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韓·美 금리역전 시나리오

기사승인 2017-09-23 0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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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韓·美 금리역전 시나리오위기를 대처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순간의 기지를 발휘할 수 있다. 또는 위기를 먼저 알아차리고 해결할 수 있다. 이럴 땐 나름 선견지명이 요구된다. 위기를 기회로 삼을 수도 있다.

한국-미국 간 기준금리 격차를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지금은 금리 수준이 같더라도 향후 뒤집힐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국내 기준금리는 연 1.25%를 1년 넘게 유지해 왔다. 미국은 연 1.00~1.25%다. 미국은 오는 12월 금리 추가인상 가능성을 열어뒀다. 역전이자 위기인 시기가 가까워지고 있다.

시장이 우려하는 건 자금유출이다. 시장은 금리가 미국 대비 낮아지면 외국 자금이 해외로 빠져나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 예로 한미 기준금리가 역전됐던 지난 2005년 8월부터 2007년 8월 국내 증권시장에서 외국 자금 약 20조원이 빠져나갔다. 이를 두고 안팎에서는 ‘데자부’ 현상을 막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중앙은행인 한국은행은 외국 자금이 대량으로 빠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미 금리 인상은 오래전부터 예견돼 왔기 때문에 시장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전문가들도 과거 금리 역전 시기와 지금의 경제상황을 비교해볼 때 자금 유출보다는 오히려 유입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한은이 금리인상에 신중한 이유는 또 있다. 금리를 올리면 자금유출은 막아도 채무자들의 이자상환 부담을 더 키우는 셈이 된다. 한은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6월 기준 국내 채무불이행자수는 104만1000명으로 전체 가계차주의 5.6%를 차지하고 있다.

한은은 이런 딜레마 속에 오는 11월 올해 마지막 금융통화위원회를 남겨두고 있다. 그간 전력을 들여다보면 한은이 금리를 올릴 확률은 적다는 게 전언이다. 이주열 총재 역시 “통화정책 셈법이 복잡해졌다”면서도 “미국과 금리 차만 가지고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전망대로라면 미국은 연말에 금리를 올릴 것이다. 한은은 2달 뒤 선택을 해야 한다. 유리한 위치에 있다고 볼 순 없지만 좋든, 싫든 선택을 해야 한다. 금리 역전을 위기로 볼 것이냐, 기회로 볼 것이냐는 것도 한은 몫이다. 통화정책을 수행하는 유일무이한 기관으로서 뚝심 있는 결정을 해주길 바란다.

송금종 기자 song@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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