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병, 범죄율 낮고 치료 가능한 병…“적극 치료할 환경 개선돼야”

30일 ‘새 정신보건법’ 시행…인권보호‧차별해소 등 근거 마련

기사승인 2017-05-23 00: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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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뉴스=박예슬 기자] 최근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고 있는 조현병 등 정신질환자의 범죄율이 일반인에 비해 오히려 높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조기에 발견해 잘 치료만 하면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보건복지부와 국립정신건강센터는 오는 30일 새롭게 개정된 정신건강복지법 시행을 앞두고 이같은 결과를 22일 발표했다.

지난 18일 국립정신건강센터에서 열린 정신건강복지법 기자간담회에서 최성구 국립정신건강센터 의료부장은 “전반적으로 정신건강 문제에 있는 사람들의 범죄율이 일반인보다 더 낮다”며, “잘 치료받을 수 있도록 여러 가지 방식을 통해 정신질환자가 관리될 수 있도록 해야 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신질환, 환자 많은데 치료 소홀…환경 및 인식 개선 필요

정신질환 중에서도 최근 가장 큰 문제는 조현병이다. 조현병은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의 과잉으로 인해 생기는 질환으로, 사고, 감정, 지각, 행동 등 인격의 여러 측면에 걸쳐 광범위한 임상적 이상 증상을 일으켜 주로 환각이나 망상 등이 주요 증상으로 나타난다.

조현병 치료를 위해서는 약물치료와 심리사회적 치료가 있다. 약물치료는 환자의 재입원을 낮추는 가장 강력한 치료로 매우 효과적이며 환자들의 증상을 경감시키거나 해소할 수 있다. 심리사회적 치료는 현실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도와주며, 약물의 규칙적‧지속적인 복용을 도와주고 재발을 막는 효과가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정신건강에 대한 소극적인 치료가 만연해 조기 발견 및 치료가 어려운 현실이다. 복지부가 발표한 2016 정신질환실태 역학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 중 4명 중 1명이 정신건강 이상을 경험하는 것으로 나타난 반면, 정작 정신의료 서비스를 이용하는 비율은 15%밖에 되지 않아 미국(39.2%), 뉴질랜드(38.9%) 등 선진국에 훨씬 못 미치는 수준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강제입원을 비롯해 정신질환자 차별, 사회 복귀의 어려움 등 정신 치료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이유로 꼽을 수 있다. 최성구 의료부장은 “종합병원 입원기간은 평균 77일인 반면, 정신병원 입원기간은 488일로 환자들이 무려 1년을 넘게 밖으로 나오지 못하고 병원에서 생활하고 있다”며, “특히 비자의입원의 경우 선진국은 15% 정도로 환자가 사회에서 함께 살도록 노력하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2015년 기준 65%로 대부분의 환자들이 병원 안에 있다”고 지적했다.

이때 중요한 점은 강제 입원한 경험이 있는 사람은 다시 치료를 받지 않으려는 경향이 높다는 것이다. 따라서 자유의사를 반하는 입원형태가 아닌 환자 스스로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퇴원 후에도 치료 순응도가 늘어난다는 게 최 의료부장의 설명이다.

조현병, 범죄율 낮고 치료 가능한 병…“적극 치료할 환경 개선돼야”

실제로 조현병 재활 치료를 받는 30대 남성 A씨는 “강제입원을 할 때 억지로 구속당하는 것 같아 어떻게든 안 들어가려고 했다. 처음에 갔던 병원은 시설도 너무 열악하고 창문도 없어서 많이 답답했다”고 털어놨다.

조현병 호전 상태인 20대 여성 B씨도 “내가 스스로 아픈지 모르기 때문에 ‘나는 아프지 않은데 왜 입원을 해야 되지’라는 생각이 많았다. 그래서 무조건 나가고 싶은 생각이 많았다”고 고백했다.

B씨의 어머니는 “조현병이 치료가 확실히 되는 병인데, 그동안 잘 몰라서 진작 더 빨리 치료하지 못해 오래 고생시킨 것 같아 아쉽다”며, 이러한 사실을 많은 사람들이 알았으면 좋겠고, 정신질환 치료에 있어 가족뿐만 아니라 의료기관이나 국가에서도 도와주길 바란다”고 토로했다.

◇새 정신건강복지법, 강제입원 절차 개선으로 인권강화 중점

오는 30일부터 시행되는 ‘정신건강복지법’은 위와 같은 부분들을 보완하고자 개정됐다. 특히 정신질환으로 인해 강제입원 되는 환자들이 억울한 입원을 당하지 않고 최소한의 인권을 보장하기 위한 내용을 중점으로 담고 있다.

개정된 법안에 따르면 강제입원시 입원병원 전문의 1인 외에 다른 의료기관 소속의 전문의에게 추가 진단을 받도록 하고, ‘입원적합성심사위원회’의 적합성 여부를 심사를 받도록 규정했다.

차전경 복지부 정신건강정책과장은 “그동안 인권, 복지 상황, 삶의 질 등이 많이 변화했지만 정신보건법은 20여년 동안 그대로였다”며, “지금까지는 강제입원 문제를 비롯해 우울증 진료만 받아도 자격증 제한이 많았고, 관련 복지서비스나 재활치료에 대한 부분도 부족해 여러 피해사례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따라서 이번 개정을 통해 강제입원 절차를 개선하고, 차별 해소와 복지서비스 등의 근거를 마련했으며, 아울러 동의입원 조항도 신설했다. 인권뿐만 아니라 안전을 위한 부분도 많이 포함됐다”고 덧붙였다.

정신질환 치료가 더 어려워지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차 과장은 “그렇지 않다. 우리나라의 경우 강제입원이 60~70% 정도인데, 일단은 강제입원 시키고 본다는 경향이 있어서 그렇다”며 “올해 정신건강센터가 16개 더 늘어나고 내년에도 더 확대할 예정이다. 센터가 정신건강의 허브 역할을 하도록 하고 프로그램화 해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강립 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이번 개정안은 정신질환자에 대한 사회제도를 어떻게 지원하고, 단순히 의학적 치료뿐만 아니라 지역사회로 복귀할 수 있는 장치를 할 수 있는데 큰 가치가 있다고 본다. 특히 남을 해할 가능성이 없는데도 억울하게 강제입원 되는 사례를 최소화하는 게 주안점”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물론 쉽게 이뤄지는 간단한 일은 아니지만, (개정안이) 적어도 정신질환에 대한 올바른 인식과 아울러 정신질환자들이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yes228@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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