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오디션 프로그램 반대 아냐, 공정성 문제” 칼 빼든 음악제작사연합

“오디션 프로그램 반대 아냐, 공정성 문제” 칼 빼든 음악제작사연합

기사승인 2017-08-10 13: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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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쿡기자] “오디션 프로그램 반대 아냐, 공정성 문제” 칼 빼든 음악제작사연합

[쿠키뉴스=인세현 기자] 독과점은 한국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꾸준히 지적되고 있는 문제 중 하나입니다. 얼마 전에는 CJ가 제작한 ‘군함도’가 2000여 개 이상의 스크린을 확보해 개봉하며 도마 위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대규모 멀티플렉스 극장을 소유한 대기업이 영화를 제작하고 배급하는 구조가 공정하지 않다는 것이죠. 그런데 최근 가요계에도 이와 비슷한 문제가 야기될 것이란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대기업 및 방송 미디어가 음원 유통, 판매, 음원 제작, 공연, 매니지먼트로 이어지는 수직계열화를 이뤄 공정한 경쟁이 불가능한 산업구조를 만들고 있다는 것입니다.

지난 9일 음악제작사연합 측이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한 방송 미디어의 매니지먼트 사업 진출에 반대한다는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사단법인 한국매니지먼트연합, 사단법인 한국음악콘텐츠협회, 사단법인 한국연예제작자협회로 구성된 음악제작사연합 측은 방송국에서 제작한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이 가요 생태계를 교란하고 있음을 지적하며 공생을 요구했습니다.

과거에도 오디션 프로그램은 존재했습니다. 하지만 매니지먼트사가 이에 대한 문제점을 제기하며 공동으로 대응하겠다고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기획사가 이처럼 칼을 빼든 것은 시스템에 변화가 있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과거 오디션 프로그램이 참여자를 알리고 선발하는 것에 그쳤다면 최근에는 방송사가 프로그램을 통해 선발된 아티스트를 직접 관리하는 형식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변화의 시작점은 화제성 면에서 큰 성공을 거둔 Mnet ‘프로듀스 101’ 시즌2입니다. 이 방송을 통해 결성된 프로젝트 그룹 워너원의 인기는 대단합니다. 워너원은 지난 7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2만2000명의 관객과 함께 앨범 발매 기념 공연을 개최했습니다. 앨범 선주문량은 50만 장을 기록했고 발매 첫날 약 15만 장가량의 앨범을 판매했습니다. 타이틀곡 ‘에너제틱’은 공개 직후 음원차트 1위에 올랐습니다. 상업적으로 큰 성공을 거두고 있는 것이죠. 이와 같은 워너원의 행보는 방송을 통해 데뷔 이전부터 탄탄한 팬덤을 구축했기에 가능한 일입니다. 무엇보다 방송의 힘이 크게 작용했습니다.

현재 워너원의 매니지먼트는 YMC엔터테인먼트가 담당하고 있고 음반 및 콘텐츠 제작은 CJ E&M이 맡고 있습니다. 양 사가 역할을 분담하며 사실상 방송을 제작한 CJ E&M 측이 매니지먼트 부분까지 손을 대고 있는 셈입니다. CJ E&M 측은 현재 Mnet을 통해 방송 중인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 ‘아이돌학교’의 출연자들과 매니지먼트 전속 계약을 맺기도 했습니다. 이와 같은 새로운 시장에 지상파 방송사들도 눈독을 들이는 눈치입니다. KBS는 기존 아이돌을 재데뷔 시키는 오디션 프로그램 ‘더 유닛’ 론칭을 공식화했습니다. MBC 역시 비슷한 내용의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고 알려졌습니다.

기획사들이 반대하는 것은 오디션 프로그램 자체가 아닙니다.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한 방송 미디어의 매니지먼트 사업 진출을 경계하는 것이죠. 음악제작사연합 측은 방송 미디어의 영향력이 매니지먼트까지 확장됨에 따라 대기업 및 방송 미디어의 음악산업 수직계열화가 공고해질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더불어 참여자들에게 공정한 기회를 준다는 오디션 프로그램의 취지에서 벗어나, 방송 미디어의 수익 극대화에만 초점을 맞추는 것에 우려를 표했습니다.

실제로 방송사가 매니지먼트를 병행하게 된다면 공익성과 공정성 훼손을 피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자본력이 부족한 중소 기획사들은 프로그램에 자사 소속 아티스트를 소개하는 에이전시로 전락할 것이라는 성명서의 내용은 현재 시점에서 다소 극단적으로 보일지 몰라도 가능성이 없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음악제작사연합 측은 방송 미디어에 상생의 길을 모색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각자 역할분담과 협업을 통해 대중문화 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협조해달라는 것입니다. 방송 미디어와 기획사가 변화에 따른 혼란 속에서 함께 공생할 방법을 찾을 수 있을지 지켜볼 일입니다.

inout@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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