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인터뷰] '대립군' 이정재 "은퇴에 대한 두려움, 항상 있다… 원동력이기도"

기사승인 2017-05-24 16:5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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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인터뷰] '대립군' 이정재 [쿠키뉴스=이은지 기자] ‘잘 사는 것’에 대한 기준은 모두 다르겠지만 유독 그 기준이 궁금해지는 사람들이 있다. 배우 이정재도 그 중 하나다. 주옥같은 작품들을 굳이 주워섬기지 않아도 이제는 대한민국 대부분의 사람들이 아는 대체 불가한 배우. 언뜻 우아하거나 기품 있게만 살 것 같은 사람에게 ‘잘 사는 것’의 기준은 무엇일까. 영화 ‘대립군’(감독 정윤철)의 개봉을 앞두고 서울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마주앉은 이정재는 “잘 사는 삶은 시간을 잘 쓰는 삶”이라고 말했다. 

“우리는 모두 다 행복해지고 싶어 하잖아요. 행복의 기준에 따라 자신이 가진 시간을 일하는 데 쓸 것인지, 가족과 보낼 것인지, 취미생활에 쓸 것인지에 효율적으로 결정하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그 시간을 어디다 써야 행복한지 본인들이 가장 잘 알잖아요. 시간을 잘 쓰는 사람이 가장 멋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그렇게 말하는 이정재 본인이 가장 많이 시간을 할애하는 부분은 노력이다. 오랜 시간 연기한 만큼 많은 이들이 아는 유명인이 됐지만, 반면 너무 많이 보여줬기 때문에 새로운 모습을 매번 대중에게 보여줘야 하는 부담감이 있다.

“제 얼굴을 비롯해서 제가 가진 감성부터 연기까지 너무 많은 걸 보여드렸어요. 그렇지만 계속해서 또 다른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도 가지고 있죠. 그러다 보면 어쩔 수 없이 연기를 파게 돼요. 내 안에 가진 것으로 연기를 만들어내는 것보다는 새로 공부하고 파는 것으로 연기의 원천을 만들게 됐죠. 이건 제가 어릴 때부터 점점 어려워졌던 부분이고, 앞으로도 더 어려워질 것 같은 것들이에요. 제게 어떤 역할이 오게 될지 잘 모르니까 저를 최대한 잘 연마해야 하거든요.”

‘대립군’은 그런 이정재에게 또 다른 지평을 열어준 작품이다. 시나리오를 본 후 ‘이런 영화가 근래 또 있었나?’하는 생각이 들었고, 좋은 사극 영화가 나오겠다는 기대 또한 작용했다. 500년 전 이야기지만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시대에서도 느껴지는 여러 갈등이 작품에 있었다고 이정재는 말했다.

“역사적 사실을 기반으로 했지만 사실 리더는 무엇이며, 누가 좋은 리더를 만들 수 있느냐가 영화의 주제예요. ‘두려움’이라는 주제도 영화에 많이 녹아있죠. 저도 항상 작품에 임하기 전에 두려움을 느끼거든요. 사람들은 항상 여러 상황에 따라 두려움을 가지게 되는데, 그게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주제이길 바랐어요.” 사람이 살면서 두려움을 맞닥뜨렸을 때 어떻게 맞서고 어떻게 극복하느냐에 주목했다는 이야기다.

두려움이라는 말에 관해 이정재는 ‘은퇴’라는 단어를 꺼내들었다. 데뷔 24년 차, 꾸준히 스타였던 이정재에게서 나오는 화두로는 조금 놀랍다. 그러나 이정재는 “항상 은퇴와 슬럼프라는 두려움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저를 포함한 모든 배우들은 자신의 은퇴 시점을 정확히 몰라요. 정년이 있는 직업이 아니니까. 뒤늦게 ‘아, 작년이었구나,’혹은 ‘지난달이었나?’하는 식으로 늦게 알게 되죠. 저도 언젠가 그렇게 뒤늦게 깨닫게 될 날이 올까 싶어요. 인지도나 유명세도 마찬가지죠. 한 작품을 통해 인지도가 올라갈 때도 있고, 오히려 내려가게 될 때도 있는데 그 굴곡이 워낙 심하니까 한두 번 실패가 이어지면 점점 두려움이 커져요. 성공하게 돼도 다음에는 실패가 오게 될지 모른다는 두려움은 항상 있죠.”

그렇다면 두려움을 극복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이정재는 “두려움을 에너지로 삼는다”고 밝혔다. “저는 남들에 비해 좋은 입지나 유명세를 누리고 있잖아요. 두려움이 없다면 제 일에 대한 소중함이나 대중의 사랑에 대한 감사함이 좀 덜할 거예요. 두려움에서 우러나오는 감사와 소중함을 원동력 삼아 연기하는 거죠.”

‘대립군’은 오는 31일 개봉한다. 

onbg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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