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정신건강이다] 노인우울증 인식 개선과 치료 서비스 수립 절실

기사승인 2017-08-07 08:5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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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정신건강이다] 노인우울증 인식 개선과 치료 서비스 수립 절실“오래 살면 뭐 하나.자식들은 지 앞가림하며 살기 바빠 얼굴보기도 힘들고. 부담 주는 것 같아서 아프단 내색도 못하겠고.내가 사는 게 죄짓는 것 같아. 밤에 눈감고 자면 내일 아침에 이대로 다 끝나있었으면 좋겠어” 진료실에서 노인 환자분들이 하시는 흔한 이야기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인구 노령화가 가장 빠르게 진행하고 있으며 OECD 국가 중 노인 빈곤율과 노인 자살률이 가장 높은 나라이다. 2030년 65세 이상 고령인구의 비율이 24.3%에 이르는 초고령 사회에 진입하게 될 대한민국은 한마디로 ‘노인들이 불행한 나라’이다.
 
질병과 퇴직으로 인한 사회적 능력 상실과 경제력 상실, 배우자와 친구들의 죽음, 신체적 능력이 떨어지며 주변에 의지해야 하는 현실, 죽음에 대한 두려움 등으로 노인들은 자존감을 상실하고 우울감에 쉽게 빠지게 된다. 그러나 노인에 대한 사회의 선입견들은 그들 자신이 우울하다는 것조차 온전히 인지하지 못하게 한다.
 
나이가 들면 당연히 입맛도 없고, 의욕도 없다. 세상만사에 대한 즐거움을 느끼지 못하면서 사는 것도 당연하다. 몸이 여기저기 아픈 것도 당연한 것이고 살고 싶지 않다는 말도 별 뜻 없이 그냥 하는 것이다. 잠도 안 오고 불안감도 좀 있기 마련이다. 이러한 선입견들 때문에 노인들은 그들의 우울감을 노화로 인한 당연한 일로 받아들이고 주변에 적극적인 도움을 구하지 않는 것이다.
 
이렇듯 노인들의 마음 속 병이 깊어지는 것은 과연 당사자들만의 문제일까? 그들의 병이 깊어질수록 사회의 병도 깊어지고 사회적 비용도 증가한다. 인구의 노령화가 빠른 만큼 발 빠른 대처가 필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시급한 것은 노인 자신과 사회 구성원들이 노인 우울증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는 것이다. 인식 개선 캠페인과 교육을 통해 사회 구성원들에게 노인 우울증을 알리고 홍보해야 한다. 
 
영국의 다큐멘터리 캠페인인 You in Mind(1987)와 같이 언론을 이용한 단기적 캠페인, 호주의 Mental Health First Aid(2001)와 같은 노인 복지 및 정신건강사업에 종사하는 게이트 키퍼들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 영국의 Defeat Depression(1992)과 호주의 Beyond Blue(2001)와 같이 국가적 혹은 지역적으로 일정 기간 동안 체계적으로 반복하는 장기적 캠페인 등이 필요한 때이다.
 
노인들의 고립감을 낮추고 물리적, 정서적 지지를 제공할 수 있는 서비스 전달 체계를 만들어내는 것 또한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선 65세 이상 노인과 노인 우울증 고위험군 및 우울증군의 수와 분포에 대한 국가적 통계 확보가 선행되어야 하며, 여기에 사회경제적 특성 등을 지역별로 파악, 적절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체계가 수립되어야 한다.
 
호주의 Aged Care Support Service의 경우 국가와 지자체가 분담해 각자 일정 영역의 노인 지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그 구성은 금전적·주택․의료․노인 단체지원, 장애 지원․재활․후견인 지원․식사 지원․치매 지원․교통 지원․가사 도움․정보 지원 서비스, 급성기 관리 등 다양한 서비스들로 갖추어져 있다.
 
노인 우울증에 대한 인식 개선과 노인 전반 및 고위험군에 대한 서비스 전달 체계 수립에는 우리나라만의 문화와 정서, 사회적 상황들이 반영되어야 할 것이며 기획 단계에서부터 실행까지의 모니터링 체계를 갖추어 불필요한 중복 지원과 비용의 낭비 등이 없도록 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또한 외국의 선행 모델을 그대로 따르기 보다는 각 모델의 장단점을 파악해 더 나은 모델을 만들 수 있도록 하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초고령사회를 앞둔 대한민국이 노인이 행복한 나라가 되기 위해 주어진 시간은 그리 길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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