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금융권 노조, 전 정권 폐단 답습하나

기사승인 2017-09-13 0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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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금융권 노조, 전 정권 폐단 답습하나최근 금융권 노조의 모습은 마치 전 정권이 금융권에 성과연봉제를 도입하기 위해 강압에 나선 모습을 보는 듯하다. 금융사 CEO의 연임을 약점으로 잡고 발언력 확대를 위해 구체적인 증거도, 대안도 없이 연임 반대의 목소리만 높이고 있다. KB금융 노동조합 협의회(KB노협)는 12일 국민은행 본사 앞에서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의 연임 찬반 설문조사의 조작 가능성을 거론하며, 윤 회장의 연임 포기를 촉구했다. 

KB노협이 윤 회장의 연임을 반대하며 가장 중요하게 내세운 이유는 도덕성 문제다. 금융노조 국민은행 지부 관계자는 이날 “윤 회장의 연임을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는 그의 도덕성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KB노협이 내세운 자료는 지난 5~6일 전 직원을 대상으로 진행된 윤 회장의 연임 찬반 설문 조사에서 특정 IP, 특정 시간대에 윤 회장의 연임에 찬성하는 대량의 몰표가 나왔다는 자료다. KB노협은 윤 회장이 연임을 위해 설문 조작에 나선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그러나 이 자료에는 사용자 측이 설문조사에 개입했거나, 윤 회장의 지시가 있었다는 어떠한 증거도 첨부되어 있지 않았다. 결국 이는 설문 조작의 가능성을 보여줄 뿐 설문 조작의 주체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보여주지 못했다. 특히 사용자 측이 익명게시판을 통해 윤 회장의 연임을 지지하는 방향으로 댓글부대를 운영했다는 주장은 이를 뒷받침할 자료가 하나도 없었다. 금융노조 관계자는 댓글부대와 관련한 증거를 묻는 질문에 “잘 알 만한 사람의 발언이 있었다”라고만 할 뿐 구체적인 증언이나 증거를 공개하지 못했다. 

여기에 설문 조사의 조작 가능성이 발견됐을 때 가장 의심되는 사용자 측의 해명을 들어보려는 아무런 노력이 진행되지 않았다는 점도 우려스러운 모습이다. 사용자 측과의 대화 없이 즉각적으로 이를 공개하는 것은 마치 전 정권의 일방통행식 정책추진과 닮았다. 이러한 노조의 모습은 비단 KB금융에 한정되지 않는다. 전 정권에서 대화와 소통을 강조했던 금융권 노조는 최근 강성 일변도로 치우치고 있다, 특히 CEO의 연임 결정을 앞둔 곳은 이런 현상이 더욱 심하다. 

이명박·박근혜 정권의 지난 10년간 금융권 노조가 억압받아 온 것을 부인할 수는 없다. 다만 지난 억압을 현 정권에서 보상받겠다는 듯이 목소리를 높이는 것은 기업과 근로자 모두에게 이로울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전 정권에서 소통과 타협이 없는 관계가 얼마나 큰 피해를 불러오는 지 충분히 인식하고 있는 금융권 노조가 현 정권에서 가해자가 되지 않도록 신중해야할 시점이다.

조계원 Chokw@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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