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바하느라 학점도 불리한데”… 형편보다 성적이 중요한 대학기숙사

기사승인 2017-11-08 0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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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형편 반영 대학 전국 13곳에 불과”

서울의 한 사립대에 재학 중인 김성민(21) 군은 시간을 쪼개 2개의 아르바이트를 번갈아 하며 등록금 일부와 자취방 월세, 생활비 등을 감당해내고 있다. 아르바이트 시간에 쫓겨 소모임 스터디를 하지 못하는 등 학업과 일을 병행하기엔 빠듯한 날들이 이어지고 있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다.

김 군은 “집안 사정이 여의치 않아 손을 벌릴 수 없는 상황에서 비교적 부담이 덜한 기숙사도 학점이 부족해 이용할 수 없다”며 “특히 성적순으로 선발인원을 뽑는 대학 기숙사는 나처럼 공부할 시간에 일을 해야 하는 학생들로선 들어가기가 더 힘들 수 있다”고 말했다.

학과 성적을 주요 기준으로 삼는 대학 기숙사의 선발방법이 저소득 가정의 학생 등에게 불리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학생들은 학비 등을 마련하기 위해 일을 병행해야 하다 보니 상대적으로 학업에 전념할 수 있는 시간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청년정책을 연구·개발하는 모임인 청년정치크루의 조사에 따르면, 국내 대학 대부분은 기숙사생을 가릴 때 여전히 가정형편보다 성적을 중시했다. 더불어 거주지와의 거리, 기숙사 상·벌점 등이 기준 사항에 포함됐다. 성적 비중은 적게는 40%에서 많게는 90%까지 적용됐다.

반면 조사 대상이 된 전국 122개 대학 중 가정형편을 반영하는 대학은 세종대, 아주대, 전주대를 포함해 13곳에 그쳤다. 나머지 대학들은 기초생활수급대상자와 차상위계층에 우선순위를 주거나 가산점을 부여하는 경우는 있었지만, 그 외 저소득층 학생을 위한 기준을 마련하진 않았다. 차상위계층이 우선선발 대상에서 제외된 곳도 적지 않았다.

이동수 청년정치크루 대표는 “그간 성적 위주의 기숙사 선발제로 인해 많은 저소득층 학생들이 큰 부담을 감수해야 했다”며 “공부 걱정보다 잠자리 걱정을 더 하는 학생들을 생활적인 면에서 배려하는 제도들이 갖춰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기숙사 인원 선발 시 가정형편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은 큰 틀에서 고려대, 서강대 등이 성적장학금을 폐지한 일과 맥락을 같이 한다. 앞서 성적장학금의 수혜층은 경제적 부담이 덜해 공부에 집중할 수 있는 고소득층 가정의 학생에 쏠려있다는 지적이 제기된 바 있다.

김성일 기자 ivemic@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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