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광우병소, 우리만 의심소

[기획] 광우병, 제대로 알자②

기사승인 2017-07-28 00: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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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뉴스=김양균 기자] “비록 우리에게 위험하지 않다고 하더라도 병의 현황과 정부의 조치를 국민께 자세히 보고하라.” 지난 25일 국무회의에서의 문재인 대통령 발언이다. 이는 18일(현지시간) 미국 알라바마 주 11년 된 암소 1마리에서 비정형 소해면상뇌증(BSE, 비정형 광우병)이 발견된 것을 두고 한 말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19일 식품의약품안전처·농림축산검역본부·가축위생방역지원본부 등과 대책회의를 가졌다. 여기서 나온 발언들은 이렇다. “미국의 BSE는 11년 된 암소에서 발견된 비정형 BSE이다.”, “알라바마주에는 한국 수출용 도축장·가공장이 없다.”, “(한국은 현재) 미국산 30개월령 미만 쇠고기(SRM 제외)만 수입이 가능하다.” 

20일 농식품부의 가축방역심의회에 참석한 일부 학계 인사들의 견해는 다음과 같다. “금번 미국의 BSE는 비정형으로 정형 BSE와 근본적으로 다른 상황이다. 생산자 단체가 주장한 검사 비율 상향조정이나 수입중단 등의 조치는 현재로서는 과학적으로 적절치 않다.”

문 대통령과 농식품부, 일부 학계 인사들의 발언은, 현물 검사 30%를 유지하며 대응 방향을 찾자는 것이다. 이러한 인식·대응·조치는 과학적 근거의 발로일까? 대답은 ‘아니오’다. 

일단, 현물 검사 30% 강화 조치로는 변형프리온 감염 여부를 발견할 수 없다. ‘비정형 광우병이 위험하지 않다’는 주장은 과학적 근거가 전무하다. 수출국에서의 비정형 광우병 발생시, 해당국의 공식 역학조사가 끝날 때까지 수입을 중단하고, 안전이 확실시 되면 수입재개를 하는 것은 국민 건강에 비추어볼 때 상식적인 조치다. 미국 쇠고기 수입조건은 물론 세계무역기구(WTO)의 기준에 걸맞은 ‘과학적’ 수입조치란 이야기다. 

쿠키뉴스는 광우병에 대한 올바른 정보를 전달코자, 26일 한살림서울에서 열린 ‘미국의 5번째 광우병 발생 사태에 대한 전문가 기자설명회’를 3회에 걸쳐 소개한다. 아래는 지난 ‘[기획] 광우병, 제대로 알자①’에서 바로 이어진다. 


▷우석균 부대표=유럽의 ‘전형·비정형 광우병 발생 조사 결과(2001~2004)’를 보면 건강한 소에서도 비정형 광우병이 발견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최근에는 정형 광우병이 줄어들고 비정형 광우병이 부상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북미육류협회(North American Meat Institute, NAMI)의 보고서에는 ‘비정형 광우병은 인간에게 덜 위험하다’거나 ‘인간에게 위험하지 않다’는 표현이 포함돼 있습니다. NAMI가 일순 NGO처럼 보일 수 있지만, 회원사들은 주로 한국에 쇠고기를 수출하는 육류 기업들입니다.

미국 농무부는 이번 비정형 광우병과 관련해 “도축장으로 가기 전에 발견했다”며 미국 광우병 감시체계의 우수성을 입증했다는 식의 보도자료를 계속 내고 있습니다. 해당 소는 농장이 아닌, 가축시장에서 이상 증상을 보였습니다. 가축시장은 도축장으로 가기 바로 전 단계입니다. 만약 소가 쓰러지지 않았다면 곧장 도축장으로 옮겨졌을 겁니다. 그곳에서 광우병 검사는 이뤄지지 않습니다. 이 점에 주목해야 합니다. 미국의 광우병 감시체계에선 도축장으로 간 광우병 소의 유통을 막을 방법이 전무합니다.  

미국은 1년에 약 3000만 마리의 소를 도축합니다. 이 기간 동안 4만 마리 정도만 검사합니다. 1000마리 중에 1마리 꼴인데, 이마저도 죽거나 이상 증상, ‘주저앉은’ 소 등에 집중돼 있습니다. 건강한 소에 대한 검사는 이뤄지지 않습니다. 그렇다보니 미국은 국제수역사무국(OIE)의 광우병 등급체계에서 유리한 판정을 받고 있습니다. 그러나 일본과 유럽의 적극적 감시체계, 캐나다의 소극적·적극적 결합 감시 체계보다 후진적입니다. 이들은 “미국의 광우병 감시체계가 불안하다”고 평가합니다. 

유럽식품안전청은 비정형 광우병의 변형프리온이 근육, 복막, 내장, 회장, 신경절, 임파선 등으로 광범위하게 퍼져있다고 연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우리는 특히 내장의 위험성을 거듭 인지해야합니다. 대만은 미국과 별도로 자국의 식품안전법을 적용, 내장 등 문제 부위를 수입 금지 품목에 추가했습니다. 그렇지만 WTO로부터 제소당하지 않았습니다. 

▷홍하일 전 대표=왜 소가 광우병에 걸리는지 궁금할 겁니다. 한국은 소의 가장 많은 부위를 먹는다고 합니다. 피는 선지로, 가죽도 삶아서 먹으니까요. 한국인이 먹는 소의 부위를 100으로 본다면, 두 번째로 많이 먹는 국가는 50~60에 불과합니다. 즉 우린 소의 대부분을 먹지만, 타국에선 버려지는 부위가 많다는 이야기입니다. 

영국 과학자들은 버려지는 소의 부산물 활용 방법을 찾아냈습니다. 대형 용기에 부산물과 염산과 넣은 후 고열과 고압을 가합니다. 이를 중화시켜 아미노산만 추출해낸 게 ‘육골분’입니다. 70년대 중동 오일쇼크를 겪으면서 육골분 제조공정에도 변화가 생깁니다. 에너지를 절약코자 열과 압력을 낮춘 거죠. 

낮은 열과 압력으로 육골분이 제조됐고, 이것을 먹은 소는 광우병에 걸렸습니다. 프리온은 단백질에 불과하지만 일단 동물 체내에 유입되면 증식하기 시작합니다. 기존에 알려진 생명체의 개념과는 완전히 다른 물질입니다. 증식하면서 뇌에 구멍이 뚫리는 증상이 발견되는 거죠.    


영국에서 인간 광우병까지 발생되고, 광우병의 원인으로 육골분이 지목됐습니다. 영국은 동물성 사료금지조치 1단계(1988년~1990년)를 시행했습니다. ‘소에게 소로 만든 육골분을 먹이지 말자’는 것이었죠. 그러나 광우병은 계속 발견됐습니다. 소의 육골분을 소를 뺀 다른 가축에게는 먹였기 때문입니다. 육골분을 먹은 동물은 성장속도가 빨라졌고, 이는 가축업자들에게 이익이었으니까요. 이렇듯 소의 육골분을 다른 동물 사료로 쓰고, 이걸 먹고 자란 동물의 육골분은 소에게 먹였습니다. 교차오염이 벌어진 겁니다. 

이후 2단계(1990년~1996년) 조치가 가해집니다. ‘모든 농장동물에게 광우병 위험물질(SRM) 동물성 사료가 금지’된 것이죠. 변형프리온이 많은 부위를 빼고 육골분을 만들었지만, 이번에도 광우병을 막진 못했습니다. 영국 정부가 결국 모든 가축에게 동물성 사료를 금지한 3단계(1996년~현재) 조치를 편 후에야 광우병은 줄어들었습니다. 

영국은 육골분의 자국 내 사용은 금지했지만, 유럽내 타국에 팔았습니다. 이후 유럽 전역에서도 동물성 사료 금지 정책(2001년)이 취해집니다. 그러나 유럽은 남는 육골분을 미국과 캐나다, 극동아시아에 팔아넘겼습니다. 당시 한국에도 상당한 육골분이 들어왔습니다. 

미국의 1단계 조치의 시행령이 97년 입법 예고됐고, 이듬해 4월부터 시행됐습니다. 2004년 미국 식품의약품안전청(FDA)이 광범위한 SRM 동물성 사료금지를 입법예고했지만, 미국 축산 생산자 단체의 반대에 부딪쳐, SRM의 범위를 축소하고 맙니다. 미국은 2008년부터 변형프리온이 많이 분포하는 중추신경계를 제외한 나머지 부위는 전부 육골분으로 만들고 있습니다.[1]

미국의 광우병을 초래하는 동물성 사료 금지 정책의 미이행이나 낮은 빈도의 광우병 검사. 미국산 소는 광우병 위험이 높습니다. 미국산 쇠고기가 ‘안전하지 않다’는 단정이 아니라 ‘위험의 가능성이 높은 쇠고기’라는 의미입니다. 현재 한국의 쇠고기 자급률은 낮고 대중은 쇠고기를 먹고 싶어 합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은 더 안전한 방식, 적어도 이웃나라 수준 정도로는 조건을 개선해야 합니다.[2] 

미국은 소의 이력추적제를 실시하지 않고 있습니다.[3] 정형(전형적) 광우병이 위험한 이유는 동물성 사료를 여러 소가 함께 먹기 때문입니다. 문제가 생기면 추적을 해야 하는데(이력제), 미국은 이러한 과정이 없어요. 

5번째 비정형 광우병의 미국 소는 11살이 맞을까요? 미국은 소의 나이를 ‘치아 마모도’로 추정합니다. 거친 사료를 더 먹었거나 이갈이에 따라 이는 더 닳을 수 있죠. 치아 마모도를 통해 대략의 나이를 짐작할 순 있지만, 이것만으론 소의 나이를 확정할 순 없습니다. ‘11살’이란 발표도 의미심장합니다. 2008년부터 미국은 2단계 동물성 사료 금지 조치를 시행해오고 있죠. 곧 ‘2단계 조치 이전의 소’임을 말하고 싶은 겁니다. ‘이후의 소는 안전하다’는 메시지를 주고자 11살로 추정한 건 아닐까요? 

미국은 적극적인 역학조사를 하고, 그 결과를 한국에 알려줄 의무가 있습니다. 한국은 현물 검사 비율을 3%에서 30%로 강화하겠다는 대책을 내놨어요. 제품의 안전성 규명은 판매자가 해야 할까요? 구매자가 해야 할까요? 왜 우리가 세금을 들여 더 많은 검사를 해야 합니까?  

▷송기호 민변 통상위원장=광우병 공포를 조장하려는 게 아닙니다. 정부의 정확한 설명을 요구합니다. 5번째 미국 광우병 발견 이후, 전 세계를 통틀어 ‘의심소 발견’으로 보도한 나라는 한국밖에 없을 겁니다. 미국 정부는 “BSE 양성 판정”을 발표했습니다. 미국 스스로 광우병 확진을 알렸음에도, 국내 일부 언론은 ‘의심소’로 보도한 겁니다. 

타국에 비해 한국의 쇠고기 수입요건은 불공정합니다. 미국 민간 축산업자들의 ‘자율적 배려’에 의해 겨우 30개월 미만으로 제한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러한 수입 조건을 다른 아시아 국가들처럼 강화하고 개선하라는 겁니다. 

‘비정형 광우병이라 위험하지 않다’는 프레임. 미국육류수출협회(U.S. Meat Export Federation)는 이처럼 말할 수 있을지 모릅니다. 그러나 이는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부정확한 주장입니다. 정부의 어떠한 문서에서도 ‘비정형 광우병은 안전하다’는 공식적인 언급은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 일부 언론들은 여전히 비정형 광우병이라 위험하지 않다고 보도합니다. (계속)

미국은 광우병소, 우리만 의심소

[1] 병형프리온의 10%는 뇌와 척수를 제외한 부산물에 존재한다.

[2] 현재 일본, 대만, 중국 등은 ‘30개월 미만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공식 조건으로 체결해놓은 상태다. 반면, 한국의 ‘미국산 쇠고기 및 쇠고기 제품 수입위생조건’의 부칙 2항은 <미국이 강화사료금지조치를 공포할 제1조(1)을 다음과 같이 수정하여 적용해야 한다. “쇠고기 및 쇠고기 제품”은 미국 연방 육류검사법에 기술된 대로 소의 모든 식용부위와 모든 식용부위에서 생산된 제품을 포함한다. 다만, 특정위험물질(specified risk materials, SRM) 모든 기계적 회수육(mechanically recovered meat, MRM)/기계적 분리육(mechanically separated meat, MSM) 및 도축 당시 30개월령 이상 된 소의 머리뼈와 척추에서 생산된 선진회수육(advanced meat recovery product, AMR)은 ‘쇠고기 및 쇠고기 제품'에서 제외된다. 특정위험물질 또는 중추신경계 조직을 포함하지 않는 선진 회수육은 허용된다. 분쇄육, 가공제품, 그리고 쇠고기 추출물은 선진 회수육을 포함할 수 있지만 특정위험물질과 모든 기계적 회수육/기계적 분리육은 포함하지 않아야 한다.>

홍하일 전 대표가 지적하고 있는 부분은 바로 부칙 7항이다. <부칙 2항의 규정에도 불구하고, 민간부문의 경과조치를 지원하기 위하여, 우리 소비자들의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신뢰가 회복될 때까지 미 농업부의 "30개월 미만 연령 검증 품질체계평가(QSA) 프로그램"에 따라 검증된 작업장에서 생산된 쇠고기 및 쇠고기 제품만 반입이 허용된다. 이 경과조치 기간 동안 30개월 이상 소에서 생산된 쇠고기가 발견될 경우, 해당 쇠고기 및 쇠고기 제품을 반송한다.>

[3] 축산물이력제는 소의 출생에서부터 도축·포장처리·판매에 이르기까지의 정보를 기록·관리해 위생·안전에 문제가 발생할 경우, 그 이력을 추적하여 신속하게 대처하기 위한 제도다. 

angel@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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