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흥행 돌풍 ‘군함도’의 부끄러운 기록

흥행 돌풍 ‘군함도’의 부끄러운 기록

기사승인 2017-07-27 16: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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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쿡기자] 흥행 돌풍 ‘군함도’의 부끄러운 기록

[쿠키뉴스=인세현 기자] 하반기 기대작 중 하나인 영화 ‘군함도’(감독 류승완)가 개봉과 동시에 신기록을 썼습니다. ‘군함도’는 개봉일인 지난 26일 97만516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최대 오프닝 흥행 기록을 갈아 치웠습니다. 개봉 하루 만에 100만 명에 가까운 관객이 ‘군함도’를 관람한 것입니다. 

‘군함도’의 흥행은 개봉 전부터 어느정도 예정된 일이었습니다. 감독, 소재, 배우 모두 관객의 시선을 끌기에 충분했기 때문입니다. ‘부당거래’ ‘베테랑’을 연출한 류승완 감독의 신작이라는 사실과 더불어 역사적 소재를 거대한 규모로 영화화한다는 것이 관객의 흥미를 끌었습니다. 일제강점기 강제 징용된 조선인들이 군함도에서 탈출하는 내용을 그린 이 영화에는 황정민, 송중기, 소지섭 등 인기 배우들이 대거 출연했습니다. 약 260억 원의 제작비가 들었다고 알려졌죠.

하지만 ‘군함도’의 흥행을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군함도’가 첫날 세운 기록이 하나 더 있기 때문이죠. ‘군함도’는 개봉 첫날 역대 최다 스크린인 총 2027개의 스크린에서 1만174회 상영됐습니다. 이로써 ‘군함도’는 2000개가 넘는 스크린에서 상영된 첫 한국 영화로 역사에 남게 됐습니다. 대한민국 전체 영화관 스크린 수가 약 2500여개이니, 대부분의 영화관에서 ‘군함도’만 상영했다 해도 과언은 아닙니다. 특히 ‘군함도’의 투자와 배급을 맡은 CJ계열의 멀티플렉스 영화관 CGV는 850개에 달하는 스크린을 ‘군함도’에 몰아줬습니다. 국내 최대 오프닝 흥행 기록은 최다 스크린 점유를 바탕으로 쓰인 기록인 셈입니다. 

영화 관계자들과 관객들은 이와 같은 상황에 우려를 내놓았습니다. ‘괜찮아 울지마’ ‘터치’ 등을 연출한 민병훈 감독은 지난 26일 자신의 SNS에 “제대로 미쳤다. 독과점을 넘어 이건 광기다”라며 ‘군함도’의 스크린 독과점을 강한 어조로 비판했습니다. 민 감독은 “신기록을 넘어 기네스에 올라야한다. 상생은 기대도 안 한다. 다만, 일말의 양심은 있어야 한다. 부끄러운 줄 알아라”라고 목소리를 높였죠.

영화관을 찾은 관객들 또한 불만을 표했습니다. 대부분의 멀티플렉스 영화관에서 주요 시간대에 ‘군함도’만 상영하기 때문입니다. 비슷한 시기에 개봉한 영화 ‘덩케르크’(감독 크리스토퍼 놀란)나 ‘슈퍼배드3’(감독 카일발다, 피에르 꼬팽)는 소수의 스크린에서 오전이나 심야 시간대에 상영되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곳에서 같은 영화만 상영하는 탓에 관객이 다양한 영화를 접하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이 됐습니다.

이와 같은 스크린 독과점은 한국 영화계에서 꾸준히 지적된 문제 중 하나입니다. 지난해에 개봉해 ‘군함도’ 이전 최다 스크린을 기록했던 ‘캡틴 아메리카 : 시빌워’(감독 안소니 루소, 조 루소)는 1864개 스크린에서 상영을 시작했습니다. 2015년 개봉한 ‘어벤져스 : 에이지 오브 울트론’(감독 조스 웨던)은 개봉일 스크린 수 1731개를 기록한 바 있죠. 최근 개봉해 큰 인기를 끈 ‘스파이더맨 : 홈커밍’(감독 존 왓츠)도 개봉일 1703개의 스크린에서 영화가 상영됐습니다. 

이처럼 스크린 독과점 논란이 일 때마다 영화계는 이를 막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 결과 현재 스크린 독과점 방지를 위해 대기업의 영화상영업과 배급업을 규제하는 내용의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영비법) 개정안이 발의된 상태입니다. 지난해 10월 발의된 이 법안이 통과된다면 ‘군함도’의 스크린 2027개 상영 기록은 다시는 일어나기 힘든, 부끄러운 기록으로 남지 않을까요.  

inout@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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