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무리한 게임 과금, 능사는 아니다

기사승인 2017-09-16 0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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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무리한 게임 과금, 능사는 아니다

올해 상반기는 국산 대작 게임들의 선전이 돋보였다. 지난해 12월 넷마블이 출시한 모바일 게임 ‘리니지2 레볼루션’에 이어 엔씨소프트의 ‘리니지M’이 매출 신기록과 사전예약 기록을 갈아치웠다.

리니지M은 현재도 구글 플레이스토어 게임 매출 1위를 지키고 있으며 리니지2 레볼루션은 3위에 올라 있다. 뒤늦게 모바일 게임 시장에 진입한 엔씨소프트는 리니지M을 통해 분위기 반전을 이뤘으며 넷마블은 리니지2 레볼루션의 흥행에 힘입어 올해 성공적으로 코스닥 상장까지 이뤘다.

올 하반기에도 만만찮은 대작 게임 출시가 이어지며 시장을 달굴 기세다.

지난 14일 정식 출시된 넥슨의 ‘액스’는 애플 앱스토어와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매출 1, 2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넷마블 역시 오는 11월 출시할 ‘테라M’으로 리니지2 레볼루션의 성공을 이어갈 심산이며 엔씨소프트도 올해 안에 ‘블레이드&소울’ 모바일 버전을 선보일 예정이다. PC 온라인 게임에서도 스마일게이트가 최근 ‘로스트아크’의 2차 CBT(비공개 테스트) 영상을 공개하며 기대감에 다시 불을 지폈다.

이들 게임은 MMORPG(대규모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 장르라는 공통분모를 갖는다. 캐릭터를 육성하고 다른 많은 이용자들과 협력 또는 경쟁하는 만큼 오랜 플레이 시간을 요구하고 일단 발을 들이면 이용자가 갖게 되는 애착도 커진다는 특징이 있다. 자연스레 이용자들은 지갑을 열게 되고 게임사는 장기적인 매출 증대를 노릴 수 있다.

경쟁과 협력이 주를 이루는 MMORPG에서 이용자들은 과금을 통해 자신의 캐릭터를 더 강하게 육성하고 상대적으로 적은 돈을 지불한 이용자는 게임 내에서 우위를 점하기 어렵게 된다. 이른바 ‘페이 투 윈(Pay to win)’이라는 공식이 적용돼 많은 돈을 써야만 게임의 ‘진짜 재미’를 즐길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부분유료화라는 방식으로 매출을 올리는 이들 게임에서 이용자들이 서로 얼마나 돈을 썼는지 물으며 자신의 강함을 뽐내는 모습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특히 시간에 쫒기는 직장인 이용자 일부는 시간을 들이기보다 과금을 통해 만족할 만한 결과만을 얻어내고자 하는 경우가 많다.

게임 서비스를 제공하는 게임사들도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인 만큼 이를 외면할 수 없다. 자신들의 서비스에 돈을 지불하는 이용자에게 이에 상응하는 혜택을 주는 것이 이상한 논리는 아니다. 과금을 하고 게임을 이용하는 입장에서도 그에 따른 보상을 바랄 수밖에 없고 이를 하나의 ‘재미’ 요소로 여긴다.

문제는 이것이 게임 본연의 재미를 훼손하는 것도 사실이라는 점이다. 게임 기획자가 의도한 전투의 세부적인 컨트롤 즐거움이나 캐릭터를 키워가며 조금씩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요소의 상당부분이 과금의 영향으로 축소되거나 생략 가능하기 때문이다. 과거 월정액 과금으로 운영되던 몇몇 PC MMORPG에서 이용자 간 격차는 있었지만 꾸준히 공을 들이면 게임을 즐기는 데 크게 지장이 없었던 것과 대비된다.

때문에 상대적으로 많은 돈을 쓰지 못한 이용자들은 경쟁에서 도태되고 심지어 협력 콘텐츠에서도 외면당하기 일쑤다. 무료 게임만을 가볍게 즐기는 이용자뿐 아니라 중간층에 해당하는 이들까지 무의미한 자금 경쟁에 질려버릴 수 있는 것이다. 

‘대규모’ 이용자 기반이 핵심인 MMORPG가 부분유료화를 기반으로 특정 이용자층 위주로 운영될 경우 게임의 수명까지 단축시킬 수 있다. 과거 PC MMORPG 중 과도한 부분유료화로 이용자가 줄어 서비스를 중단하거나 대폭 축소해 명맥만 유지하게 된 사례는 손에 꼽을 수 없을 정도다.

특히 최신 MMORPG들이 경쟁과 협력 요소를 한층 강화하고 있어 이 같은 우려는 더욱 커진다.

액스의 경우 진영 간 대립을 주제로 자유로운 PvP(이용자 대전)가 주된 콘텐츠며 테라M은 캐릭터 역할에 충실한 파티 플레이를 전면에 내세웠다. 과금을 적게 했을 경우 쉽사리 죽임을 당하거나 파티를 구하지 못해 게임 콘텐츠를 제대로 즐길 수 없게 될 수도 있다. 이미 최근 몇 안남은 PC MMORPG인 ‘검은사막’이나 ‘뮤레전드’ 등에서도 무리한 과금 운영이 게임 밸런스를 파괴한다는 비난이 불거진 바 있다.

게임사들은 이 같은 현상을 최소화하기 위해 이용자 의견에 귀를 기울이고 밸런스 조정에 힘쓰겠다고 말한다. 국산 게임 기대작이 공개될 때마다 불거지는 과금 운영에 대한 우려를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반면 일부 게임들은 아직도 이를 공허한 외침으로 만드는 운영을 보여준다. 게임 서비스 매출은 게임 본연의 재미에 따라 발생하는 것이 기본이다. 과금 자체도 재미의 한 부분이라고 말한다면 게임을 ‘도박’과 같이 바라보는 사회의 부정적 시각에 반론을 제기할 수 있을까.

김정우 기자 tajo@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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