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미래부 개편, 성장 동력은 꺼뜨리지 않아야

기사승인 2017-05-21 0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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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미래부 개편, 성장 동력은 꺼뜨리지 않아야

[쿠키뉴스=김정우 기자] 정부조직 개편과 관련된 문건이 공개되면서 미래창조과학부의 향방에 대한 관심이 한층 커졌다.

행정자치부에서 문재인 대통령에 올린 보고라는 설명을 달고 떠돌기 시작한 문건은 이전부터 현 정부가 추진할 방향으로 알려진 바와 크게 다르지 않은 내용을 담고 있었다. 중소‧벤처기업부 신설, 소방‧해양경찰청 부활, 외교통상부 확대, 미래부 개편, 대통령 광화문 업무, 미래부‧행자부 세종시 이전 등이다. 행자부는 확정된 것이 없다고 밝혔지만 그럴듯한 내용으로 받아들여졌다.

전 정부의 핵심 정책 중 하나였던 ‘창조경제’ 주무부처였던 미래부에 닥쳐올 변화는 일찍부터 예견된 바다. 하지만 창조경제와 문화융성 사업이 ‘최순실 게이트’로 얼룩진 것 때문만은 아니다.

미래부는 크게 과학기술과 ICT(정보통신기술)라는 두 축으로 나눠져 기능해왔다. 각각을 담당하던 과기부와 정통부가 미래 성장을 위한 동력 확보라는 큰 그림 아래 합쳐졌던 것이다. 원천기술 확보와 이를 활용한 ICT 산업 융성이라는 선순환 구조를 기대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번 문건을 포함해 최근 가장 힘을 얻고 있는 시나리오 중 하나는 미래부의 이 같은 기능을 다시 나누는 것이다. 어떤 부처에 어떤 형태로 기능이 나눠질지, 미래부가 얼마나 존속할지는 알 수 없어도 꽤나 무게가 실리고 있다.

그 동안 미래부의 과학기술‧ICT 분야가 따로 노는 모양새였다는 것은 알 만한 사람은 아는 얘기다. 바이오, 소재 등 오랜 기간이 요구되는 원천기술을 다루는 과학 분야와 급변하는 ICT 산업이 호흡을 맞추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었다.

정답은 없지만 무턱대고 융합을 기대하는 것도 효율적이지는 않았다. 오히려 산하 기관들의 연구 성과가 중소기업 이전에 집중되는 부분부터 창조경제 스타트업 육성, ‘4차 산업혁명’을 위한 제조업 관련 분야 등 여러 미래부의 기능이 산업부, 중기청 등의 업무와 겹쳤다. 미래부가 열심히 뛰어도 온전한 사령탑이 되기에는 위치가 애매했다.

이런 점을 감안할 때 미래부의 과학기술‧ICT 분야를 분리하고 특히 창조경제혁신센터와 같은 스타트업 육성 과제를 신설 중소‧벤처기업부 등으로 통합시키는 안은 설득력이 있다.

다만 통합에 어려움이 있듯 부처를 나누는 것도 모든 문제를 자동으로 해결해주지 않는다. 애당초 미래부를 포함한 각 부처 기능의 대부분은 완전히 분리되기 어렵기 때문에 공조가 중요한 것이었다. 필요하다면 과제를 주도할 부처를 격상해 사령탑으로 세우고 성과에 연연하지 않는 협업을 가능케 해야 한다.

오히려 기능을 분리하며 겨우 시동이 걸린 성장 동력을 꺼뜨릴 가능성도 있다. 불안함을 감출 수 없는 창조경제혁신센터 육성 스타트업들이 좋은 예다. 새로운 부처가 맡게 돼도 연속성 있는 지원이 이뤄져야 정권이 바뀔 때마다 특정 업종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현상을 막을 수 있다.

마찬가지로 과학기술과 ICT를 분리해도 어느 한 쪽도 소홀해서는 안 된다. 과학기술은 성과주의 채찍질에서 자유롭게 해주고 ICT는 파괴적인 시장 변화에 어울릴 수 있도록 받쳐줘야 한다. 관리를 위한 행정 편의만 추구한다면 달성할 수 없는 부분이다.

시장경제 영향 아래 있는 기술과 산업을 정부 부처가 완전히 주도할 수는 없다. 다만 각 부처는 맡은 분야에서 족쇄를 풀어주고 중앙정부는 부처의 장벽이 성장을 가로막지 않게 정무조정 능력을 보여주는 것이 필요하다.

tajo@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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