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 지배구조 및 승계 딜레마…오너 부재 리스크 ‘설왕설래’

기사승인 2017-10-19 0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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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그룹, 지배구조 및 승계 딜레마…오너 부재 리스크 ‘설왕설래’

삼성그룹의 핵심 삼성전자가 올해 2분기에 이어 3분기에도 실적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나머지 핵심 계열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도 주가 상승세에서 멈추지 않고 있다. 

이와 별개로 삼성그룹은 이재용 부회장의 구속 및 재판 등으로 경영 상황에서 비상 체제를 맞고 있는 상황이다. 

총수 부재에 따른 경영권 문제가 다시금 도마에 오른 셈이다. 총수의 장기적인 부재는 내부 경영권 분쟁 가능성 등이 불거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 취약한 지배구조로 인한 합병, 결국 발목 잡혀

지난 4월 27일 삼성전자는 지주회사 전환 검토 작업을 중단키로 공식 발표했다.

삼성전자는 당시 보유 중인 자사주 전량(보통주 1798만주, 우선주 323만주, 전일종가 기준 45조원 규모)을 올해와 내년 2회에 걸쳐 분할 소각한다는 내용을 발표했다.

삼성전자가 작년 11월 29일 회사 성장 및 주주가치를 최적화하기 위한 기업구조로 지주사 전환을 검토하겠다고 발표했으나 5개월 만에 입장을 번복했다. 

삼성그룹은 그동안 각종 논란에도 불구하고 이재용 경영 승계를 위한 작업을 추진해 왔다. 특히 이건희 회장이 지난 2014년 쓰러진 이후 합병 등을 통해 그룹 지배구조를 개편해왔다. 우선 ‘삼성SDI-제일모직’, ‘삼성종합화학-삼성석유화학’ 등 주요 계열사를 합병했다. 지주회사격인 제일모직(옛 삼성에버랜드)과 삼성SDS의 상장 작업을 2015년 초까지 마쳤다. 

또한 논란이 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등도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 승계 강화를 위한 포석이었다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 

특히 당시 가장 논란이 된 것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간 합병가치다.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를 비롯한 합병 반대론자들은 제일모직 1주에 삼성물산 주식을 0.35주 비율로 합병한 것은 불합리하다고 지적했다. 제일모직이 고평가 됐다는 이유에서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당시 삼성물산의 1주당 순자산 가치를 반영하는 PBR(주가순자산비율)은 9만원대, 당시 삼성물산의 주식 가격(5~6만원)에 절반에 되지 않는다. 반면 제일모직의 PBR은 4만원 대였는데 주가는 17만~18만원 수준으로 고평가받았다. 이는 오너 프리미엄이 반영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경제개혁연대 관계자도 “합병 이전 제일모직은 2014년 말 상장(IPO) 당시 바이오 부문의 사업에 대해 위험이 많아 자금조달을 확신하기도 어렵다고 기재한 바 있다”면서 “하지만 불과 6개월 후인 삼성물산과의 합병 당시에는 그 가치를 크게 과장하는 등 상반된 행보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관련 업계에서는 삼성그룹이 계열사 간 합병을 추진한 것은 현재 이재용 부회장의 지분 구조로는 자연스러운 승계가 쉽지 않다고 판단하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전자에서 이재용 부회장의 지분은 0.65%에 불과하다. 다만 이재용 부회장이 최대주주로 있는 삼성물산의 지분(17.23%)을 통한 순환출자로 우회적인 지분을 확보했다. 삼성물산은 삼성전자에 4.61%, 삼성생명에 19.34%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삼성생명은 삼성전자에 8.54%의 지분을 갖고 있는 상태다. 

현재 이 부회장이 삼성그룹 전체에서 차지하는 지분은 안정적인 경영권 승계가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인적 분할을 통한 지주회사 설립을 고려한 것도 이 때문이다. 

상법 관련 변호사는 “이건희 회장이 쓰러진 이후 시간적 여유가 없던 삼성이 무리하게 승계 작업을 진행했다”면서 “그렇다고 지금 상황에서 지배구조를 끌고 나갈 수 있기에는 어렵기 때문에 향후에도 지배구조 개편을 추진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삼성이 지주회사 전환을 검토했으나 삼성생명의 금융지주회사 전환계획을 담은 보고서에 대해 금융위원회가 반려했고 이재용 재판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삼성의 지주회사 전환은 이재용 부회장의 거취 문제가 남아있어 시간이 필요하다”라고 관측했다.

◇ ‘오너 부재’ 삼성그룹, 리스크 요인은

삼성전자를 비롯한 삼성그룹 계열사는 이재용 부회장의 부재에도 불구하고 주식가치는 상승하고 있다. 이 부회장이 1심에서 5년 형의 징역을 선고 받았지만 주가에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삼성전자는 주가(10월 17일 종가 기준)는 274만원으로 이 부회장의 1심  선고 당시(8월 25일, 235만1000원) 보다 16.54% 증가했다. 

삼성그룹 신수종 사업의 핵심인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주가는 39만9000원으로 1심 선고 당시(28만원) 대비 42.50% 급상승했다. 이재용 부회장이 최대주주로 있는 삼성물산도 현재 14만8500원으로 지난 8월 25일(13만3500원) 보다 11.23% 증가했다. 

또한 삼성전자의 3분기 잠정실적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는 이달 13일 공시를 통해 3분기 잠정 실적은 연결기준 매출 62조원, 영업이익 14조5000원을 각각 기록했다고 밝혔다. 증권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4분기에도 분기 최고치를 기록할 것으로 관측한다

하지만 리스크 요인은 있다. 재벌총수의 장기적인 부재는 계열사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넥스트소사이어티재단이 지난 2015년 발표한 ‘불법행위에 대한 처벌이 기업경영에 미치는 영향’에 따르면  총수의 기소시점에서는 계열사 ROA의 평균은 5.76%로 나타났다. 하지만 재판을 받는 해에는 4.05%로 하락했다. 하지만 총수가 최종선고이후 복귀한 기간에는 수익성이 다시 5.41%로 회복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또한 이재용 부회장의 장기적인 부재로 계열사 분리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박상인 서울대 교수는 “이 부회장이 장기적으로 경영을 비운다면 과거 현대차그룹의 ‘형제의 난’과 같은 경영권 분쟁도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총수 부재 시 투기자본에 의해 경영권이 위협받을 수 있다는 부분도 논란거리다. 과거 엘리엇매니지먼트가 삼성물산을 압박했던 것처럼 틈새를 노릴 수 있다는 것. 

이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박상인 서울대 교수는 “국내에서 외국계 투기자본이 경영권을 침해했던 사례는 SK텔레콤의 지분을 일부 인수했던 소버린 사태가 유일하다고 본다”면서 “소버린도 결국 지분을 털고 철수했다”고 말했다.  지난 2003년 소버린이 SK그룹의 경영권을 문제 삼고 9000억원의 시세차익을 챙겼다. 

유수환 기자 shwan9@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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