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청’ 방치하면 우울증과 치매 유발

기사승인 2017-11-26 13:2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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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청’ 방치하면 우울증과 치매 유발# 평소 노인성난청이 심했던 A(63·남)씨는 최근 차량 경적을 듣지 못해 사고를 당할 뻔한 아찔한 순간을 겪었다. 일상생활에도 상대방의 대화를 잘 듣지 못해 입모양을 보고 겨우 의미를 파악했고, 때문에 못 듣는 서러움, 주변의 냉랭함, 대화의 단절 등 고통스런 날을 보냈다. 보청기도 소용이 없었다. 그런 그에게 병원에서는 인공와우 이식수술을 권했고, 평생 그를 괴롭혀왔던 난청을 수술을 통해 해결할 수 있었다.

◇난청 의심되면 병원 진단 후 본이에 맞는 치료 받아야

소리를 잘 듣지 못하는 난청환자 중 많은 사람이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이를 불치병으로 여기며 사회로부터 소외되기 쉽다. 하지만 의학의 발달로 정확한 진단과 적절한 치료가 동반되면 어떤 난청이든 극복할 수 있다. 비교적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치료법으로 보청기가 있고, 보청기로 개선되지 않는 고도난청이나, 근본적인 청력개선을 원한다면 인공와우 이식수술을 고려할 수 있다.

난청은 말 그대로 소리나 말을 잘 듣지 못하는 현상이다. 신경의 기능이 남아 있는지의 여부에 따라 신경기능은 정상적이나 소리를 신경계로 연결하는 고막, 뼈 구조물에 이상 때문에 나타나는 전음성 난청과 신경까지 손상된 감각신경성 난청으로 나뉜다.

전음성 난청인 경우 약물, 수술적 치료로 연결 구조물을 새로 만들어 주면 청력회복이 가능하며, 감각신경성 난청의 경우 신경손상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보청기나 인공와우 이식수술로 회복을 해야만 한다.

난청은 본인이 불편한 것도 문제지만, 원활하지 못한 의사소통으로 주변사람과의 관계가 어려워지는 것도 큰 문제다. 이에 대해 강동경희대병원 이비인후과 변재용 교수는 “난청은 방치할 경우 대인기피증, 우울증, 치매와 같은 문제를 발생시킬 수 있어 본인과 가족에게 극심한 고통을 준다”며 “난청이 의심되는 즉시 병원을 찾아 청력검사를 받은 후 자신의 상태에 적합한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보청기 효과 없으면 인공와우 이식수술 고려

난청이 진행되면 쉽게 보청기를 생각하지만 사실 보청기로 청력이 개선되지 않는 사람도 많다. 보청기를 사용하면 정상 청력 회복을 기대하지만, 안경도 사람마다 교정시력 차이가 있듯 보청기도 천차만별이다.

고도난청은 보청기를 착용해도 말소리가 정확히 분별되지 않아 대화도 계속 어렵고, 오히려 귀가 막히거나 시끄러운 느낌이 강해 청각재활을 포기하는 경우도 많다. 이러한 고도난청의 경우 유일한 대안이 바로 인공와우 이식수술이다.

실제 인공와우는 보청기보다 소리 높낮이 구별, 명료도 개선, 청각능력 향상 등 다양한 면에서 뛰어나다. 보청기로 인한 청력향상 만족도가 40점이라면, 인공와우 수술의 경우 80~90점 정도의 만족을 나타낸다.

변재용 교수는 “인공와우 이식수술은 말을 배운 후에 고도난청이 온 경우, 난청 기간이 짧은 경우, 나이가 어릴수록 예후가 좋다”며 “무엇보다도 난청을 방치하지 않고 빨리 치료할수록 치료에 도움이 된다. 고도난청의 기간이 오래될수록 달팽이관의 소리신호를 청신경으로 전달하는 나선신경절의 기능이 떨어져 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귀 안팎에 작은 전자기계 설치로 소리 되찾아

인공와우란 귀 안과 바깥에 기계를 설치해 소리를 듣게 하는 인공청각장치다. 와우(달팽이관)내 세포는 소리를 전기로 바꿔 청신경을 자극하는데, 세포가 대부분 손상돼 이러한 기능이 어려울 때 이를 대신한다.

조그만 고성능의 컴퓨터를 이용하여 말소리를 아주 미약한 전기로 바꿔 소리의 크기와 음색에 따라 달팽이관을 자극함으로써 청신경을 자극하고 대뇌에 소리를 전달하는 것이다. 

인공와우는 ▲양측 귀에 고도의 감음신경성 난청 있을 때 ▲보청기로 적절한 기간 동안 청력재활을 하였으나 효과가 없을 때 ▲청신경이 기능을 하고 있을 때 ▲측두골 전산화단층촬영(CT)이나 내이도 자기공명영상(MRI)에서 귀 구조에 심한 이상이 없는 경우 시행한다.

변재용 교수는 “일반적인 인공와우 이식수술은 약 2~3시간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 와우이식기의 내부장치를 귀속에 잘 위치시키고 와우에 구멍을 뚫어서 와우 내부로 전극을 삽입하고, 삽입된 전극이 잘 위치하고 작동하는 지를 수술 중에 방사선 검사 및 전기적 신경반응 검사 등을 통해 확인한 후에 수술을 마치게 된다”고 말했다.

수술 후 바로 소리를 들을 수는 없다. 일반인은 증폭된 소리를 듣지만 인공와우 이식환자의 경우 전기신호로 듣기 때문에 새로운 방법에 적응할 수 있는 재활치료가 필요하다. 변 교수는 “수술 후 약 4주경에 수술 상처가 다 아물면 맵핑이라는 소리조율 과정을 거친 후 언어치료를 한다. 언어 습득 후 난청이 발생한 성인, 특히 노인성 난청의 경우는 맵핑의 과정이 짧고 언어치료는 필요치 않아 빠른 효과를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송병기 기자 songbk@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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