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국민의당 ‘문준용 의혹 조작’ 파문…새정치 외치던 초심 어디로?

국민의당 ‘문준용 의혹 조작’ 파문…새정치 외치던 초심은 어디로?

기사승인 2017-06-28 14:2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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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뉴스=이소연 기자] “낡은 정치는 스스로 물러나지 않는다. 사람과 판을 바꿔야 진짜 정치가 시작된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는 지난해 2월 국민의당을 창당하며 한국 정치의 판을 바꾸겠다고 선언했습니다. 국민의당은 안 전 대표의 브랜드였던 ‘새정치’를 업고 성장했습니다. 기존 정치와는 다른 혁신을 주창했죠. 

그러나 현재 공들여 쌓은 탑이 무너질 위기입니다. ‘문준용 의혹 조작’ 사건이 일파만파 커지고 있습니다. 그간 국민의당이 비판해왔던 낡은 정치보다 훨씬 구태의연한 행태를 보여줬다는 지적이 일고 있습니다.   

검찰은 28일 오전 국민의당 당원인 이유미씨와 이준서 전 국민의당 최고위원의 주거지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했습니다. 이씨는 지난 대선 당시 문재인 대통령의 아들 준용씨의 한국고용정보원 입사 특혜 의혹 관련 육성 증언 파일과 카카오톡 캡처 화면 등을 조작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이 전 최고위원도 해당 혐의에 연루됐다는 의혹이 제기된 상황입니다. 

국민과 정치권은 충격에 빠졌습니다. 이씨가 조작한 파일 등은 지난달 5일 국민의당에서 “문씨의 취업 특혜 의혹을 뒷받침할 확실한 증거”라며 제시한 자료입니다. 당시 해당 자료를 폭로했던 김성호 전 국민의당 공명선거추진단 수석부단장은 “증언을 100% 확신할 수 있다”며 자신감을 드러내기까지 했습니다.   

상황은 반전됐습니다. 박주선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26일 “문씨의 취업 특혜 관련 제보된 자료가 조작된 것으로 밝혀졌다”며 “국민에게 허위 사실을 공표하고 혼란을 드려 죄송하다”고 대국민 사과를 발표했습니다. 박 위원장은 “이 전 최고위원이 이씨로부터 카카오톡 캡처 화면과 녹음 파일을 제보받았다.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해 이를 공개했다”면서 “자체적으로 진상을 조사하고 엄중히 조처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문제는 이후의 행보입니다. 국민의당 선거대책위원회(선대위)에서 주요 보직을 맡았던 인사들은 해당 의혹에 대해 “몰랐다”며 선긋기에 나섰습니다. 선대위 공명선거추진단장으로 의혹 제기에 적극적이었던 이용주 국민의당 의원은 “지난 24일 이씨가 찾아와 사실을 털어놓을 때까지 조작 사실을 전혀 몰랐다”고 말했습니다. 해당 논란을 기자들에게 직접 브리핑했던 김인원 전 공명선거추진단 부단장 등도 조작된 사실에 대해 알지 못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일각에서는 대선을 이끌었던 지도부가 해당 논란의 진위를 파악하지 못했다는 점에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이씨는 앞서 검찰 조사에서 “이 전 최고위원의 지시로 제보를 조작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몰랐다는 것이 ‘면죄부’가 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해당 논란은 대선 나흘 직전 발표돼 선거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던 사안입니다. 그럼에도 불구, 철저한 검토를 하지 않았다는 것은 ‘묻지마 폭로’임을 시인하는 일과 다름없습니다.    

일부 의원의 ‘쌍끌이 특검’ 제안도 문제입니다. 박지원 전 국민의당 대표는 27일 CPBC 라디오 인터뷰에서 “문씨의 채용 비리 문제도 철저히 조사돼야 한다”며 “문씨의 채용 의혹과 증거조작 두 가지 사건을 동시에 처리할 수 있는 특검을 진행하자”고 밝혔습니다. 김동철 국민의당 원내대표도 같은 의견을 피력했죠.  

그러나 쌍끌이 특검은 사건의 본질을 흐릴 수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습니다. 국민의 공감도 사지 못했죠. SNS와 국민의당 온라인 사이트 자유게시판인 ‘국민광장’에는 “여전히 반성이 없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이에 당 내 혁신위원회에서도 “쌍끌이 특검 제안은 물타기로 보일 수 있다”며 제동을 건 상황입니다.    

[친절한 쿡기자] 국민의당 ‘문준용 의혹 조작’ 파문…새정치 외치던 초심 어디로?의혹이 번지고 있음에도 국민의당 대선 주자였던 안 전 대표는 침묵을 지키고 있습니다. 이씨와 이 전 최고위원 모두 안 전 대표와 가까운 인맥으로 분류됩니다. 이씨는 안 전 대표의 카이스트 교수 시절 제자이자 최측근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 전 최고위원도 안 전 대표가 직접 영입한 ‘국민의당 1호 인재’입니다. 최측근의 비위 의혹에도 그는 아무런 입장을 표명하지 않고 있습니다.  

안 전 대표는 그동안 늘 책임지는 정치를 강조해왔습니다. 지난해 12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관련 당시 새누리당을 비판하며 “정치에서 가장 중요한 걸 하나만 꼽는다면 책임”이라며 “책임지지 않았기 때문에 우리나라 정치가 이렇게 된 것이다. 책임을 지지 않는 이들이 대한민국을 위기에 빠뜨렸다고 본다”고 이야기했습니다.

국민의당은 기성 정치권 타파를 추구하며 창당된 정당입니다. 역설이게도 이번 사태로 국민에게 기성 정치에 대한 피로를 더해주고 있습니다. 국민의당이 창당 당시 가졌던 새정치라는 초심, 다시 한 번 돌아봐야 할 때가 아닐까요? 

soyeon@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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