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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가습기 살균제 사건은 끝나지 않았다

가습기 살균제 사건은 끝나지 않았다

구현화 기자입력 : 2017.08.11 09:47:24 | 수정 : 2017.08.11 09:47:34

[쿠키뉴스=구현화 기자] 사필귀정(事必歸正). 모든 일은 결국은 바르고 정의롭게 귀결된다는 한자성어다. 

가습기 살균제 사건은 예외였다. 과연 그 말이 있긴 한 건지 의심하게 할 정도로 피해자들은 너무 오랫동안 고통받아 왔다. 공식 확인된 것만 사망자 1222명, 이를 모두 포함한 피해자는 5729명에 이른다. 가습기 살균제 사건은 피해를 받은 사람은 너무나 명확한데 가해자들은 모두 의도가 없었다며 책임 회피를 하는 희대의 사건이었다. 문재인 대통령과의 만남으로 재조명되고 있는 가습기 살균제 사건은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다. 

'소리 없는 내부 살인자' 가습기 살균제는 화학물질에 따른 국내 첫 대규모 사고였다. 2006년부터 처음 보고된 폐섬유화 증상은 어린 아이들이 타깃이 됐다. 당시 의사들은 응급실에 실려 오는 임산부들이나 어린 아이들이 이유를 알 수 없는 병으로 죽어가 그 원인에 대해 탐구하다 이 사건이 수면 위로 드러났다. 2011년에서야 가습기 살균제가 원인임이 밝혀졌다. 6년이 지나서야, 너무 늦게서야 드러난 것이다. 

그 이후에도 문제였다. 질병관리본부는 역학조사를 너무나 늦게 실시했고 피해자 실태 조사와 사건 수사도 터무니없이 너무 느렸다. 심지어 옥시가 실험을 의뢰한 서울대 C교수 또한 돈을 받고 실험 결과를 옥시에 유리하게 조작해 줬다는 혐의를 받기도 했다. 

공정위가 2012년 2월 옥시 등을 검찰 고발했지만 검찰은 2016년에야 이 사건을 수사하기 시작했다. 뒤늦게서야 검찰 수사망이 조여 오자 2016년 옥시는 사과문을 발표했다. 그러나 도의적인 차원에서 인도적인 기금을 마련할 뿐 제품과 질병의 인과관계는 소송에서 가려져야 한다는 망언으로 피해자들을 더 분노하게 만들었다.  

가족을 잃은 고통이 이 세상의 정신적 고통 중 가장 괴롭다고 한다. 그런데 임신부 아내를 잃고, 아이를 잃은 고통은 오죽할까. 심지어 자기 손으로 사온 제품에 의해 가족의 죽음이 야기되기도 했다. 기가 막힌 일이다. 문제가 된 후부터 부랴부랴 옥시의 가습기 살균제가 전량 회수됐고 홈플러스와 롯데마트, 애경, 세퓨 등 옥시를 따라 가습기 살균제를 만들었던 이들은 변호사와 함께 빠져나갈 구멍을 찾으며 용서를 빌었다. 이들 화학제품을 허가해 주었던 정부는 자성의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기업도, 정부도 너무 늦었고 너무 느렸다. 

길게 끌어 왔던 가습기 살균제 사건이 이제서야 해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 국회에서 만들어진 특별법이 9일부터 시행되면서다. 가습기살균제 피해를 인정받지 못한 기존 판정자 중 중증 판정자에게 1인당 최대 3000만원의 지원금이 지급된다. 이 기업들이 구제 분담금을 마련한 것이다.

또 지난 8일에는 가습기 살균제 사태 재발방지 입법안도 의결됐다. 살생물질과 제품에 대해 정부의 사전승인제를 도입하고 불법 제품이 발견되면 10억원 미만의 과징금을 부과하는 것이다. 이에 더해 문재인 대통령이 8일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과 가족대표 15명과 면담을 가졌다. 문 대통령은 가족들의 이야기를 들어주었다. 어처구니없이 외면당했던 진실이 이제서야 제대로 빛을 보게 된 셈이다.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이 겪어왔던 긴 터널은 이제 끝나는 것일까. 아니다. 가습기 살균제 사건은 이제부터가 제대로 시작이다. 특별법 자체가 당시 일부 국회의원들의 문제제기에 의해 너무 축소되어 만들어졌다는 비판 속에 있고, 옥시가 발표한 구제책은 피해가 심각한 1~2단계 피해자에 한한 것이기 때문이기 때문이다. 

또 옥시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잘못 만든 제품에 대한 기업의 법적 책임을 강화하는 시스템적인 노력도 필요하다. 더 나아가 기업이 그런 책임을 소홀히 여기지 않도록 집단소송제와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도입해야 할 필요가 여기에 있다. 이미 문 대통령이 일부 분야에 한정한 징벌적 소송제를 논의하고 있다. 경제정의실천연합은 집단소송제 도입 방안을 검토하는 등 합리적인 대안을 제시할 예정이다. 그동안 피해자 가족들은 먼 길을 걸어왔지만 아직도 가야 할 길이 남아 있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가족들이 온당하고 정당하게 보상받을 수 있도록 기자도 두 눈 부릅뜨고 지켜볼 것을 다짐한다. 그것이, 바른 결론을 내기 위한 수순이니까. 

kuh@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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