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정신건강이다] 신체·정신질환 두 마리 토끼 같이 잡아야 치료효과 커

기사승인 2017-07-31 09: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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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정신건강이다] 신체·정신질환 두 마리 토끼 같이 잡아야 치료효과 커전 세계 사망원인의 65%를 차지하고 있는 만성 비감염성 질환(Non-communicable diseases, 이하 만성질환)은 질병 부담이 높아 사회적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사회 발전에 영향을 미치는 중대한 요인이다.

이에 세계보건기구(WHO)는 ‘만성질환 예방과 관리를 위한 글로벌 전략 2013-2020’을 수립하여 만성질환으로 인한 조기사망률 25% 감소를 목표로 정책 수립 및 성과지표 관리를 촉구하였다. 즉, 질병 부담이 높은 심뇌혈관질환, 당뇨병, 만성호흡기질환, 암을 4대 만성질환으로 지정하고 예방 중재 필요성과 대응 가능한 공통의 전략을 제시한 것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만성질환 지정 시 정신질환이 포함되지 않았다.

다행히도 외국 한 정신관련 세미나에서 정신질환의 위험성과 정신건강의 중요성이 재조명 되었다. 2011년 하버드 보건대학교 다보스포럼의 발표 내용에 따르면 2011년~2030년 동안 전 세계적으로 가장 사회경제적 소모가 큰 만성질환 예측에서 정신건강 분야가 심혈관계질환과 암 등을 제치고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계기로 국내외적으로 정신건강의 중요성과 관심 분야가 단일 정신질환뿐 아니라 만성 신체질환에 동반된 정신질환 영역까지 확장되었다.

정신질환은 만성질환의 예후에 영향을 미치는 위험 요인이다. 영국 암환자 2만 여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 결과 우울증은 피로와 고통을 증가시키고 환자의 회복 의지를 떨어뜨려서 치료를 중단하는 경우가 많으며 남은 생에 대해 비관적으로 생각하고 자살 충동을 경험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여러 연구들에서 실제 암 환자에서 동반된 우울 증상을 치료할 경우 생존 기간이 향상되는 것으로도 나타났다. 여기서 우리는 신체질환에 동반되는 정신질환을 관리할 때 만성질환의 관리에 있어 더 나은 성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사실을 주지해야 한다.

현재 만성질환 관리에서 정신건강 관리가 동반되어야 한다는 관점이 이미 정신 보건 선진국에서 정책적으로 반영되고 있다. 영국의 경우 만성질환자의 우울 관리를 위해 2020년까지 심리치료 전문가 3천명을 양성하겠다는 정책을 수립한 바 있다. 이는 우울 관리를 통해 절감되는 의료비용이 심리치료 전문 인력 양성에 소요되는 전체 비용보다 25% 더 많다는 연구 결과를 반영한 것이다. 또 미국의 경우 우울증이 동반된 당뇨병 환자는 우울증이 없는 당뇨병 환자보다 외래방문횟수가 1.7배, 총 의료비 지출이 4.5배로 많았다고 한다.

‘건강한 몸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mens sana in corpore sano)’라는 고대 로마 시대 격언이 있다. 정신건강과 신체건강의 밀접한 연관성에 대한 통찰은 오래 전부터 있어왔다. 그러나 신체질환과 정신질환이 동반된 복합정신신체질환에 대한 인식과 접근은 이제부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해 2월 1일 자로 국립서울병원은 국립정신건강센터로 재탄생, 국민 정신건강 컨트롤타워로서 그 기능과 역할이 확대되면서 신체질환진료를 위한 의료기반(인프라)를 확충하였다. 만성 신체질환 관리에 정신건강 관리가 자연스럽게 병행될 수 있도록 한다면 비로소 몸과 마음 모두 행복한 국민 건강을 이루어낼 수 있을 것이다.

글·구애진 국립정신건강센터 건강증진과(가정의학과·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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