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김종갑 한국민주시민교육학회 이사

기사승인 2017-05-15 16:52:32
- + 인쇄

  독일식 정당명부제의 도입논의가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대선 전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해 국민의당, 정의당 등 3당의  선거제도 개혁공약이 독일식 정당명부제를 도입하자는 것이었다. 무엇보다 거대정당이자 현 집권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독일식 도입에 긍정적이라는 사실은 매우 고무적이다

  독일식 정당명부제는 정당득표를 기준으로 총의석을 정하는 방식이다. 총의석 중 정당별 배분의석을 정하고 지역구의석을 먼저 채운 후 나머지 의석이 비례의석이 되는 방식이기 때문에 비례성이 높다. 그러나 높은비례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충족돼야 할 조건이 있다. 바로 정당의 배분의석보다 지역구의석이 많아 발생하는 초과의석(overhang seat)의 발생을 차단할 수 있어야 한다. 초과의석은 의원정수의 유동성을 초래하는 문제를 보일뿐만 아니라 정당간 그리고 권역간 불비례성을 초래하는 원인이 된다.

  초과의석은 비례의석의 비율에 의해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다. 지역구의석 대비 비례의석의 비율이 높을수록 초과의석의 발생가능성이 낮아진다. 현재 우리의 선거제도와 같이 지역구 대비 비례의석의 비율이 5.4:1의 수준이라면 초과의석이 과다하게 발생하는 것은 막을 수 없다. 지난 20대 총선에 현행 의석비율로 독일식 정당명부제를 적용했을 때 63석의 초과의석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비례의석의 비율을 1.6:1 수준으로 상향조정해도 초과의석은 26석이나 발생한다.

  따라서 향후 독일식 정당명부제의 도입논의에서 가장 주안점을 둬야 할 부분은 초과의석을 효과적으로 차단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다. 초과의석의 발생을 차단하면서 비례성은 최대화할 수 있는 방안, 또 비례성은 높이되 비례의석의 비율을 최소화할 수 있는 지점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비례의석의 비율을 높이는 것은 지역구의석을 축소하거나 총의석을 확대해야 하는 문제로 이어지기 때문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

  초과의석의 발생을 차단하는 하나의 해법으로 지역구의석보다 총 배분의석을 실제보다 높게 설정하여 의석배분을 실시한 후 다시 늘어난 의석수만큼 감산하는 가상의석방식(hypothetical seat method)을 고려해볼 수 있다. 20대 총선에 지역구와 비례의석의 비율을 1.6:1로 설정하고 현행 독일식을 적용하면 26석의 초과의석이 발생하지만, 가상의석방식으로 독일식을 적용하면 초과의석을 완벽히 차단할 수 있다. 동시에 비례성도 전면적 비례제와 동일한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 선거제도 전문가인 독일 캠니츠대(TU Chemnitz) 에릭 린하르트 (Eric Linhart) 교수는 필자의 가상의석방식이 독일식 비례제에서 발생하는 초과의석 문제의 해법으로 유의미하다(“the general idea makes sense in my opinion”)고 평가했다.

  다만 가상의석방식을 적용하기 위해서는 비례의석의 비율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설정해야 한다. 선거결과에 따라 차이를 보일 수 있으나 20대 총선의 경우 지역구와 비례대표의 비율이 최소 1.6:1 이상이어야 가상의석방식을 적용했을 때 초과의석이 차단되는 효과가 나타난다. 그러나 지난 20대 총선이 유독 초과의석이 대폭 발생할 수밖에 없는 비정상적인분할투표 성향을 보였다는 점에서 향후 총선에서는 비례의석의 비율을 1.6:1보다 낮춰도 가상의석방식을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