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업계 잘 모르는 국회의원의 헛발질

기사승인 2017-07-15 05:00:00
- + 인쇄

[기자수첩] 업계 잘 모르는 국회의원의 헛발질[쿠키뉴스=조현우 기자] 미얀마 카야주 판펫마을에는 ‘파다웅’이라는 소수민족이 거주한다. 파다웅족의 여인들은 다섯 살이 되는 해 목에 놋쇠고리 두 개를 끼운다. 그리고 매 해마다 고리를 하나씩 늘려간다. 스무 살이 되면 링의 길이는 약 20㎝가 되며 그만큼 목의 길이도 길어진다.

한 번 강제로 늘린 목은 원래대로 돌아오지 못한다. 억지로 링을 빼다가는 길어진 목을 뼈가 지탱하지 못해 사망에 이르기도 한다.

이들은 고리를 불편해하지도 거절하지도 않는다. 전통이자 문화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해당 문화권에 속해있지 않은 사람에게 억지로 고리를 끼우는 것은 폭력에 다름없다.

최근 제과·제빵 프랜차이즈의 제빵기사 근로 형태가 논란이 됐다. 본사가 협력사를 통해 제빵기사를 가맹점에 파견하고 이들에게 업무 지시를 했기 때문이다. 도급계약 형태이기 때문에 프랜차이즈 본사가 협력업체 파견자에게 업무를 지시하는 것은 불법파견이다.

이와 관련해 한 국회의원은 해당 프랜차이즈가 공공연하게 불법파견을 자행했으며 제빵기사 4500명을 직접고용형태로 전환하라고 사측에 요구했다.

이는 표면적으로만 업계를 이해하고 강제하려다 발생한 오류이자 정의를 앞세운 또 다른 유형의 갑질이다.

사실상 일관성 있는 품질을 유지하기 위해 프랜차이즈 본사는 최소한의 교육과 업무지시가 필요하다. 가맹점이 해당 브랜드의 간판을 달고 있기 때문이고 대부분의 가맹점주가 제빵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이다.

현실적으로 본사가 직접 제빵 기사들을 고용한 뒤 각 가맹점에 파견시키는 것은 쉽지 않다. 직접고용으로 발생하는 막대한 금전적 부담이 본사에 몰리게 되기 때문이다. 결국 본사 입장에서는 제품 가격을 인상시켜 손해분을 메울 수밖에 없다.

특히  제빵기사가 감시와 통제의 수단으로 활용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며 가맹점주들이 제빵기사 교체 등을 쉽게 요구할 수 없다는 부작용도 야기된다.

가맹점주가 각각 개별적으로 제빵 기사를 고용하는 형태도 품질의 균일화가 어려워 현실적이지 못하다.

그나마 이러한 불법파견 논란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협력업체가 직간접적인 교육을 제공하는 등 현재 시스템을 개선하는 것이 업계 상황에 가깝다.

물론 함께 논란이 됐던 임금꺾기와 본사 회장의 강제지시 등의 의혹은 분명 해소돼야 한다. 잘못된 부분이 있다면 자정이 쉽지 않다면 외부에서 물리적으로 강제하는 것도 필요하다.

그러나 파다웅 족도 처음부터 스무 개의 놋쇠고리를 목에 끼우지는 않는다. 조급하다간 일을 그르치기 십상이다. 부디 해당 업계와의 충분한 대화가 있길 바란다.

akgn@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
친절한 쿡기자 타이틀
모아타운 갈등을 바라보며
오세훈 서울시장이 역점을 둔 도시 정비 사업 중 하나인 ‘모아타운’을 두고, 서울 곳곳이 찬반 문제로 떠들썩합니다. 모아타운 선정지는 물론 일부 예상지는 주민 간, 원주민·외지인 간 갈등으로 동네가 두 쪽이 난 상황입니다. 지난 13일 찾은 모아타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