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의 귀환’ 소식에 두려운 전공의들

폭행 교수 솜방망이 처벌우려에 ‘의사자율징계권’ 요구 이어져

기사승인 2017-10-18 00: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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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의 귀환’ 소식에 두려운 전공의들
폭언과 폭설, 폭행에 시달리던 한양대병원 전공의들이 다시금 두려움에 휩싸였다. ‘전공의 폭행사건’ 가해자인 지도교수의 귀환이 조만간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기 때문이다.

17일 관계자들에 따르면 당초 중징계가 내려질 것이라는 주변의 예상과 달리 김모(55) 교수에 대한 처분이 경징계에 그쳐 조만간 학교와 병원으로 복귀할 것으로 보인다. 사회적 여론과 학교 징계위원회의 의지에도 불구하고 처벌할 수 있는 기준과 여건이 부족하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학교는 김 교수에 대한 중징계 의지를 표명하며 직위해제와 3개월의 정직을 결정했다. 하지만 지난달로 정직기간이 끝났음에도 후속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법원의 판결만을 기다리고 있다.

문제는 김 교수의 폭언과 폭행에 대한 객관적 증거가 많지 않고, 드러난 폭행의 피해정도 또한 심하지 않아 유죄가 인정돼도 3개월 미만의 가벼운 처벌에 그칠 가능성이 다분한데다 그나마도 벌금이나 집행유예로 풀려날 확률이 높은 상황이라는 점이다.

만약 관측대로 사정당국의 처분이 경징계에 그칠 경우 학교는 규정상 해임이나 파면, 자격박탈 등 중징계 조치를 취하기가 어렵다. 더구나 의료계는 직접 당사자가 아니기에 권한의 한계 등으로 자격정지와 같은 처분을 내리기가 더욱 힘들다.

결국, 도제식으로 이뤄지는 의학 교육체계상 ‘왕’으로 군림해온 지도교수가 복귀할 경우 해당 전공의들은 병원을 떠나는 것은 물론 전공과목을 바꾸거나 극단적으로는 의료계를 벗어나야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된 것이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왕의 귀환은 당사자들에게 사회적 매장이 될 수도 있지만 마땅한 방법이 없는 상황”이라며 “대다수의 학교가 그렇듯 3개월 이하의 징역이나 상응하는 벌금정도로는 규정상 겸임해지조차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에 전공의 폭행사건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취해온 전공의협의회 관계자는 “전공의의 인권을 넘어 환자의 안전과 직결된 문제인 만큼 일벌백계를 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관례로 굳어져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특히 “징계권한이 병원이나 학교에만 국한돼있어 처분이 가벼워질 수 있다. 파면이나 해임으로 가야하지만 적어도 지도전문의자격을 박탈해야한다”면서도 “현재 지도전문의 자격박탈과 같은 권한이 의사협회 등에 주어져 있지 않아 어려움이 있다”고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가해자가 소속된 기관에서 내릴 수 있는 처벌의 한계가 존재하는 만큼 의료계 내에서 해당 의사에 대한 문제를 조사하고 처벌할 수 있는 ‘의사자율징계권’을 갖춰 해당 사건을 비롯해 윤리적, 사회적 문제를 야기한 의사들에 대한 처분이 제대로 이뤄져야한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대한의사협회 관계자는 “의료윤리위원회가 의협 내부에 존재해 최대 1년까지 의사자격을 박탈할 수 있지만 조사 등의 강제성이 없어 당사자가 거부할 경우 조사가 이뤄지지 못해 실효성이 떨어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자율징계권을 통해 법적 기반이 마련된다면 전공의 폭행사건과 같은 의사의 품위를 훼손하는 문제에 대해 좀 더 적극적이고 강한 조치가 취해질 수 있을 것”이라며 사건을 계기로 현실적인 문제와 제도가 개선되길 바라는 마음을 전했다.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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