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변기 200배'… 도마, 식중독 근원지

기사승인 2017-09-22 0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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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변기 200배'… 도마, 식중독 근원지도마가 식중독 온상지로 떠올랐다. 음식을 썰며 생기는 도마의 흠집에 많은 세균이 번식한다. 흠집에 스며든 음식물이 세균이 번식할 수 있게 영양분을 제공하고, 다습한 주방환경이 세균 증식을 돕기 때문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추석기간이 포함된 달의 식중독 발생건수는 2013년(18건), 2014년(27건), 2015년(28건), 2016년(39건)으로 계속해서 증가했다.

많은 양의 음식을 보관할 장소가 마땅치 않아 실온에서 보관하게 되면 큰 일교차로 인해 식중독균이 번식하기 쉽다. 더욱이 명절에는 다양한 식재료가 다량으로 사용되기 때문에 조리 과정에서 교차오염이 발생하기 쉽다. 교차오염이란 오염된 식재료, 기구, 조리자의 접촉 또는 조리 작업 과정으로 인해 오염되지 않은 식재료 및 기구에 미생물 전이가 일어나는 현상이다.

식중독균은 3~4시간 내에 100배로 증식하고, 6~7시간 내에 1만 배로 증식한다. 따라서 사용빈도가 높고 물기가 자주 닿는 도마‧행주‧칼 등의 주방용품은 조금만 방심해도 각종 세균이 생겨날 수 있어 위생관리에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한다. 

실제 미국 애리조나대 척 저바 미생물학 교수팀은 실험을 통해 도마에서 좌변기의 200배에 달하는 박테리아가 검출됐다.

도마는 육류·어류용과 채소용으로 구분해 사용하는 것이 위생적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가정에서는 식재료 구분 없이 사용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이처럼 위생적이지 못한 도마 사용 습관은 교차오염을 발생시켜 더욱 치명적이다.

식약처에서 대장균 약 10만 마리를 인위적으로 오염시킨 육류를 깨끗한 칼과 도마를 이용해 자른 결과, 도마에서는 약 100마리, 칼에서는 약 1000마리가 교차오염된 것으로 나타났다. 오염된 조리기구를 이용해 자른 채소도 약 1000마리가 교차오염 됐다.

도마에 감염된 세균들은 세척해도 완벽하게 제거되지 않는다. 게다가 도마는 재질별로 살균하는 방법이 다양하고, 여러 과정의 세척이 필요하기 때문에 일반 가정에서 쉽게 관리하기 힘들다.

업계 관계자는 "가정에서 도마‧행주‧칼 등을 손쉽게 살균하려면 ‘도마살균기' 필요하다"며 "도마살균기를 구매할 때는 인체에 유해한 성분은 없는지, 살균 범위는 어디까지 가능한지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훈 기자 hoon@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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