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보냈지만 어딘가 살아 숨쉬길”

기사승인 2017-06-25 00: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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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뉴스= 조민규 기자] “우리 딸이 어딘가에 살아 숨 쉴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해요.”

한국장기조직기증원에서 지난 14일 열린 기증자 유가족 자조 모임에 참석한 박정순(48)씨가 하늘에 있는 딸에게 그림엽서를 만들기 시작했다. 딸의 사진 옆에 꽃과 색색의 종이로 꾸민 엽서에는 그동안 하고 싶었던 마음의 이야기도 함께 담았다.

박씨는 “우리 딸이 이쁘고 춤과 노래를 좋아했었다. 갑작스런 사고로 너무 어린 나이에 떠나보내기 아쉬워 기증을 선택했고, 어딘가 살아 숨 쉰다는 위로에 버틸 수 있었던 것 같다”며, 딸이 좋아하던 노래를 본인이 대신해서 불러주겠다는 생각으로 기증자 유가족, 수혜자 등이 함께 하는 ‘생명의 소리 합창단’에서 활동하고 있다며 활짝 웃어 보였다.

이날 행사는 생명을 나눈 기증자 가족 중 총 19가족 25명이 모여 미술 치료와 함께 기증사례 나눔을 했다. 

서울심리지원센터 소속이자 명지대 사회교육대학원 예술심리치료학과 박은선 주임교수는 “기증자에게 마음을 담아 편지를 쓰는 행위만으로도 마음에 위안을 얻을 수 있다며 특히 생명을 나누는 좋은 일을 하신 분들이어서 더 마음이 쓰인다”며 이들의 마음을 위로해주려고 노력했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조원현 이사장은 외과의사로서 오래 전 교통사고로 뇌사 상태가 되어 기증을 했던 첫 기증자의 수술 사례를 이야기 하며 그 가족을 지금까지도 잊지 못한다며, 감사와 존경의 마음을 표현했다. 

“떠나보냈지만 어딘가 살아 숨쉬길”기증자 유가족을 관리하는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기증 후 기증자에 대한 그리움으로 힘들어하는 가족들을 위해 자조 모임을 열고 있다. 이날 박정순씨는 마음속에 담아두었던 이야기, 특히 딸이 독립해 혼자 살다가 교통사고를 당한 것이 본인 탓으로만 여겨져 죄책감에 시달리고 있었는데 “딸에게 사과하는 편지를 썼다. 별거 아닌 줄 알았는데 막상 쓰고 보니 마음이 개운하다”며 웃었다. kioo@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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