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하림그룹, ‘상장’ 대어 낚으려면 의혹 파쇄부터

기사승인 2017-06-09 0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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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하림그룹, ‘상장’ 대어 낚으려면 의혹 파쇄부터[쿠키뉴스=조현우 기자] 논어(論語)의 옹야편에는 ‘행불유경’이라는 말이 있다. 의인은 길을 갈 때 지름길이나 뒤안길 대신 큰 길로 간다는 말로 행동을 공명정대하게 함을 비유하며 이르는 말이다.

현재 하림그룹은 상장을 앞두고 김홍국 회장의 장남 김준영 씨에 대한 편볍 경영승계논란에 몸살을 앓고 있다. 증여세 축소와 회삿돈 대납, 일감몰아주기 등 의혹이 점철된 상태다.  하림그룹이 상장을 통한 글로벌 식품기업으로의 도약을 천명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의혹을 투명하게 밝히는 것이 우선이다.

김홍국 회장의 장남인 김 씨는 하림그룹 지배계층 최상위에 위치한 제일홀딩스의 지분을 44.60% 보유해 사실상 10조원대 자산을 가진 하림그룹을 손에 쥐고 있다. 현재 제일홀딩스의 1대주주는 41.78% 지분을 가진 김홍국 회장이지만 김씨는 올품과 한국썸벧의 지분을 100% 가지고 있다. 두 자회사가 가진 제일홀딩스의 지분을 모두 더하면 총 44.60%가 된다.

김 씨는 2012년 아버지인 김홍국 회장으로부터 올품(구 한국썸벧판매)의 지분 100%를 물려받으면서 100억원대 증여세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증여세는 지난해 올품이 지분의 100%를 가지고 있는 김 씨를 대상으로 6만2500주의 유상감자를 실시해 지급한 100억원으로 납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상감자란 주주가 회사에 본인 주식을 팔고 회사로부터 돈을 받는 방식을 말한다. 결국 김 씨는 올품의 지분 100%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회사로부터 100억원을 받아 증여세를 납부한 셈이다.

올품의 매출은 증여 이전인 2011년과 2012년 각각 709억원과 861억원에서 증여 이후인 2013년 3464억원으로 388% 이상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증여 이후 지난해까지 4년간 올품의 매출은 총 1조4807억원에 달한다. 

면면을 살펴보면 일감몰아주기라는 지적을 피하기는 어렵다. 김 씨는 2012년 김홍국 회장으로부터 내부거래율이 80%에 달하던 한국썸벧판매를 증여받았다. 증여 2년 전인 2010년 한국썸벧판매의 매출 814억원 중 관계회사 매출액은 84.9%에 달하는 691억원이었다. 2011년은 79.3%, 2012년 84.5%로 사실상 내부거래로 성장한 회사다.

80%를 넘나들던 내부거래율은 김 씨가 한국썸벧판매를 증여받은 뒤 2013년 옛 올품과 합병하면서 20%대로 급락한뒤 유지해왔다. 이는 전체 내부거래율이 줄어들었다기보다 2.2%에 불과했던 옛 올품과 합쳐지면서 수치상으로 낮아진 결과다.

2011년 증여 직전 한국썸벧판매의 자산규모에 해당하는 증여세를 납부하고, 그 이후 그룹차원으로 올품을 성장시켜 이득을 취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상장으로 인한 이익도 있다. 제일홀딩스는 오는 12일 공모가를 확정한 뒤 20일경 청약을 받을 예정이다. 희망공모가 밴드는 2만700원에서 2만2700원으로, 공모가가 최상단 밴드인 2만2700원으로 결정된다면 시가 총액은 1조6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하림 측은 성공적인 상장을 통해 글로벌 식품기업으로 재도약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하기도 했다. 

과거 김 회장은 하림그룹의 성공적인 경영을 ‘운’이라고 겸양해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틀에 짜 맞춘 듯 신속하게 진행된 경영승계 의혹은 단순히 운이라는 말로 모두 설명할 수 없다.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면서 소비자들이, 국민들이 원하는 도덕적 잣대는 높아졌다. 김 회장과 하림그룹 입장에서는 ‘해명’이라는 말 자체가 억울할 수 있다. 그러나 의인은 뒤안길을 걷지 않는다는 말처럼, 명명백백하다면 큰 길에서 명확히 의혹을 파쇄해야 한다.

akgn@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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