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기종의 환자샤우팅] 환자들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바란다

기사승인 2017-05-11 08:5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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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기종의 환자샤우팅] 환자들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바란다글·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

[쿠키 건강칼럼] 문재인 후보가 제19대 대통령으로 당선되었다. 보궐선거로 치러졌기 때문에 대통령직 인수위원위 활동 없이 10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당선결정으로 곧바로 대통령 임기가 시작되었다. 총 3267만2101명이 투표에 참여했고, 이 중 문재인 당선인이 1342만3800표로 전체의 41.08%를 득표했다. 24.03%을 얻어 2위를 차지한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와는 557만951표 차이가 나 역대 대통령 중 최다 표차이로 당선되는 영광도 얻게 되었다.

먼저 문재인 후보의 제19대 대통령 선거 당선을 축하하며, 선거 슬로건처럼 나라를 나라답게 만드는 대통령이 되길 기원한다. 그동안 인권변호사, 노무현 참여정부 시설 민정수석·시민사회수석·비서실장, 국회의원, 제18대 대선후보,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등을 거치면서 문재인 당선인은 미래의 대통령으로 혹독한 훈련을 받았고, 앞으로의 국정운영에도 이러한 경험이 큰 도움을 줄 것이다.

문재인 당선인은 이번 대선에서 10대 핵심 공약으로 "일자리 확대, 정치권력·권력기관 개혁, 반부패·재벌 개혁, 한미동맹 강화·자주 국방력 확보, 청년에게 힘이 되는 나라, 성차별 해결, 어르신이 행복한 9988 대한민국, 교육·육아 국가책임제, 자영업자, 소상공인 살리기, 안전하고 건강한 나라" 관련 정책들을 발표했지만 여기에 환자 관련 보건의료 정책 공약은 포함되어 있지 않다.

대선후보가 발표하는 10대 핵심 공약은 후보와 후보가 소속된 정당의 5년 국정운영의 철학과 의지가 담겨져 있기 때문에 문재인 당선인이 자칫 환자 관련 보건의료 정책·제도 개혁에 소홀히 하지 않을까 벌써부터 걱정된다.

그러나 10대 핵심 공약에는 빠졌지만 환자가 원하는 보건의료 정책·제도가 대선공약집에 상당수 포함된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건강보험 하나로’ 병원비 걱정을 없애고, 재난적 의료비 지원으로 가계파탄을 막고, 간호·간병 통합서비스 확대로 간병 고통과 고액의 간병비 부담을 해결하겠다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구체적으로 필수적인 비보험 진료를 전면적으로 급여화해 실질적인 본인부담 100만원 상한제를 달성하겠다는 공약과 저소득층 환자의 계층하락을 막기 위해 소득수준에 따라 연간 최대 2000만원 이내에서 재난적 의료비를 지원하는 제도를 도입하겠다는 공약이 문재인 당선인의 보건의료 공약들 중 환자 입장에서 가장 호감 가는 공약이다.

이와 관련하여 문재인 당선인은 한 가지 명심할 것이 있다. 박근혜 정부처럼 4대 중증질환에 한정해 건강보험 보장성을 확대하거나 재난적 의료비를 지원하는 형태의 제한적·시혜적 정책 추진은 안 된다. 건강보험료을 내는 국민이라면 질환에 관계없이 누구나 보편적·권리적 의미의 건강보험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한 문재인 당선인은 예비후보 때 간호·간병 통합서비스를 운영 중인 서울의료원을 방문할 정도로 간호·간병 통합서비스의 확대에 관심이 높았고, 공약에도 담았다. 입원실 환경 개선과 입원 환자를 둔 가족들의 생활 패턴에 큰 변화를 주고 있는 간호·간병 통합서비스의 확대는 시급히 진행되어야 할 우선순위 정책 과제이다. 여기에 좀 더 보완할 점은 현재와 같이 경중 질환 중심으로 운영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고액의 간병비 부담으로 고통 받는 중증질환 중심으로 정책 업그레이드를 해야 한다.

의학과 제약의 급속한 발전으로 환자의 생명을 살리고 연장할 수 있는 신의료기술이나 신약이 계속 개발되고 있지만 건강보험 등재기간이 1년 이상 걸리는 경우가 상당수이다. 이로 인해 민간 의료보험이 없는 저소득층 중증질환 환자들은 이러한 신의료기술이나 신약의 혜택을 보지 못하고 죽어야 하는 슬픈 의료현실을 극복하기 위한 특단의 정책 공약이 없다는 것이 아쉬운 점이다. 

또한 환자단체가 중심이 되어 보건소, 동사무소, 복지관, 직업훈련소 등과 유기적 협력 관계를 맺으며 환자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맞춤형 투병, 사회복지, 정서적 지지, 사회복귀 관련 정보와 프로그램을 개발해 제공하고, 환자가 권리 침해를 당하거나 의료서비스 이용 시 불만, 불편 등을 겪었을 때 이들의 고충을 청취하고, 민원을 상담하고, 적절한 피해구제 방법과 기관을 원스톱으로 안내하고, 다빈도 의료민원을 모니터링해 재발을 방지하는 일명, ‘환자투병복지권리지원센터’ 설립 및 운영이 공약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그러나 지역사회 치매지원센터 확대 등을 포함한 치매 국가책임제 추진, 국립어린이재활병원 설립 등도 중요하지만 완치 환자가 신규 환자의 투병, 복지, 권리 증진을 위해 돕는 ‘환환케어모델’에도 정부가 적극적인 관심을 가져야 한다. 공공부문 81만개 일자리 창출도 중요하지만 암 등 중증질환으로 투병하고 완치된 환자들의 일자리 창출도 함께 추진해야 한다.

이제 문재인 대통령 시대가 활짝 열렸다. 흰 도화지 위에 여러 개의 색연필을 들고 무엇부터 그릴까 고심하는 문재인 당선인을 떠올려 본다. 고민할 것 없다. 거침없이 약속한 공약들을 하나하나 그리면 된다. 노파심에서 환자 관련 보건의료 공약도 잊지 말고 꼭 그려주길 부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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