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국민안전’ 사후약처방도 이제는 지겹다

기사승인 2017-08-23 00: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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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국민안전’ 사후약처방도 이제는 지겹다
[쿠키뉴스= 조민규 기자] “식약처에서 안전에 대해서는 모든 것을 책임진다는 마음가짐으로 철저히 하겠다” 

위 발언은 문재인 정부 첫 식품의약품안전처장으로 지난 7월13일 취임한 류영진 처장이 출입기자들과 가진 공식자리에서 밝힌 것이다.

취임한지 한달이 조금 넘은 지금 살충제 계란 사건이 터졌다. 이에 대해 식약처는 처음에는 국내 제품에는 피프로닐이 검출되지 않아 문제가 없다고 밝히더니, 불과 며칠이 지나지 않아 살충제 성분이 검출된 계란 농장을 잇달아 발표하기 시작했다. 이와 함께 해당 제품들은 폐기되고, 마트 등의 유통도 중단됐다. 

이와 관련 류영진 처장의 자세는 더 큰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지난 16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 업무보고에세 살충제 계란에 대해 제대로 답변을 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국무총리 주재 회의에서도 제대로 현안에 대해 설명하지 못해 이낙연 총리로부터 “브리핑 하지 말라”라는 말까지 들은 것이다.

그럼에도 식약처는 사태파악을 여전히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새로운 내용은 대부분 농림축산식품부의 발표를 되풀이 하고 있는 수준이고, 식약처는 명확한 대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하루 126개의 계란을 복용해도 위해하지 않다”는 등의 입장을 밝혀 논란을 키우고 있다. 식약처는 급성독성참고량(ARfD)을 근거로 “피프로닐은 최대로 오염된 계란을 하루 동안 1∼2세는 24개, 3∼6세는 37개, 성인은 126개까지 먹어도 위해하지 않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126개 까지 계란을 먹어도 된다면서 왜 논란이 된 계란을 폐기처분했는지 모르겠다’며 지적하고 있다.

생리대 부작용 사태도 마찬가지이다. 이미 지난주부터 불거진 생리대 부작용 논란이 네티즌과 언론을 통해 불거졌지만 언론이 추가 취재를 하기 전까지 식약처는 논란에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지 않았다. 물론 현재까지도 공식적인 방침을 발표하지는 않았고, 일부 언론의 취재에 “품질검사를 한다”고 밝혔을 뿐이다. 

류 처장 역시 지난 22일 열린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참석해 “빨리 조치하겠다” “연구사업을 하고 있고, 수거감사도 하고 있다”는 단편적인 입장만 밝혔다. 하지만 같은 날 열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책회의에서 김태년 정책위의장은 “최근 일회용 생리대의 안전성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는데 식약처는 이와 관련한 연구를 지난해 10월부터 진행하고 있으며, 내년에 최종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관련 연구의 최종 결과가 내년에 나오는데 식약처는 어떻게 빨리 조치를 하겠다는 것인지 이해하기 힘들다.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22일 열린 원내대책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새 정부는 지금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속담처럼 국민 먹거리 안전까지 무너뜨린 허술한 관리체계를 빠른 시간안에 정상화시켜야 한다. 다음 소를 제대로 키우기 위해서라도 든든하게 외양간을 고쳐야 한다”고 말했다.

우 원내대표의 말처럼 이 같은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막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소가 없어진 빈 외양간을 고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 

아직 소는 외양간 안에 있다. 하지만 언제 없어질지 모른다. 문재인 정부의 허니문도 언제까지 지속될지 모른다. 소가 외양간이 안전하다고 생각할 수 있도록 미리미리 고치고, 안되면 보완하고 있다는 모습을 보여주는 최소한의 노력이라도 필요한 시기이다.
kioo@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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