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만취약지만 늘릴 임산부 1인실 급여화”

산부인과학회, 비급여 급여화보다 육아환경 조성 강조

기사승인 2017-09-23 00: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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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 당시 저출산 대책으로 제시된 산모의 1인 병실 급여화가 문재인 정부의 보장성 강화계획에 포함되며 산부인과 의사들이 우려의 목소리를 다시금 높였다. 지난 정권에서도 정책 추진에 보건당국이 난색을 표했던 사안이 그대로 현 정권의 정책으로 채택됐기 때문이다.

대한산부인과학회(이사장 배덕수)는 22일 개최한 103차 학술대회 기간 중 기자간담회를 갖고 산부인과와 관계된 정부의 보장성 강화 정책에 대한 평가를 비롯해 산부인과 의료정상화를 위한 학회의 노력과 성과를 공유했다.

학회는 지난해 임산부 초음파 급여화에 대비해 기준을 정해 임산부 진료비 부담을 줄이면서도 급여화로 인한 산부인과 의사들의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한 적정한 수가를 산출하는데 협조했다고 자평했다.

또한 오는 10월부터 시작될 보조생식술 급여화를 대비해 적정 수가와 기준을 만들어 난임 부부의 시술비용을 줄이고 난임시술에 대한 충분한 보상이 이뤄질 수 있는 급여체계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고 밝혔다.

이 외에도 저출산, 분만취약지 등 분만인프라 붕괴에 대한 대책, 의료분쟁조정법 개선, 상대가치 2차개정, 포괄수가제 개선, 임산부 상급병실 급여화 대책,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 등 각종 산부인과 관련 현안들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왔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이번 학술대회를 끝으로 임기를 마치는 배덕수 이사장은 “보조생식술 급여화 등 현안에 대해 만족스럽진 않지만 대체로 무난한 결과를 이끌어낸 것 같다”며 “남은 당면 과제 중 가장 큰 문제는 임산부 1인실 급여화 정책으로 인한 임산부 간 역차별과 분만환경 파괴”라고 꼬집었다.

최석주 학회 사무총장은 “문재인 케어가 주장하는 비급여의 급여화는 의학적 비급여의 급여화가 원칙”이라며 “1인실은 의학적 필수사항이 아니다. 1인실은 환자가 좀 더 좋은 시설에서 프라이버시를 확보하기 위한 편의적 선택사항”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병실료는 지역의 땅값과 투입된 비용에 따라 다르게 책정되는 것이 이치”라며 “1인실 급여화 과정에서 책정될 병실료는 기존 병실료보다 낮아질 것이 분명한데다 지역별 특성 등이 고려되기 어려울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극단적으로 55만원이 넘어가는 강남의 대형병원 1인실 병실료와 5만원 가량하는 지역 의원급 1인실 병실료가 급여화로 인해 평균값 등으로 정해질 경우 지역의 임산부는 더 많은 비용을 들여 병실을 사용해야하는 문제가 발생한다는 지적이다.

더구나 365일 24시간 개방돼야하는 분만병원의 특성상 인건비 규모가 큰 상황에서 1인실의 급여화로 인한 수익의 감소는 분만 취약지 등 지역의 분만환경을 더욱 열악하게 만들고 병원들의 도산으로 이어질 것이 예견된다는 설명이다. 

이에 대해 배 이사장은 “과거 박근혜 정부 시절 추진된 정책을 수행하기 위해 보건복지부 관계자들과 논의하면서도 소요 비용과 필요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며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의결을 거쳤음에도 시행이 지연됐던 사안”이라며 “해법이 없는 상황”이라고 한탄했다.

최 사무총장도 “임신 중 의료비는 월 10만원으로, 이 비용이 부담돼 자녀를 낳지 않겠다는 부모는 많지 않을 것”이라며 “출산 후 산후조리원 비용 등 수백만원이 드는 육아, 양육비용이 저출산의 원인”이라고 지적하고 1인실 급여화가 아닌 육아ㆍ양육비 부담완화가 더욱 시급하고 중요한 문제라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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