워하는 사람들.

결국 이번에도 ‘대란’은 터졌다. 삼성전자 스마트폰 ‘갤럭시 S8’이 심상치 않은 사전예약 판매 기록을 세우더니 연휴를 틈탄 불법 보조금과 이 기회를 잡으려는 소비자들의 첩보영화 같은 희극이 어김없이 반복됐다. 갤럭시가 문제는 아니다. 애플의 ‘아이폰’이라도 마찬가지였을 테니.

정부가 ‘단통법’을 내세운 주요 취지 중 하나는 이처럼 소비자들 사이에 정보 격차로 인한 불균형 행태가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함이었다. 균형 잡힌 건전한 시장을 만들기 위함이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아무것도 모르고 비싼 가격을 지불하는 이른바 ‘호갱’ 방지책으로 받아들여진 법이다.

최대 30만원으로 정해진 규모의 공시지원금과 이의 15%로 제한된 유통점 추가 지원금으로 이통사 간 과당경쟁을 막고 장기적으로 소비자에게 전가될 출혈을 예방하는 것이 단통법이 제시하는 방법이다. 이로써 각 유통점에 지급되는 리베이트가 가입자 쟁탈을 위한 현금 유인책이 되는 것을 제도적으로 막았다.

그럼에도 매번 인기 제품이 출시될 때마다 불법 보조금이 뿌려지는 대란은 반복돼 왔다. 기사 등을 통해 뒤늦게 소식을 접하고 유명 전자상가를 도는 소비자는 “이제 단속 때문에 어렵다”는 머쓱한 말을 들어야 한다.

미래부와 방통위는 단통법 시행 후 이 같은 현상이 상당히 완화됐다고 강조해 왔다. 방통위는 최근 단통법 시행 전인 2014년 9월 4만5155원이었던 이용자 평균 가입요금이 지난해 7월 3만9700원까지 줄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냈고 미래부도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해 단통법의 성과를 지속 홍보해 왔다.

일부 논란의 여지는 있지만 정부 발표에서 수치상 시장 과열 양상이 어느 정도 진정됐다는 신호는 찾을 수 있다. 요금할인제와 같은 선택지가 소비자들에게 받아들여진 성과도 무시할 수 없다.

그럼에도 여전히 불법 보조금 사태가 발생하는 것은 생각해볼 문제다. 제도는 좋은데 충분한 단속 인력이 없다거나, 방통위 위원장이 공석이라 제대로 기능을 못했다는 지적은 본질을 잡아내지 못한다.

답은 단순하다. 관련 기사가 뜰 때마다 많은 댓글에서 찾아볼 수 있다. “싸게 팔겠다는 것을 왜 못하게 하느냐”와 같은 볼멘소리들이 단순히 시장과 경제에 대한 낮은 이해에서 나오는 것은 아니다.

일부 경제 논리로 제도를 만들고 시장을 통제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은 시장 경제가 기능한 이래 수없이 증명된 부분이다. 아담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 따위 고리타분한 경제학 이론까지 꺼내지 않아도 된다.

정부가 어디까지 시장에 개입해야 할지를 두고 갑론을박하기 전에 애당초 ‘제재’가 주가 되는 장치는 온전히 기능하기 어렵다는 점이 문제다. 2004년 시행된 ‘성매매특별법’이 집장촌 규모는 줄였지만 각종 변종 성매매 행태를 양산해 낸 것도 무관한 예는 아니다.

불건전한 시장 행태를 해결하고자 한다면 단순한 제재에 그치지 않고 ‘불법이 필요 없는’ 상황으로 유도해야 한다. 말처럼 쉽지 않지만 경쟁 상황과 유통 구조 자체에서 답을 찾는 것이 순서다.

tajo@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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