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레밍'이 낸 혈세로 유럽 떠난 김학철

'레밍'이 낸 혈세로 유럽 떠난 김학철

기사승인 2017-07-20 16:3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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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쿡기자] '레밍'이 낸 혈세로 유럽 떠난 김학철[쿠키뉴스=민수미 기자] 몸길이 3.5cm. 겨울에는 눈, 여름에는 땅속에 터널을 만듭니다. 야행성이고요. 집단생활을 합니다. 설치류 '레밍'(lemming)에 대한 설명입니다. 외유성 유럽 연수에 나서 비난을 산 한 충북도의원이 국민을 들쥐에 빗댔습니다. 나향욱 전 교육부 정책기획관의 "개돼지" 발언에 이어 국민은 또다시 짐승이 됐습니다. 대한민국이 동물농장도 아닌데 말입니다. 

'막말'의 주인공은 김학철 도의원입니다. 김 의원은 지난 19일 청주 KBS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세월호부터도 그렇고, 국민들이 이상한, 제가 봤을 때는 뭐 레밍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집단 행동하는 설치류 있잖아요"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어 "만만한 게 지방의원이냐. 지방의원이 무소불위 특권을 가진 국회의원처럼 그런 집단도 아닌데"라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죠. 김 의원은 같은 날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도 "(유럽에) 도착한 뒤 엄청난 비난 여론을 전해 듣고 놀랐다"며 "거의 전쟁이 난 것처럼 우리를 공격하는데, 힘없는 도의원들한테 너무 한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일부 충북도의원을 향한 여론 비난에는 그만한 이유가 존재합니다. 지난 16일 내린 기습 폭우로 충북 지역은 22년 만에 최악의 수해를 겪어야 했습니다. 비는 무려 300㎜나 쏟아졌습니다. 이로 인해 7명의 인명 피해와 445명의 이재민이 발생했고요. 그러나 도민들이 마실 물도 없어 고통에 시달리는 동안 충북도의원들은 18일 해외 연수를 떠났습니다. 

연수 길에 오른 이들은 행정문화위원회 소속 김학철·박봉순·박한범·최병윤 도의원과 도청 관광과 공무원 1명, 도의회 사무처 직원 등 총 9명입니다. 오는 27일까지 8박10일 일정이었습니다. 그리고 이들의 방문지 대부분은 프랑스 파리 개선문과 이탈리아의 로마 시대 수로, 모나코 대성당, 피사의 사탑, 베니스 비엔날레 주 전시장 등 관광지였습니다. 나들이성 외유 지적을 피하기 힘든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1인당 경비는 도비 500만원, 자비 55만원 수준으로 전해졌습니다. 비난 여론이 들끓자 유럽 연수를 떠난 이들은 도의회에 조기 귀국 뜻을 밝혔습니다. 

이미 떠난 연수는 차치하더라도, 문제는 잘못을 모르는 김 의원의 의식에 있지 않나 싶습니다. 그의 말대로 국민은 "만만한 게 지방의원"이기 때문에 그들을 비난하는 것이 아닙니다. 나라의 녹을 먹는 공직자는 위기에 빠진 국민을 위해 봉사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설령 그가 도의원이 아니라 대통령이라 해도 이번 비판은 피할 수 없다는 뜻입니다. 그는 "전쟁이 난 것처럼 우리를 공격했다"고 하지만, 당시 인명 피해까지 발생한 충북 지역은 전쟁터나 다름없었고요. "힘없는 도의원들한테 너무 한다"는 발언도 어불성설입니다. 힘이 없었다면 혈세로 유럽 연수를 갈 수나 있었을까요. 그릇된 판단으로 인해 난관에 봉착할 경우, 이를 타파할 방법은 다양합니다. 보통은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편이 가장 빠르고 효과적입니다. 국민을 레밍에 빗대 비난하는 것보다 말이죠.

min@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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