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병부담 없다는 통합서비스, 사고책임은 환자에게?

당신 가족이면 그러겠냐 호소하는 보호자들 외면하는 현실

기사승인 2017-11-18 00: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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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비 걱정 없는 든든한 나라’를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정부의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계획의 한 축은 ‘간호ㆍ간병 통합서비스’다. 보건복지부는 ‘간병비 부담 없는, 보호자 없는 병원’을 주창하며 2022년까지 현행 2만3000병상에서 10만 병상으로 확대 적용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에 자유한국당 등 야당을 중심으로 간호ㆍ간병 통합서비스 병상확대에 따른 간호인력 수급 문제를 거론하며 실현가능성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복지부도 서비스의 원활한 운영을 위해 간호인력 수급대책을 11월 중 수립ㆍ발표할 계획이다.

하지만 일련의 지적과 계획에 서비스의 질적 향상에 대한 내용은 크게 고려되지 않고 있다. 이 가운데 환자들은 영혼 없는 간호에 내몰리고, 간호공백 속에서 사고위험에 노출돼있다. 환자 보호자는 불안과 걱정, 답답함과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 안전사고, 증명할 길 없어진 환자와 보호자

#1. 83세 여성인 A씨. 3년 전 뇌졸중으로 수술을 받은 후 줄곧 침대에서만 생활해왔다. 의지로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았다. 생명유지를 위한 영양분 섭취는 콧줄로 대신했고, 상체를 세우거나 움직이는 것은 도움 없이는 불가능한 상태였다.

2017년 5월 말, 오랜 침대생활에 머리 뒷부분에 염증이 생겼고, 한 국공립병원 간호ㆍ간병 통합서비스 병동에 입원하게 됐다. 담당 외과전문의는 간단한 시술이었던 만큼 일주일이면 퇴원이 가능하다고 전했다. 그러나 A씨는 5개월간 병원을 퇴원할 수 없었다.

염증치료를 마친 후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병동에서 회복 중이던 A씨는 퇴원을 이틀 앞두고 대퇴부 좌우 다리뼈가 모두 부러지는 상해를 입었다. 의식도 거의 없이 거동도 할 수 없는 환자에게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병원의 답변은 “알 수 없다”였다. 보호자 B씨는 황당함에 원인을 캐물었고, 병원은 “(A씨가) 심한 골다공증이 있어 자연발생적인 골절이 생길 수도 있는 상황”이라며 “병원의 과실은 없었다”는 입장만을 거듭 강조했다.

B씨는 황당함에 말문을 잃었지만 증명할 길이 없었다. 통합서비스 병동의 운영방식과 병문안 문화개선을 이유로 보호자의 상주가 제한돼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알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간호과정에서 발생한 문제라고 의심은 되지만 밝힐 방법이 없었던 것이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염증시술과 함께 5개월여 간 이어진 병원생활로 본인부담금이 1300여만원이 나왔고, 병원은 병원과실이 없으므로 환자보호자가 부담해야한다며 전액을 청구했다. B씨는 “마른하늘의 날벼락 같았다. 집안이 풍비박산이 났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그는 “멀쩡한 다리가 통합병동 입원 중 부러졌는데 아무도 잘못한 사람이 없단다. 잘못이 없으며 책임도 질 수 없고 병원비는 (우리가) 전부 내라고 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가 없다”면서 “병원을 불질러 버리고 싶었다”고 울분을 삼키는 모습도 보였다.


◇ 늘어나는 간호간병 통합병동, 늘어가는 환자불만

#2. 통합병동 보호자(C씨)로 있다. 2달째 의식이 없어 아프다는 말도, 표현도 못하는 환자를 두고 맡겨 놓을 수만은 없어 지켜보니 엉망이었다. 어떨 땐 약도 안주거나 빼먹고, 꼬리뼈엔 욕창이 생겨 체위변경 쿠션을 엉덩이 밑에 깔아야 밥을 먹을 수 있게 됐다. 엑스레이를 찍을 때면 기사들이 환자를 패대기치는 수준으로 홀대했다. 너무 놀라고 마음이 아파 눈물이 났다.

기저귀를 갈 때면 체위 변경할 때 환자를 막대하고, 변을 많이 본다고 보호자가 옆에 있는데도 불평을 했다. 심지어 기저귀마저 제대로 갈지 못해 옆으로 줄줄 세고, 주사바늘이나 콧줄이 빠지거나 등 또는 머리에 눌려있는지도 모르더라. 아픈 게 죄라며 빨리 회복해야 할 텐데 한탄만 한다. 안심병동이라고 써놨지만 어떻게 안심병동인지 잘 모르겠다.

A씨와 같은 사례가 흔하지는 않다. 실제 간호간병통합서비스를 주관하고 있는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침대에서 떨어져 상해가 발생하는 ‘낙상’ 등 병동 내 안전사고 발생 비율은 일반 병동보다 낮아졌다.

공단 관계자는 “아직 확산단계이기에 서비스 질 관리가 미흡할 수 있다. 하지만 낙상과 같은 안전사고에 대해서는 통합서비스 시범사업 초기부터 주의를 기울여야하는 주요 문제로 거론돼 예방을 위한 노력들을 기울여왔고, 앞으로도 신경 쓰고 있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A씨와 같은 안전사고의 책임에 대해서는 해결하기가 쉽지 않다는 입장을 취했다. 그는 “중증도가 높은 환자들은 간호사가 1대 1로 붙어야하는데 불가능하다”면서 사고책임에 대해서도 “책임소재는 사안별로 병원과 환자가 가려야할 문제로 지침이나 기준을 정하기는 어렵다”는 뜻을 전했다.

병원 관계자들 또한 건보공단과 유사한 답변을 내놨다. 환자의 의식이나 신체상태에 따라 과실정도가 다를 수 있고, 병원의 과실이 인정되는 부분에서는 책임을 지겠지만 통합병동이라고 해서 병원이 모든 안전사고를 책임질 수는 없다는 설명이다.

한 병원 관계자는 “환자나 보호자 입장에서 억울할 수도 있지만 증명할 길이 없는 것도 사실”이라며 “CCTV를 설치하는 것이 해결책일 수 있지만 사생활문제나 비용 측면 등이 걸려있고, 환자평가는 주관적 편향이 발생할 수 있어 쉽지 않은 문제”라고 고개를 젓기도 했다.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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