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유사수신행위 막으려면 피해자가 나서야

기사승인 2017-09-28 0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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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유사수신행위 막으려면 피해자가 나서야최근 D9클루베(clube)라는 업체에 집안 어르신이 투자해 큰 피해를 봤다는 내용의 전화를 받았다. 그는 기사를 통해 D9클루베(clube)가 유사수신업체(금융피라미드)는 것을 인지하고 설득했지만 투자한 사람은 믿질 않았다고 했다. 자신에게 투자를 권유한 사람이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관련 기사가 나갔던 6월 수사당국에서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사기꾼들은 이를 역이용했다. 사기꾼들은 자신들을 유사수신업체라고 말하는 것은 투자 수익률이 좋은 것에 대한 시기 질투와 음해라고 주장하면서 아무렇지 않은 척 행동하며, 더 많은 돈을 끌어 모은 데 열중했다. 

피해자 중 한 명도 기사를 보고 의심했지만 피해자들의 설득과 회유에 넘어가 4000만원을 투자했다. 이후 1억원을 더 넣었지만 사기꾼들은 투자금 지급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지난 3월 대구에서 발생했던 D9 관련 사례도 비슷하다. 처음에는 얼마 투자하지 않았지만 수익률이 보장되고 문제가 없다는 설득에 결국 5000만원까지 더 넣었다. 이후 사기꾼들은 연락을 끊었다.

이처럼 피해자가 발생하고 있지만 여전히 수사당국은 움직이지 않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실제로는 D9에 대해 지난 연말부터 범죄혐의를 포착하고 은밀히 수사하고 있다. 봉천동, 역삼동 등 사기꾼들의 서울 지역 주요 활동처를 확보, 동향을 살피고 있다. 최근에는 대구, 부산, 경남, 울산 등지에서 D9이 사기행각을 부리고 있다는 것도 알고 있다.

그런데 왜 검찰이나 경찰이 적극적으로 움직이지 않는 것일까? 바로 금융사기의 특성 때문이다. 유사수신행위와 같은 금융사기는 수사당국이 증거를 수집해 재판에 넘기더라도 피해자가 나서지 않으면 죄를 묻기 어려운 실정이다. 이렇게 피해자가 나서질 않아 무죄라고 판결받으면 사기꾼들은 자신들이 법적으로 문제없다는 것이 증명됐다면서 사기행각을 더 벌인다는 게 수사당국의 설명이다. 범죄를 막으려다가 사법당국이 나서 사기행각에 날개들 달아주는 겪이다.

유사수신행위를 오랫동안 수사했던 금융당국 관계자는 “지난 2015년 700억원이 넘금 피해액을 야기했던 천연 염색약 관련 투자사기도 비슷한 모습이다. 하지만 용기를 낸 1명 덕분에 관련 일당을 검거해 법원으로부터 6~7년형을 구형받게 했다”며 “당시 검사도 1명의 피해자로 수사를 진행해 법의 심판을 받아내기는 처음이라고 말했다”고 회상하기도 했다. 

유사수신행위는 금융 관련법에 의해 인가나 허가를 받지 않고 불특정 다수인에게서 자금을 조달하는 행위를 말한다. 흔히 고수익을 보장해 투자자를 모집하는 금융다단계라고 보면 된다. 고수익과 원금을 보장한다는 것 비슷하지만 투자처는 염색약, 해외기업(D9클루베) 등 다양하다. 

유사수신업체가 문제가 되는 이유은 사기칠 때마다 피해액이 어마어마해서다. 건국 이래 최대 사기로 알려진 ‘조희팔 사건’는 5만명에게 4조원이 피해를 입힌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처럼 유사수신행위의 경우 단시간에 몇백억을 모으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라고 한다. 수신금액이 적더라도 수익률이 좋다는 입소문만 잘 타면 3000~4000명의 투자자가 쉽게 모이기 때문이다.

유사수신업체의 꾀임에 일단 넘어가면 발을 빼기가 힘들다. 또한 권유와 강요 등에 더 많은 투자를 하기도 한다. 설령 자신이 금융사기에 당했다는 것을 알아도 본전 생각이나 자신이 실수를 인정하지 않는 자존심에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는 것도 유사수신행위 혹은 금융피라미드의 특징이다. 사기꾼들이 노리는 것도 이점이다. 

피해금이 적더라도 용기내서 나서달라“ 유사수신행위로 피해를 본 사람들에게 진정으로 간청하고 싶다. 설령 피해자 본인이 아니더라도 가족, 친지 등도 간접 피해자로 나설 수 있다. 나와 관련된 일이 아니라고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는 동안 또 다른 피해자가 발생하고, 이 가운데 누군가는 엄청난 손실로 목을 맬수도 있다. 자신도 피해를 보상받고 더 많은 피해자를 구하는 길은 조그만 용기다. 이것이 우리사회를 조금더 밝게 만드는 길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김태구 기자 ktae9@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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