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기획] ‘김장겸 사장 해임’ 그 이후의 MBC

‘김장겸 사장 해임’ 그 이후의 MBC

기사승인 2017-11-20 0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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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기획] ‘김장겸 사장 해임’ 그 이후의 MBC
△ 73일 혹은 2781일간의 투쟁

“짧게는 72일, 길게는 2781일간 싸움이었다”

MBC 총파업이 지난 15일 오전 9시부로 잠정 중단됐다. 지난 9월 4일 시작된 이후 73일 만이다. 방송전국언론노조 MBC 본부(이하 MBC 노조) 김연국 노조위원장은 지난 14일 기자회견에서 이와 같이 밝히며 파업 이후 MBC 재건에 힘을 실어달라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공영방송 MBC의 주인인 시청자의 승리”라며 “많은 질책과 비판으로 제대로 설 수 있게 도와달라”고 말했다.

이번 MBC 노조의 총파업은 201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MBC 노조는 2010년 4월 김재철 사장 취임에 반대하며 39일간 총파업을 벌였지만 성과를 거두진 못했다. 2012년 파업도 마찬가지다. 보도국 인사 교체 등을 요구하며 다시 한번 파업에 돌입했지만, 원하는 결과를 얻진 못했다.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MBC 노조는 “김장겸 사장 퇴진”을 외치며 방송 제작을 전면 중단했다. ‘무한도전’ ‘라디오스타’ 등 MBC의 간판 프로그램을 한동안 브라운관에서 볼 수 없었고 드라마도 릴레이 결방됐다. ‘뉴스 녹화방송’이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다수의 MBC 구성원이 강경한 태도로 목소리를 높인 것은 김장겸 사장 체제의 MBC가 공영방송으로서 가치를 잃고 역할을 다하지 못한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총파업 과정에서 드러난 블랙리스트의 존재도 충격적이었다. MBC 노조 측은 국정원 블랙리스트 발표 이후 자체 조사를 해 뉴스를 비롯해 예능, 드라마·라디오까지 전 정부의 세밀한 간섭과 시도가 있었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정권의 입맛에 맞지 않거나 윗선의 눈 밖에 나면 방송 제작이나 출연의 기회를 얻을 수 없었다는 설명이다.

이 같은 사유로 총파업에 나선 MBC 노조 측은 73일 만에 장외 투쟁을 멈췄다. 방송문화진흥회(이하 방문진)가 지난 13일 임시 이사회를 열고 김장겸 사장 해임안을 가결한 것. 이어 열린 주주총회에서 해임이 의결됐고 지난 2월 MBC 취임한 김장겸 사장은 임기 8개월 만에 자리에서 내려오게 됐다. 방문진이 MBC 사장 해임안을 통과시킨 것은 2013년 김재철 사장 이후 두 번째다.

이사회에 참석해 가결안에 찬성한 여권인사 5인은 2011년 이후 김장겸 사장이 MBC 정치부장, 보도국장, 보도본부장 등 보도 분야의 요직을 거치며 방송의 공정성과 공익성을 훼손했다고 판단했다. 더불어 사장 재임 중 부당전보 및 징계 등 부당노동행위를 일삼아 노동관계법 위반 혐의로 현재 사법처리 대상이 돼 조직운영 능력을 상실했다고 봤다. 앞서 MBC 노조는 김장겸 사장을 부당노동행위로 고발했고 김 사장은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송치된 상태다.

김장겸 사장은 해임 이후 입장문을 내고 억울함을 내비쳤지만, 사태를 지켜본 이들의 공감을 사지는 못했다. 김 사장은 “권력으로부터 MBC의 독립을 끝까지 지켜내지 못해 송구하다”며 “정권이 방송 장악을 위해 공영방송 사장을 끌어내려고 온갖 권력기간과 수단을 동원하는 게 정말 나라다운 나라인가?”라고 항변했다. 더불어 “앞으로 권력의 공영방송 장악과 언론탄압은 더욱 심해질 것”이라며 “더 이상 악순환을 반복하기보다 내가 마지막 희생자가 되기를 바란다”고 마무리 지었다. 김장겸 사장 해임 이후 직무를 대행할 백종문 부사장은 14일 자진 사임했다.

 

△ ‘김장겸 해임’ 그 이후의 MBC

오랜 싸움 끝에 “김장겸 사장 퇴진”이라는 구호는 현실이 됐고 총파업은 일단락됐다. 예능국과 라디오국은 업무에 복귀해 다시 프로그램을 제작한다. 예능의 경우 기존 녹화분이 있는 프로그램부터 방송을 시작한다. 라디오국도 20일부터 목소리를 낸다. 부당 전보됐던 아나운서 11명이 일선으로 복귀했고, 이 중 한 명인 변창립 아나운서가 최근 하차한 신동호 아나운서국장의 후임으로 ‘시선집중’을 진행한다.

하지만 이것으로 끝난 것은 아니다. MBC가 정상화되기 위해서는 9년간 쌓인 문제를 풀어 나가야 한다. 적폐청산이 남은 셈이다. MBC 노조 측은 책임이 있는 경영진이 물러날 때까지 쟁의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보도국은 총파업 중단 이후에도 제작거부를 유지한다. 시사교양 프로그램도 마찬가지다. 현재 보도국의 간부들 밑에서 ‘적폐뉴스’를 만들 수 없다는 것이다. 노조 측과 마찰을 빚어온 신동호 아나운서국장과 ‘뉴스데스크’를 진행하는 배현진 앵커 등의 거취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누가 김장겸 해임 이후 MBC를 이끌 것인지도 중요한 문제다. MBC 노조 측은 “어떤 분이 사장이 되느냐가 MBC가 다시 신뢰를 받을 수 있는지 가늠할 수 있는 부분”이라며 투명한 과정에 따른 사장 선임을 촉구했다.

방문진은 지난 16일 제20차 정기이사회에서 차기 MBC 사장 공모 일정과 절차를 확정했다. 방문진에 따르면 최종 후보자 3인은 다음달 1일 정책설명회를 통해 방문진 이사와 국민에게 MBC 경영 및 재건 계획을 설명해야 한다. 정책설명회는 인터넷을 통해 생중계되고 직접 방청도 가능하다. MBC 사장 후보자의 정책설명회를 외부에 공개하고 질의를 수렴하는 것은 1988년 방문진 설립 이후 최초다.

일차적인 투쟁을 마치고 본격적인 정리에 들어간 MBC와 달리, 아직 싸움조차 끝내지 못한 곳도 있다. 전국언론노조 MBC본부 대전지부는 이진숙 사장이 물러날 때까지 파업을 지속하기로 했다. 고대영 사장과 이인호 이사장 해임을 요구하는 KBS 파업도 진행 중이다. 공영방송 복구를 원하는 시청자가 ‘사장 해임 이후’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이유다.

인세현 기자 inout@kukinews.com / 사진=쿠키뉴스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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