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의약품 리베이트, 영업사원만의 책임일까

기사승인 2017-05-18 00: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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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의약품 리베이트, 영업사원만의 책임일까[쿠키뉴스= 조민규 기자] 최근 S의원에 대한 의약품 리베이트 제보가 들어왔다. 10여개에 달하는 제약사가 의약품 처방을 대가로 현금 등의 불법 리베이트를 제공했다는 주장이었다. 

수년전 일이라 해당 영업사원들은 퇴사를 했거나 다른 지역에서 영업 중이다. 때문에 제약회사측도 사실파악이 쉽지 않다고 해명했다.

불법 리베이트 과정을 취재할 때마다 듣는 것은 제약사 영업사원만 아는 사실이라는 점이다. 받은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어떤 제약사는 영업사원의 일탈로 치부하기도 한다. 실제로 회사는 몰랐을 수 있지만 영업 시스템상 영업사원에게 책임을 전가할 수 있도록 돼 있어 회사측은 모르쇠로 일관하는 것이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다.

여기서 생각해볼 점은 불법 리베이트가 영업사원만의 문제인가 하는 점이다. 영업사원이 회사 돈이든, 자비로 지출한 것이든 중요하지 않다. 하지만 돈을 전달한 당사자라는 점에서 기본적인 책임은 영업사원이 책임을 지는 것은 당연하다.

때문에 일부 제약영업 직원들은 이러한 책임을 감당하지 못해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경우도 있어왔다.

이들은 왜 리베이트를 제공할 수밖에 없을까. 모든 영업직이 마찬가지이겠지만 영업직은 매달 실적을 정하고 목표치를 채우려 노력한다. 특히 영업사원의 매출은 회사의 매출과 직접 연관이 있기 때문에 회사의 압박도 적지 않다.

때문에 예전에 어떤 제약사 영업사원으로 입사하면 억대 연봉을 받을 수 있다는 이야기도 돌았다. 억대 연봉속에 의약품 판매 촉진을 위한 비용을 포함시킨 것이다. 회사로서는 영업사원에게 많은 급여를 보장한다는 긍정적인 이미지를 얻으면서 책임을 회피할 수 있는 방법으로 일부 제약사에서 활용한 사례다.

그렇지만 영업사원의 책임은 변하지 않았다. 예전에 서울의 한 제약사 앞을 지나간 적이 있었다. 당시 무슨 회의가 있었는지 십여명의 제약사 직원들이 밖에서 이야기를 하고 있었는데 대화 내용이 궁금해서 그들 옆에서 가만히 들어본 적이 있다.

“여기 병원은 가도 들어오지를 못하게 하네. 방법이 없을까” “난 좀 이따 인천공항으로 가야 돼. 담당 병원의사가 (해외) 학회 갔다 오늘 돌아온다고 했거든” “난 지난주에 갔다 왔는데” “난 이번 주말에 (의사가 골프장에) 나가기로 예약돼 있다”

이들의 이야기는 영업 방법에 조언을 구하는 것을 비롯해 다양한 영업사원의 비애가 가득 담겨 있었다. 수년전 이야기라 현재 제약영업 환경은 많이 바뀌었지만 여전히 현장에서의 영업사원의 책임은 가볍지 않다. 때문에 복제약 판매에 의존하는 국내 제약환경에서는 새로운 영업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지만 실질적인 대안은 없는 상황이다.

불법 리베이트에 대한 정부의 처벌이 강화되면서 모든 제약사들이 CP를 강화하고 있다. 하지만 실적을 강조할 수밖에 없는 환경상 영업사원들의 일탈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제약영업이 의약품의 퀄리티가 아닌 영업사원의 부담으로 작용하는 시스템의 근본적인 변화가 시급한 이유다. 

정부는 병의원이 의약품의 처방을 대가로 리베이트를 제공받지 않도록 하는 것은 기본이고, 제약 영업사원이 리베이트를 제공하지 않아도 영업을 할 수 있도록 영업환경을 지원해주는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 그 후에 리베이트를 제공하거나 받는 자에 대해서는 강한 처벌도 마련돼야 한다.

제약사는 영업직원이 리베이트를 제공하지 않고 영업을 할 수 있도록 좋은 약을 개발하고, 정상적인 영업활동을 할 수 있는 지원책을 마련해 정부에도 요청하는 것이 필요하다.

불법 리베이트 사건이 터질 때마다 제약산업 자체가 위축이 된다. 때문에 이제는 구시대적인 영업 관행에서 탈피해 좋은 약을 환자에게 적절하게 사용할 수 있는 환경마련을 마련하는 것이 제약산업을 진짜 국가 기반산업으로 만들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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