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낙인 총장이 서울대 인사를 주무르고 있다”

[단독인터뷰] 성 총장 교수 채용 개입 내부 고발한 서울대 의대 권준수 교수

기사승인 2017-05-12 05:3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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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뉴스=김양균 기자] 야마자키 토요코의 1963년작 <하얀 거탑>은 대학병원을 배경으로 암투와 배신, 권력에 집착하는 인물들의 내면을 실감나게 묘사해 큰 반향을 일으켰다. ‘진리의 상아탑’으로 불리는 대학의 실상이 학자적 양심과 학문 탐구에의 열정보다 권력을 거머쥐려는 인간의 욕망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작가의 시각은 현실보다 더 현실적이다. 

이렇듯 소설 속에서나 등장할 법한 일이 현재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에서 벌어지고 있다. 발단은 정신과학교실(이하 정신과)의 법인교수 채용 과정에서 불거졌다. 석연치 않은 이유로 번번이 채용 자체가 무산됐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를 막후에서 조종하는 인물이 성낙인 총장이라는 주장이 제기되며 파문이 커지고 있다. 쿠키뉴스는 이와 관련해 서울대 내부고발자의 증언과 핵심 문건을 단독 입수했다. 

내부고발자는 권준수(58) 전 정신과 주임교수다. 권 교수는 전 과정을 지근거리에서 지켜본 인물이다. 그는 성 총장이 교수 선발을 좌지우지하는 것은 “명백한 직권남용”이며 “단과대학의 독립성을 훼손시키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인터뷰는 5일 서울 모처에서 두 시간에 걸쳐 진행됐다. 다음은 권 교수와의 일문일답.  

-내부고발을 결심하게 된 이유가 무엇인가. 

△서울대 의대에서 비상식적인 일이 벌어졌다. 서울대 교수로서 대학 내부의 불미스런 일을 외부에 알린다는 게 조심스러웠다. 내부에서 어떻게든 바꿔보려고 했지만 결국 실패했다. 

-2015년 초부터 문제가 불거지기 시작했다. 

△2015년 2학기 법인 교수 선발이 시발점이었다. 정년퇴임으로 노인정신의학 분야에 공석이 생겼다. 당장 2학기에 교수 발령을 준비해야 했다. 봄부터 채용 절차가 진행됐다. 의대 법인교수 채용은 각 과에서 후보를 선발해 진행된다. 이후 의과대학 인사위원회를 거쳐 교수 채용 건은 본부 인사위원회에 상정된다. 

-서울대 의대의 타 과도 이 같은 과정을 거치는가.

△그렇다. 과마다의 심사 방식 및 절차는 다소 상이하나 기본 단계는 크게 다르지 않다. 정신과에서는 후보자에 대한 서류평가와 발표, 교수들의 무기명 비밀투표로 과 추천 후보를 선정한다. 가장 많은 추천을 받은 후보에게 주임교수가 추천서를 써준다.   

-한차례 채용 공고가 난 후 재공고가 이뤄졌는데.   

△지원자가 지원을 철회했기 때문이다. 2015년 4월께 의대에 재공고를 요청했다. 빨리 교수를 채용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이번에는 노인정신의학 분야로 국한하지 말고 분야와 관계없이 기회를 주자는 쪽으로 결정이 났다. 정신과내 젊은 기금교수들을 법인교수 자리에 지원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교수 후보의 지원 조건은 무엇이었나. 

△후보자의 연구 업적이 정신과의 평균 이상, 적어도 의대 전체 평균을 상회해야만 한다. 의대에서 연구 업적 등 ‘확실히’ 검증된 인재를 선발할 것을 요구해 심사에 만전을 기했다. 십여 명의 지원자 중 5명이 후보 기준에 들더라. 이 중 2명이 정신과에 최종 지원했고 심사를 통해 ㅎ지원자가 후보로 선정됐다. 내가 추천서를 써줬다. 곧 의대 인사위원회에 ㅎ후보의 법인교수 채용 안건을 올렸고, 의대 인사위원회는 만장일치로 ㅎ후보를 최종 선택했다. 

(취재 결과 ㅎ후보는 정신과 법인교수 19명 중 해외학회 등 불참한 2명을 제외한 17명에게서 13표를 얻어 과 추천 대상자로 선정됐다.)  

-그런데 대학본부 인사위원회에서 문제가 생겼다. 

△본부 인사위원회에 ㅎ후보의 채용 건이 상정되지 않았다. 성낙인 총장이 교수 선정에 문제가 있다며 제동을 걸었다. 당시 교무처는 본부 인사위로 넘어가기 전 별도의 심사 단계가 있고 여기서 상정이 불발됐다고 주장한다. 이는 사실과 다르다. 본부 인사위 전에 후보자에 대한 행정적인 검토가 이뤄지긴 하지만, 교수 후보에 대한 평가가 이뤄지는 절차가아니다.  

-전체 채용 단계에서 볼 때 행정 검토 역시 후보자 판단의 일환 아닌가.  

△아니다. 단순 행정 절차일 뿐이다.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이런 적이 없었다. 후보자에 대한 평가는 인사위원회의 역할이다. 의대 인사위까지 이미 통과한 후보에 대해 본부 인사위에 상정할지 말지를 평가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알아보니 성 총장이 당시 ㄱ교무처장에게 본부 인사위에 상정하지 말 것을 종용했다고 하더라. ㄱ교무처장은 자초지종을 알고 싶다며 내게 ‘정신과 교수 공채 과정 경위서’를 보냈다. 

-경위서를 보면 교수 채용공고가 두 차례 나간 것을 문제 삼고 있다.

△핑계다. 채용공고가 두 번 나간 것을 불법인 것 마냥 트집 잡는 것이다. 의대 타 과에서도 채용공고가 여러 차례 나간 적이 있었다. 그간의 경과를 정리해 답변을 보냈지만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 당시 ㄱ부총장을 비롯한 집행진 대다수 이 사안의 문제점을 알고 있었다. 상정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컸지만 성 총장은 정신과 교수 채용안을 끝내 본부 인사위에 올리지 않았다.

(경위서에 따르면 정신과 법인교수 채용은 2015년 3월 26일, 5월 7일 및 14일 등 3회에 걸쳐 과내 법인교수 회의를 통해 논의됐다. 추천자 선정을 위한 과내발표회는 같은 해 6월 4일 진행됐다. 또한 서울대 의대에서는 2012년 1차 교수 채용 시 재공고가 나간 전례가 있으며 정신과의 경우, 2015년 2학기 기금교수 채용 공고를 미룬 바 있다. 권 교수는 정신과내 발표회와 투표절차를 거치지 않고 교수로 임용된 사례는 전무하다고 밝혔다.) 

-2016년 1학기에도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2015년 2학기 공채가 무산되자 6개월만 기다리자는 의견이 있었다. 다음 학기에는 해결될 줄 알았다. 2016년 1학기에는 과 내 프로세스에 ㅎ후보만 지원, 의대 인사위에서도 통과됐지만 본부 인사위 상정은 또 이뤄지지 않았다. 

(정신과 교수들이 작성한 사실확인서에 따르면 법인교수 채용에 대한 정신과 법인교수 회의는 2015년 9월 18일에 열렸다. 이날 회의 결과 ㅎ후보에 대한 과내 선정 과정을 거치지 않기로 합의됐다. 사실확인서에는 6개월 내 ㅎ후보의 업적에 변화가 없는 점이 고려됐다고 적시돼 있다. 정신과는 ㅎ후보에게 주임교수의 추천서를 써주기로 합의했다.)

-이번에는 왜 본부 인사위 상정이 불발된 것인가.

△성 총장이 ‘6개월 전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고 말했다고 하더라. 교무처장을 비롯해 대부분 상정을 강하게 요구했지만 성 총장은 거부했다. 교수 채용은 다시 무산됐다. 

-공식적인 문제제기를 해야겠다고 결심한 건 이때부터인가. 

△주임교수 재직 시 성 총장에게 이 사안을 설명코자 수차례 만나길 청했지만 만나주질 않았다. 해당 채용 건에 문제가 있다고 상정을 거부한 사람은 성 총장 아닌가. 2016년 7월 6년 동안 재직했던 주임교수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제는 이 문제를 이야기할 수 있겠다고 판단했다. 

“성낙인 총장이 서울대 인사를 주무르고 있다”

-권 교수는 ‘정신과 교수 공채 관련 질의서’를 ㄱ교무처장에 보냈다.  

ㄱ교무처장으로부터 받은 답변에는 본부 인사위 상정 전 ‘총장이 신규 채용 후보자를 심사 및 선정’한다는 절차가 포함돼 있었다. 이 절차는 성 총장이 임의대로 교수 채용을 좌지우지하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ㅎ후보 입장에선 기막힌 노릇 아닌가.

결국 행정소송을 시작하더라. 만약 본부 인사위에서 탈락하면 이를 후보자에게 통보해야 한다. 합격 및 탈락 여부 정도는 알려줘야 한다. 후보자가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탈락 사유를 요청하면 교무처는 이를 받아들여야 한다. 그러나 현재 대학은 묵묵부답이다. 그저 ‘뭉개고’ 있는 것이다. ㅎ후보가 정보공개청구를 신청했지만 대학 측은 인사문제라 밝힐 수 없다고 버텼다. 급기야 ㅎ후보가 거듭 교육부에 민원을 넣자 ‘심사위원회’를 통과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답변이 왔다. ‘정신과 교수 공채 관련 질의서’ 답변에 문제가 될 것을 염려, 있지도 않은 심사위원회를 거론한 것이다. 

-성 총장의 인사개입이 ‘심사위원회’로 둔갑된 것인가.  

심사위원회의 실체가 불분명하다. 존재하지 않는 위원회다. 서울대 내규에 이와 관련해 어떠한 규정도 없다. 성 총장의 직권남용으로밖에 해석할 수 없다. 

-정신과 법인교수들이 사실확인서를 작성했는데. 

△‘이건 말이 안 된다’며 정신과 교수들은 상당히 분개했다. 사실확인서에 얼마나 교수 후보 심사가 공정했는지를 소상히 밝히고 각자 서명을 했다. 그리고 성 총장에게 보냈다. 

-전임 총장 시절에도 이 같은 일이 있었는가.  

△없었다. 성 총장이 취임 이후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 탄핵이 고려될만큼 중대한 사안이다. 다수가 거듭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절차를 무시한 직권남용이라는 것이다. 

-왜 성 총장이 이 같은 결정을 했다고 보는가.   

△서울대 법인화 이전 직선 투표로 총장 선출시 성 총장은 두 번 탈락했다. 의대 때문에 떨어졌다고 판단하는 것 같았다. 의대와 공대가 표를 제일 많이 갖고 있는 터라 입버릇처럼 ‘의과대학 때문에 (총장이) 안됐다’고 말하곤 했다. 취임 이후 이 건이 눈에 들어온 것이다. 이른바 ‘길들이겠다’는 것 아니겠는가. 

-이 말대로라면 성 총장을 견제할 기구나 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얘기인데.

△그렇다. 교수협의회 등에서 모니터링을 하지만 법인화됐기 때문에 견제 장치는 사실상 전무하다. 서울대는 개인 회사가 아니다. 총장은 공적 프로세스에 따라 주요 결정을 내려야한다. 특히 인사 문제는 더욱 절차를 준수해야 한다. 임의대로 인사에 관여하면 안 된다.

-해당 사안이 서울대 의대의 자율성에 어떤 영향을 준다고 판단하나. 

△정신과의 문제이자 의대의 문제이기도 하다. 의대 인사위를 무시하는 처사다. 성 총장은 의대의 결정을 제멋대로 깨뜨리고 있다. 

angel@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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